2021년 5월호 칼럼 겨울을 이겨낸 배추의 봄 선물! 배추꽃밥

2021.06.03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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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이겨낸 배추의 봄 선물!

배추꽃밥


글, 사진. 허북구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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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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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봄을 부르는 배추꽃! 유채꽃과 닮았으나 자세히 보면 유채꽃보다도 예쁜 모습으로 봄을 채색하는 것이 배추꽃이다. 주로 김치로만 배추를 만난 사람들에게 노란 배추꽃은 의외의 모습일지 모르나 원래부터 예쁘고, 유채와 함께 봄을 노랗게 꾸미는 꽃을 피운다. 유채와 배추는 네 개의 꽃받침 조각과 네 개의 꽃잎이 십자 모양을 이루는 식물이어서 십자화과 채소로 불린다. 

 

배추과로도 불리는 십자화과 채소에는 무, 갓, 양배추, 청경채 등 많지만 그중에서 배추와 무가 맏형 격으로 오랜 역사 동안 인간과 함께해 왔다. 특히 김치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그 재배 역사가 길고, 특별한 채소로 이용되어왔다.


배추(Brassica campestris var. Pekinensis)의 원산지는 중국 북부지역이다. 원산지인 중국에서 배추가 일반화된 것은 음력 정월달에 배추를 심었다는 북위(北魏, 530~550) 시대 농서 <제민요술(齊民要術)>의 기록을 볼 때 북위 시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배추에 대한 최고의 기록은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1236)>으로 보고 있다. 이 문헌에는 배추로 추정되는 채소에 대해 이두문자로 ‘무소(無蘇)’라 표기해 놓아 명확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배추의 이름은 중국과 일본의 경우 백채(白寀)로 표기하고 있으나 중국에서 고대 이름은 ‘숭(菘)’ 또는 ‘숭채(菘菜)’이다. 숭(菘)의 유래에 대해 중국에서 발행된 <본초강목(本草綱目, 1578)>에서는 “배추의 성품은 겨울을 이겨낼 수 있으며 늦게까지 시들지 않고 사시사철 항상 볼 수 있어 소나무(松)와 같은 절개(操)가 있는 채소[艸]라는 뜻에서 숭(菘)이라 한다”라고 되어 있다.


백채(白菜)는 청백색(靑白色)의 채소(菜蔬)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인데, 우리나라 고문헌에서는 머위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종종 사용되었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이름 ‘배추’는 백채(白菜)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배추는 백채(白菜)의 중국어 발음 바이차이(báicài)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이 많은데,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인 <훈몽자회(訓蒙字會, 1527)>에는 배추가 ‘’로 표기되어 있다. 이것은 후에 ‘백채(白菜) → →  → 차 → 배채 → 배추’로 변화의 과정을 거쳐 배추라는 이름이 정착되었다.


유채꽃에 가려진 배추꽃 우리나라에서 배추는 쓰임새가 많았다. <동의보감(東醫寶鑑, 1613)>에는 “배추는 쓰임새가 많아 예전부터 국, 제수(虀水), 김치 등으로 응용되어 장위(腸胃)를 뚫어주고 속을 편안하게 도와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물명고(物名考, 1830)>에는 “일반적으로 채(菜)라고 하면 대부분 배추를 지칭하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배추가 오늘날뿐만 아니라 조선시대부터 채소의 대명사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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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꽃



배추는 예나 지금이나 대표적인 채소이자 김치의 주된 재료로 주목받아 옴에 따라 꽃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배추꽃이 상품화되지 못한 것과 함께 배추가 가을에 김치 재료로 많이 이용됨에 따라 꽃이 피는 봄까지 밭에 남아 있지 않은 것도 한 이유이다.


배추와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보통 낮 길이가 12시간 이상 되는 일장조건에서 화아분화 및 개화가 촉진되는 식물로 겨울에 저온을 경유한 다음 봄에 꽃이 핀다. 대표적인 것이 오일을 채취하는 유채이다. 다른 십자화과 채소들은 종자를 받는 용도 외에는 꽃이 피게 되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므로 꽃이 피기 전에 수확한다. 


유채는 나물로도 이용하나 꽃이 핀 후 결실된 씨앗을 착유용으로 사용하므로 꽃을 피운다. 그로 인해 배추꽃, 무꽃, 갓꽃 모두 아름다우나 유채꽃에 가려져 있으며, 사람들은 유채꽃만 기억하고 있다. 유채꽃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강렬하다 보니 다른 십자화가 채소의 꽃은 피는 것 자체를 이상해하고, 아름다운 꽃에 대해 그저 신기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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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꽃샐러드



달착한 맛의 봄배추꽃

배추는 유채처럼 봄이 되면 꽃눈이 만들어지고, 꽃대를 낸다. 배추 중에서 봄동이라 불리는 것은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수확해서 겉절이, 쌈 등으로 이용된다. 봄동은 겨울을 넘기는 과정에서 식물체에 당이 축적된다.


겨울 배추는 온도가 낮아지면 뿌리에서 수분 흡수가 억제되어 당도가 높아지는 것과 함께 비타민 등의 영양 성분도 높아진다. 배추는 겨울이 되면 추위로부터 자신

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당분 등을 축적해 식물이 어는 온도(응고점, 凝固点)를 낮춘다. 당이 축적되면 세포 내 액의 농도가 상승하고 세포 밖으로 얼음이 존재해도 세포에 침투하기 어려워지므로 세포는 점점 얼기 어려워 세포가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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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꽃을 넣은 회비빔밥




일반 물보다 설탕물이 더 낮은 온도에서 동결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당이 축적된 봄동 배추는 달고, 꽃대 또한 달착하다. 그 맛과 싱그러움은 입맛을 돋게 하므로 남도에서는 봄동 배추의 꽃대가 한 뼘 가량 자라도 겉절이용으로 많이 이용되어 온 전통이 있다. 


꽃 또한 꽃이 예쁘면서 독이 없고, 달달한 맛이 있으므로 요리의 장식은 물론 그 자체가 요리 재료로 사용하기에 좋다. 배추꽃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것은 비빔밥이다. 


밥 위에 봄나물 몇 가지와 배추꽃을 올려놓고, 고추장, 참기름, 참깨를 뿌리고 비비면 꽃 비빔밥이 된다. 밥그릇과 밥에서 봄을 느끼고, 봄을 먹게 된다. 회덮밥에도 배추꽃을 이용하기 좋다. 쑥갓과 봄나물, 고춧가루, 마늘, 파, 깨소금, 식초를 넣고 버무린 것을 밥 위로 올려놓고, 그 위에 생선 살과 배추꽃을 올려놓으면 봄에만 맛 볼 수 있는 꽃밥이자 회덮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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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꽃밥에 사용하기 위해 씻는 배추꽃



배추꽃은 맛이 상큼하면서도 달착하므로 그 자체를 메인으로 한 샐러드를 만들면 식탁이 아름다워지고, 봄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샐러드가 된다. 

 

배추는 다른 꽃과는 달리 봄에만 피고, 봄에만 감상할 수 있는 봄꽃이기에 배추꽃을 이용한 꽃 비빔밥, 배추꽃 샐러드 모두 배추가 주는 특별한 봄 선물이다. 


남도에서는 배추꽃이 지고 있으나 북부지역에서는 아직도 볼 수 있는 시기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배추꽃으로 특별한 봄 식탁을 꾸미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맛을 선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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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꽃은 장식으로도 좋지만 메인으로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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