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호 칼럼 귀신까지 지켜주었던 탱자나무와 감기에 좋은 탱자청

2022.10.16 글마루
0 234


귀신까지 지켜주었던

탱자나무와 감기에 좋은 탱자청 


글·사진 허북구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국장


510f2512cc18a17ed288c898554404f9_1665922700_5971.png

노랗게 익고 있는 탱자


510f2512cc18a17ed288c898554404f9_1665922700_665.png

탱자나무




가을이 내려앉고 있는 오래된 시골 마을에는 탱자가 반갑게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굵은 가시 사이로 보름달처럼 둥글고 노랗게 익어가는 탱자는 오래된 남도의 시골 마을이나 과수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조밀하면서도 커다랗고 억센 가지, 추위에 강하면서 도 메마른 땅에서 잘 자라는 탱자나무는 바람과 함께 도둑을 막아주는 산울타리로 많이 사용되다가 1970년대에 전개된 새마을운동으로 하나둘 사라졌다. 지금은 탱자나무에 관한 희미한 기억과 함께 시골집이나 과수원의 오래된 징표 정도로만 일부 남아 있는 가운데 탱자가 매끈하고 세련된 모습의 카페 등지에서 탱자청차 등 기호식품으로 변모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감귤과 유사하나 탱자나무속으로 분류

탱자나무는 중국 원산의 운향과 낙엽관목으로 학명은 ‘Poncirus trifoliata’이다. 속명 폰치루스(Poncirus)는 이 속과 유사한 프랑스산 귤나무 종류인 퐁치르(poncire)에서 유래된 것이다. 종명 트리폴리아타(trifoliata)는 잎이 3장인 3출엽이라는 뜻으로 3개의 소엽으로 이루진 탱자나무의 복엽에서 유래된 것이다. 




510f2512cc18a17ed288c898554404f9_1665922700_8968.png

탱자나무 꽃




탱자나무 속명은 시트러스(Citrus)로 표기하는 사례도 있다. 속명을 폰치루스(Poncirus)로 표기한 것은 탱자를 별개의 탱자나무속으로 표기한 것이고 시트러스(Citrus)는 탱자나무와 열매가 귤나무와 비슷하다고 해서 귤속으로 표현한 것인데, 최근에는 탱자나무속(Poncirus)으로 표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영어 이름 트리폴리아타오렌지(trifoliate orange)는 탱자나무의 잎과 열매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탱자의 중국명에 대해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는 지(枳), 지실(枳實)로 <개보본초(開寶本草)>에서는 지각(枳殼)으로 <중약대사전(中藥大辭典)>에서는 구귤(枸橘), 산등(酸橙), 향원(香圓), 향연(香櫞)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탱자의 미숙과는 지실(枳實)로, 성숙기가 가까운 열매는 지각(枳殼)이라고 부른다.


조선 초기인 1433(세종 15)년에 노중례(盧仲禮) 등이 간행된 향약에 관한 의약서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허준(許浚, 1546~1615)이 저술한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탱자는 지실(枳實)로 표기되어 있다.


탱자나무의 우리나라 이름 탱자는 방탕한 사람이라는 뜻의 탕자(蕩子), 탱글탱글한 열매 모양, 지켜주고 버티어 준다는 의미의 탱(撐)과 가시란 의미의 자(朿)의 합성어인 탱자(撐朿), 중국의 귤이라는 뜻 당지(唐枳)의 중국어 발음인 탕즈(Tang Zhi), 맛이 시며 유자처럼 씨앗이 많은 것에 빗댄 당자(唐子)의 중국 발음인 탕지(Tang Zi)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등 다양하다.



510f2512cc18a17ed288c898554404f9_1665922701_1476.png

탱자나무 울타리




바람, 도둑 귀신까지 막아준 탱자나무 

우리나라에서 탱자나무의 용도는 새마을운동 이전까지만 해도 남부지방에서 방풍수와 생울타리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추위에 강하고 조밀하게 자라는 특성이 있는 탱자나무는 태풍 등 강한 바람에 의해 과일이 낙과되거나 상처를 입는 것을 막아주고 날카로운 가시로 인해 과일을 훔쳐 가는 것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


탱자나무 생울타리는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 주택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다. 탱자나무 울타리는 조선시대에 안에 있는 사람을 밖으로 나오지 못 하게 하는 위리안치(圍籬安置)라는 형벌에 사용했던 나무로 유명하다. 탱자나무는 그만큼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서 민가에서는 저승사자까지 출입을 못 하게 믿음과 액을 지켜준다고 믿는 민속이 있었고 이는 주택 울타리로 많이 이용된 배경이 되었다.


주택의 생울타리로 많이 사용되었던 탱자나무는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기 쉽고 손질의 번거로운 문제점, 미신(迷信)의 약화, 새마을운동으로 블록 담장이 보급되면서 주택에서는 대부분 없어졌다. 


탱자나무가 생울타리로 많이 사용되었던 시절에 탱자는 아이들의 공놀이 재료나 작은 축구공으로 많이 이용되었고 다소 굵은 탱자나무 가지는 도끼, 괭이 등의 연장 자루로 인기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탱자나무 북채는 고수들 사이에서 최고로 여겨졌다.


탱자나무는 이후 제주도에 감귤나무와 남부 지방에 유자 묘목의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감귤나무와 유자나무의 대목으로 인기가 높았다. 감귤과 유자를 탱자나무에 접목하면 강건하고 추위에도 강하기 때문이었다.



건강을 지켜준 생약 

탱자나무의 굵으면서도 뾰족한 가시가 재산과 귀신까지 지켜주었고 조밀한 가지가 바람을 막아주었다면, 탱자나무 열매는 건강을 지켜주는 생약으로 사용되어 왔음이 다수의 문헌에 나타나 있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탱자에 대해 “맛은 쓰고 시며, 성질은 차나 독이 없다. 피부에 두드러기가 돋아 몹시 가려운 것을 낫게 하고, 이질을 멈추고 새살이 잘 살아나게 한다. 오장을 고르게 하고 기를 보하며 몸을 거뿐하게 한다. 가슴과 옆구리의 담벽을 없애고 부은 것을 내린다. 명치 아래가 땅기면서 더부룩하고 아픈 것, 기가 치미는 것, 옆구리가 풍으로 아픈 것 등도 치료한다. 위기를 편안하게 하고 묽은 설사를 멈추며 눈을 밝게 한다.”는 내용이 있다.



탱자나무 가시, 울타리로 활용

탱자, 쓰고 시며 찬성질 있어

감염 예방, 염증 완화에 효과적



510f2512cc18a17ed288c898554404f9_1665922701_2063.png

탱자청을 넣은 차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탱자 열매(枳實)에 대해 “성질은 차며 맛은 쓰고 시며, 독이 없다. 피부의 심한 가려움증과 담벽(痰癖)을 낮게 하며 창만과 명치 밑이 

아픈 것을 낫게 하고 오랜 식체를 삭힌다.”는 내용이 있다. 탱자 껍질(枳殼)에 대해서는 “성질은 차고 맛이 쓰며, 시고 독이 없다. 폐기로 기침하는 것을 낫게 하며, 가슴 속에 몰려 있는 담을 헤치고 대소장을 잘 통하게 하며, 창만하여 막히고 관격(關格)으로 몰리고 막힌 것을 열어 준다. 담을 삭이고 물을 몰아내며 징벽(癥癖)과 몰려 있는 사기를 헤치고 풍으로 가렵고 마비된 것, 장풍, 치질을 낫게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외에 중국과 일본 자료에는 “방향성 건위 작용, 이뇨 작용, 발한 작용, 거담 작용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으며 위장의 열을 식히는 약초로 임산부, 냉증, 허약 체질의 사람은 복용이 금기된다.”는 내용이 있다. 일본에서는 탱자나무 과일과 잎이 피부를 아름답게 유지하고 땀과 거담을 촉진한다고 여겨져 목욕탕 물에 넣은 후 목욕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탱자에는 감기를 예방하는 비타민C 함량이 매우 높고 발암 억제 작용이나 항염증 작용, 지질 대사 개선 효과나 대사 증후군에 수반되는 염증 반응의 완화 효과 등의 효과를 가진 아우랍텐(auraptene, 7-geranyloxycoumarin)이 많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탱자에는 위와 같이 고문헌에는 피부병, 거담, 건위, 이뇨, 기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으며 최근의 연구에서는 항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건강을 지켜주는 과실이라 할 수가 있다.



510f2512cc18a17ed288c898554404f9_1665922701_3048.png

잘라서 건조시킨 탱자



쓰고 신맛, 단맛의 조화를 즐기는 탱자청과 차 

탱자는 건강에 좋다고 하나 매우 시고 쓴맛이어서 먹기가 쉽지 않다. 탱자에 바늘을 찌르고 난 후 그 틈에 입을 대면 미세한 즙만으로 탱자가 얼마만큼 쓰고 신맛인지를 알 수가 있다. 이 쓰고 신맛은 탱자를 청(진액)으로 만들어 물로 희석하면 다른 음식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매력적인 맛이 된다. ‘단맛 : 쓴맛 : 신맛’은 그 비율에 따라 종합적인 맛이 달라지는데, 각자 기호에 따라 황금비율을 찾아서 즐기면 향까지 즐길 수 있는 귀한 음료가 된다.이 음료의 기본이 되는 것은 탱자청이다. 탱자청 만들기는 다른 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노랗게 익기 시작하는 신선한 탱자를 수확해서 베이킹파우더 또는 밀가루를 뿌려가면서 하나하나 문지르고 찬물로 여러 번 씻는다. 그 다음 물기를 제거하고 탱자를 자르고 티스푼 등으로 탱자씨앗을 제거한다. 이것은 설탕과 1:1로 혼합하여 소독을 마친 유리병에 넣고 뚜껑을 닫은 후 1~2일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냉장 보관한다. 보통은 2주 후부터 먹을 수 있는데, 2~3개월이 지나면 청(진액)이 되어 음료로 사용하기에 알맞게 된다. 


탱자청을 기본으로 ‘단맛 : 쓴맛 : 신맛’을 조화롭게 연출하면 매우 맛있고 향도 좋으나 4개월 이상이 되면 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고유의 맛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올가을에는 탱자의 이러한 특성을 알고 탱차청을 만들어 자신만의 색깔, 자신만의 맛의 비법을 찾아 즐기길 바란다.






Comments

  1.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