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칼럼 멕시코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를 보다

2022.03.01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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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를 보다 


글 ·사진 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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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카미노레알 호텔 로비에서 본 입구와 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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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레알 호텔 입구의 로고와 환상적인 핑크 빛 벽체



멕시코는 한때 찬란한 고대문명으로 빛났던 곳으로 중남미 일대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풍요로운 나라로 꼽힌다. 정렬의 나라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오랜 역사와 문화를 이어왔다. 1521년 스페인이 정복하여 오랜 시간 식민지로 지내왔다. 그 후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여 오늘에 이른다. 광활한 대지 위에 건설된 마야의 유적들과 뿌리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중남미 고대문명을 건설한 이들은 아메리카 인디오들로 우리와 같은 몽고계 인종에 속한다. 


중미에서 발달한 문명은 고대 이집트처럼 오랜 기간 안정되고 변화 없는 정적인 문명이 아니라 정복과 전쟁이 계속된 동적인 세계라고 할 수 있다.미대륙을 발견한 스페인 함대의 콜럼버스가 처음에는 동인도를 항해하였지만 카리브해의 중남미를 발견하여 서인도 제도라는 섬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곳의 신전들과 궁전 등을 파괴하며 금과 은, 보물들을 약탈하였다. 고대 마야문명의 건설은 도시와 건축의 주요 구성 요소인 피라미드와 구기장으로 사용하던 마당과 교역을 위한 시장과 회벽으로 마감된 바닥, 기단과 가파른 계단들이 주축을 이룬다. 마야문명은 멕시코 남부 지역의 열대 저지대와 유카탄 반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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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레알 호텔 로비에서 바라본 입구의 분수와 외벽



멕시코의 전통과 역사를 토대로 현대건축의 흐름들을 알아보자. 멕시코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루이스 바라간과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현대화 과정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루이스 바라간은 검소한 금욕주의자로 수도자와 같은 건축작품을 남겼다. 1902년 할리스코주의 수도인 구아달라할라에서 지주 계급의 아들로 태어나 토목공학을 공부하였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창이 없는 회벽칠과 중정으로 이루어진 스타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루이스 바라간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내가 설계한 주택이나 정원은 언제나 벽으로 둘러싸인 정숙의 공간을 갖고 있다. 이 정숙함 속에서 나의 분수는 노래를 부른다. 내 집은 나의 피난처이며 한 조각의 차디찬 편리함이 아니라 감동적인 건축의 한 부분이다. 나는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건축을 믿는다.”


그의 주요 작품들은 멕시코의 전통과 멕시코의 칼라를 보여 주고 있다. 숨 막힐 듯이 절제된 공간들, 멕시코의 정취가 엮어 내는 편안함과 원색적인 색깔의 조화들은 그의 독특한 건축언어이다. 소박하면서 절제되고 초라한 모습을 가진 바라간의 주택을 보면서 검소한 인간의 삶의 공간을 보여준다. 그의 건축작품들은 가장 보편적인 것이며 강렬한 색채가 있고 거친 텍스처(결, 질감)가 있으며 편안한 정감이 흘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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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레알 호텔을 연결해 주는 중간 통로 외벽



루이스 바라간은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통하여 많은 경험과 감명을 받은 것이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모로코의 북 사하라 사막에 있는 집들과 그곳 사람들의 생활과 분위기들을 보고 느끼며 알게 된 모든 것은 그가 작품을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다. 1931년에는 유럽에 건너가 르 코르뷔제의 작품을 접하고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의 바이제호프 주거단지를 여행하며 더욱 많은 감명을 받은 것이다. 바라간주택 이외에도 수많은 작품이 있지만 특히 멕시코시티로부터 남쪽에 위치한 트랄판에 있는 카푸치나스 시크라멘타리아스는 수녀원을 위한 건물로 정문에 들어서면 작은 중정이 눈에 들어오면서 소박한 느낌의 편안하고 절제된 듯 조용한 수녀원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외부의 모습은 바라간의 주택과 마찬가지로 소박하며 검소한 형태의 모양을 보여준다. 벽들의 색채들에서 표현되는 절제된 듯한 멕시코 스타일의 컬러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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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레알 호텔 내부의 그랜드 볼륨으로 오르는 계단과 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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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 시내에 있는 리카르토 레고레타의 스튜디오 외부 모습



리카르토 레고레타는 루이스 바라간의 제자로 그의 작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레고레타의 글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건축은 벽이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멕시코는 건축의 나라이고,

멕시코는 벽돌의 나라입니다. 

우리는 벽에서 삶을 살고 벽에서 멕시코를 봅니다. 

슬픔과 기쁨 그리고 사랑. 평화, 빛 그리고 색채

이 모든 것들의 본성이 멕시코의 벽속에 있음을 압니다.

스페인 통치 이전-식민지시대-그리고 현대문명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벽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외래 문명이 우리를 지배했던 때

벽은 부끄러워하며 사라졌습니다. 

숨어서 울었습니다.

멕시코가 그 고통을 견디고 이겼을 때 벽들은 고함쳤습니다.

멕시코가 다시 이겼을 때 벽들은 나타났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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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사무실 내부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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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르도 레고레타의 내부 설계실


또한 레고레타는 “나의 영감은 멕시코의 전통과 매일매일 겪는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받는다. 나는 멕시코의 역사와 식민지시대의 토속적인 것이 아니라 멕시코인의 생활에서 배운다.”고 말한다. 신비함, 빛, 색, 벽, 중정과 뜰, 친근함과 스케일 물, 유머 등….


이 모든 것들은 그가 인생을 통하여 보고 배운 멕시코인의 생활이 담긴 건축적 요소들이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 보면 멕시코의 냄새가 독특하게 느껴진다. 그중에 1968년에 지어진 멕시코시티의 카미노레알 호텔의 벽체에서 보이는 마젠타 색깔의 의아함과 호텔입구 마당에 있는 분수에서 용솟음치는 물줄기의 시원스러운 신비함이 레고레타가 이야기하는 신비의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번잡한 도시의 도로 사이에 경계로 세워져있는 빨간색과 핑크색의 벽체에서 더욱 신비스러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입구를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물줄기의 형상도 멕시코 정원이나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방식이 도입되어 있다. 방문객들이 출입하는 입구의 벽체들은 바닥에 일렬로 놓인 간접조명들이 하나의 드라마틱한 연출방법으로 새로운 호기심을 연출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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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스튜디오 내부


 

멕시코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듯한 노랑과 핑크 그리고 파랑색의 조화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생동감이 넘치는 느낌이다. 


멕시코시티의 카미노레알 호텔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다음날 레고레타 스튜디오를 방문하였다. 그동안 건축을 테마로 사진을 촬영하였지만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스튜디오는 너무나 환상적인 분위기였다. 입구에서부터 노랑과 핑크로 장식된 색깔들은 너무도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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