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호 칼럼 뉴질랜드의 인성 교육·문화

2021.06.28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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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인성 교육·문화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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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초지와 수많은 양떼들의 모습에 놀란다. 양이 마치 뉴질랜드의 대변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인간과 동물이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나라들 중 대표적인 나라다. 시가지를 벗어나자마자 드넓은 초지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떼의 모습이 눈앞에 들어온다. 양떼 사진을 찍기 위해 양 가까이 접근해서 잠깐 자동차를 멈춘다. 그 순간 가까이 있던 양 한 마리가 고개를 들어 자동차를 바라본다. 사람들이 자동차에서 내리자 이번에는 주위에 있던 여러 마리의 양들도 긴장한 모습으로 바라본다.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포복하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려하자 양들이 일제히 도망가기 시작한다. 그전까지만 해도 한가로이 풀을 뜯던 양들인데 말이다. 동물친화적인 뉴질랜드에서 양들이 갑자기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겁이 많기도 하지만 그들을 위협하는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오늘날 온화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양에 비유를 한다. 중세까지만 하더라도 양은 고집이 세고 사람을 들이받기도 하는 등 공격적인 면이 많았다. 당시 양치기들 중 사상자가 꽤 많이 발생했는데 주요 원인이 양의 거친 공격 때문이었다. 양의 공격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양이 들이받으면 ‘부대에 담은 무거운 화분을 휘두른 것에 맞은 것’과 비슷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포악했던 양이 사람들에 의해 통제되고 길들여져 순종하는 동물로 인식돼 있다. 인간으로 비유한다면 인성교육이 잘돼 있다고 하겠다. 


뉴질랜드는 생물의 다양성만큼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인구가 500만 명에 불과하지만, 120여 개의 다민족이 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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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다원적 가치 또는 이문화를 인지하지 못한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화 충격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을 인지하여 학교 교육 운영 방식은 ‘문화, 종교, 혈통 등에 의해 어떠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잔존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타인과 관계 맺기의 어려움, 사회 참여 및 공헌 부족 등 인성교육의 부재·부실화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자 및 각국 유학생 등이 겪는 문화충격은 컸다. 정부차원에서는 참 교육에 대한 개념 정립과 인성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드디어 교육부에서는 2005년 ‘핵심역량(key competences)’이라는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이는 학교가 ‘인성교육’과 연계해서 학생이 관심 있는 분야에 소질을 계발하는 방식이다. 


인성 교육의 한 가지 방법으로 시행하는 ‘나이를 초월한 특별프로그램’ 운영을 보자. 이 프로그램은 교육기관의 경계가 없다는 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대학생들이 고등학교에 멘토로 파견되고, 고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대학과 연계된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같이 수업을 듣고 토론할 수 있다. 교육의 지평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진로 설정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자신의 의견을 주저 없이 말하기도 하지만 비판도 받아들이는데, 비판을 자신에 대한 공격이나 불만이라고 여기지 않고 다름이나 차이점이라고 인식한다. 배려와 이해의 인성 교육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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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교육을 수업과 연계하여 살펴보자. 뉴질랜드 교육에는 정해진 교과서가 거의 없다. 따라서 교사가 수업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며 수업은 교사의 재량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실습, 토론, 그룹·협력학습 위주의 수업이 많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타인을 배려함은 물론 학교폭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유치부 수업을 보자. 그룹별로 수업이 진행되며 아이의 개별 수준에 따라 레벨이 나뉘어진다. 가령 10명이 영어 수업을 받을 경우 모두 똑같은 내용을 배우지 않는다. 옆 친구와도 배우는 내용이 다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런 교육방법을 택할까. ‘같은 내용으로 모두 같은 교육을 한다면 매번 집중할 수 없는 아이들의 기질을 무시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업 방식에 녹아있는 토론식 수업은 단순히 영어를 말하는 아이 또는 영어를 쓰는 아이에서 멈추지 않고 영어로 생각하고 논리를 펼치며 궁극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게 하는 아이로 기르게 한다. 한편 평가는 배우는 내용이 다르므로 상대평가를 할 수 없다. 레벨에서 정해진 성취도를 달성하면 수준에 관계없이 ‘통과’ ‘우수’ ‘최우수’ 등의 점수만 주어진다. 이처럼 시험 등수를 매기는 시험이 없어서 공부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진다. 


대부분의 뉴질랜드 초, 중, 고등학교는 보통 오후 3시에 학교가 끝나는데, 이후 학원을 전전하지 않는다. 사교육으로 음악·미술·무용 등 일부 과목이 존재하고 있지만 입시학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반면에 자신의 취미와 특기를 살릴 수 있는 각종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어 있다. 등·하굣길에 학생들 스스로 교통안내를 하며, 함께 자전거 타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더불어 사는 가치를 체험하고 있다. 배려, 준법, 공공 질서의식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체육시간에 인성교육을 접목한 수업을 보자. 고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체육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초청받은 초등학생들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들이다. 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놀랍게도 인근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찰스’ 등 3명의 학생이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축구를 한다. 그런데 공을 차는데 헛발질을 많이 한다. 교사는 안쓰럽게 이들의 모습을 본다. 언짢은 표정의 한 초등학생 ‘피터(9)’가 공을 들고 ‘찰스(18)’에게 다가온다. 찰스가 다가온 피터에게 “조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다시 연습해 보자”라고 말한다. 피터가 찰스의 지시대로 여러 번 반복했다. 드디어 피터가 찬 공은 골대를 향했다. 피터는 신이 났다. 배려와 약자를 돕는 인성 교육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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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사회적 인성 문화를 보자. 뉴질랜드에서는 일자리를 소개 받거나 취업을 원할 경우 이력서에 반드시 써야 할 항목이 있다. 참고인 2명 정도를 명시해야 한다. 참고인을 통해 지원자의 평판을 조회하기 위함이다. 그만큼 평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현상은 임대주택·임대아파트 등을 구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건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인성을 검증한다. 


또 다른 경우를 보자. 작년 어느 날 나는 뉴질랜드팀과 영국팀의 크리켓 경기를 보러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경기장에 갔다. 뉴질랜드인들은 영국팀을 완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뉴질랜드팀만 응원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했던 대로 뉴질랜드팀이 공격을 하자 열광적인 응원이 이어졌다. 그런데 잠시 후, 영국팀의 공격이 있었는데 점수로 이어졌다. 아쉬워해야 할 순간인데 놀라운 현상이 일어난다. 모든 관중들이 환희에 찬 함성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게 아닌가. 상대팀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표출한 점이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진한 인간애를 느낀다. 뉴질랜드에서 성공은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더 중요한 점이라면 이웃을 사랑하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더불어 봉사, 나눔, 배려 등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 중심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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