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호 칼럼 6월에 새해를 맞이하는 민족이 있다

2022.09.18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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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새해를 맞이하는

민족이 있다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지난 6월 24일. 이 시기에 계절이 한겨울인 지역이 있다.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도 해당된다. 해변에는 거친 파도와 세찬 바닷바람이 몰아친다. 매서운 추위다. 그런데 이러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해변에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해돋이를 보러 같이 온 사람들로 이내 붐비기 시작한다.


그들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케이팝(K-pop)을 부르는 이들도 있다. 뻗어가는 우리 문화의 역동성과 영향력을 새삼 느낀다. 어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며 여기저기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만든다. 틈틈이 뉴질랜드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보여 눈길을 끈다.


이날을 맞아 마오리족은 물론 뉴질랜드인들이 새로운 희망과 계획으로 각오를 다진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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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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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4일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새해인 ‘마타리키’를 축하하는 불꽃이 뉴질랜드 웰링턴 상공에서 하늘을 비추고 있다.




한해를 반추하고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는 날이다. 6월에 새해라니…. 이날을 일컬어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설날인 ‘마타리키(Matariki)’라고 한다. 남반구도 북반구처럼 새해를 겨울에 맞이 한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그동안 ‘마타리키’는 마오리족의 설날로 지속돼 오긴 했지만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올해 기념일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도 될 듯하다. 올해부터 공식국가 공휴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50년 만에 새로 제정되는 공휴일이기에 마오리족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모든 민족이 경사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오리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마타리키’는 해마다 날짜가 조금씩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원주민의 고유한 새해를 국가 공휴일로 지정한 일은 드문 현상이다. 인종·지역·계층 균형을 추구하고자 하는 뉴질랜드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마오리족은 매년 마타리키 축제를 열고 자연과 조상을 섬겼다. 해마다 거둬들이는 풍성한 농작물의 수확이 자연과 조상의 도움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마오리족들은 양식을 저장하기 위해식품 저장고인 ‘파타카파타카(Patakapataka)’를 만들었다. 평소 이곳에는 수확한 양식을 넣는데 이식품 저장고가 가득 찰 시기는 농한기가 시작되는 때다. 따라서 농한기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데, 이때 가무를 즐기는가 하면 이웃끼리 음식도 나누고 조상도 기리는 등 다채로운 행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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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4일 뉴질랜드 마오리족 대표들이 웰링턴에서 열리는 마오리 새해 기념행사인 ‘마타리키’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질랜드에서 1년 중 별자리를 볼 수 있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 무려 11개월이다. 5월 중순경부터 6월 중순경까지 약 한 달 동안은 볼 수 없지만 그 이후 다시 볼 수 있다.


마오리족의 설날 ‘마타리키’의 유래를 보자. 마타리키는 뉴질랜드의 한겨울 밤하늘에 떠오르는 별자리로 황소자리를 가리키는데, 마타리키 성단(고대 그리스 이름으로 ‘플레이아데스 성단(Pleiades cluster)’이라 함)이라고 한다. 마오리족들은 이들 마타리키 별무리가 하늘에 모습을 드러내면 새해가 시작된다고 믿었다. 마타리키는 성단의 이름이자 특정한 별 ‘화에아(Whaea 어머니)’인 마타리키를 가리킨다. ‘건강, 행복, 성찰, 희망’ 등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별자리는 수백 개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밝은 별자리 중의 하나다.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른데 하와이에서는 ‘왕족의 눈(eyes of royalty, Makalii)’이라 한다.


이 별들이 일반적으로 밝게 나타나는데 별빛이 선명할수록 풍요로운 한해가 된다고 믿었다. 별의 밝음 정도가 곧 수확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별들이 밝고 환하면 풍년이 들 것이라 믿었으며 흐리고 어두우면 흉년이 들 것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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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리족의 전통춤이면서 격렬한 의식인 ‘하카(Haka)’




이번엔 ‘마타리키’를 찾는 방법을 보자. 일출 전에 북동쪽 지평선에서 찾을 수 있다. 마타리키 성단이 수백 개의 별 클러스터로 이뤄져 있으나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자리이다. 그중 9개 별은 눈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중 6개 별에 얽힌 이야기가 마오리 신화로 전승되고 있는데 마오리 문화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6개의 별은 ‘투푸아누쿠·투푸아랑이·와이푸나랑이·와이티·와이타·우루랑이’이다. ‘투푸아누쿠’는 땅에서 자라고 수확하는 음식과 연결된 별로써 그 의미를 분석해 보면 ‘투푸’는 ‘자라는 것’, ‘누쿠’는 ‘파파투아누쿠’의 축약어로 땅을 의미한다.


‘투푸아랑이’는 공중에서 얻는 먹거리와 관계가 있는데 각종 과일, 새 종류가 해당된다. ‘와이티’는 강이라는 의미인 ‘아와(Awa)’, 샘물의 의미인 ‘와이푸나(Waipuna)’, 습지의 의미인 ‘쿠쿠와이(Kukuwai)’, 호수라는 의미인 ‘로토(Roto)’를 뜻하기에 육지의 물과 그곳에서 얻는 음식들과 관련이 있다.


‘와이타’는 바다에서 얻는 해산물과 관계가 있는데 바다 및 그곳에서 서식하는 해양 생물을 존중하라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우루랑이’는 다양한 바람의 종류와 관계가 있다. 이렇듯 마타리키가 지닌 의미는 다양하다. 마오리족의 설날로 시작되었지만 마타리키를 맞이하는 뉴질랜드 전역은 자축의 축제 분위기로 물든다. 다채로운 축하 행사가 잇달아 펼쳐지는데 약 한 달 동안 열린다. 새해 시즌에 열리는 메이저 문화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마오리족은 설날 축제의 일환으로 연 날리는 풍습이 있는데 소망을 담아 연을 날려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마오리족의 전통춤이면서 격렬한 의식인 ‘하카(Haka)’도 빼놓을 수 없다.



마오리족은 새해 소망을 연에 담아

날려 보내는 것은 아닐까 ….

마오리족의 전통춤인 ‘하카(Haka)’는

오늘날 뉴질랜드의 상징이면서

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늘날 하카는 뉴질랜드의 상징이면서 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날 오클랜드 공항에 지인을 마중하러 갔다. 도착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렁찬 ‘하카’ 구호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까이 가보니 젊은 남녀 10명 정도가 하카 춤을 추고 있다.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두 신기한 듯, 감동적인 듯한 모습으로 바라본다. 가족 또는 지인을 배웅하거나 맞이할 때 이러한 하카를 추는데 이러한 상황에 뉴질랜드인들은 익숙해져 있다.


여기서 함께 어우러져 사는 주변과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뉴질랜드인들은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서로 다름을 이해하려고 한다. 공공선을 추구하는 진정한 모습이라 여겨진다. 사회의 다원적 가치를 균형 있고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으니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간직해야 할 시대정신이 아닐까 한다. 편향성에서 벗어나야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혁신 키워드를 시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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