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호 칼럼 철저한 수하물 검색과 양봉부국의 비결

2023.01.25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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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수하물 검색과

양봉부국의 비결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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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어느 날 뉴질랜드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대를 통과한 후 수하물 찾는 곳(Baggage Claim)으로 갔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공항에서 부친 짐을 찾기 위해서였다. 수하물 찾는 곳에서는 이미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많은 승객들이 짐을 찾기 위해 컨베이어벨트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필자는 짐을 찾았다. 근처에 있던 승객 2명도 짐을 찾아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공항 탐지견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가방에 바짝 붙듯 내 가방과 다른 승객 2명이 갖고 온 여러 개의 가방에 냄새를 맡았다. 탐지견의 후각은 뛰어났다. 마침내 다른 승객 1개의 가방 앞에 엎드렸다. 가방 안에 이상한 물체가 있다는 신호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는 긴장된 순간이다.


혹시 마약, 폭발물 등 위험물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과일, 과도한 현금 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공항경찰이 승객에게 가방을 열어보라고 해서 열었는데 2만불이라는 과도한 현금이 들어 있었다. 승객이 반입한 금액은 한도를 초과했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이번엔 여행자가 공항 입국 심사과정에서 입국거부를 당하고 추방당한 사례다. 2017년 어느 날 뉴질랜드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한 여성이 도착했다. 그녀는 토마토 씨앗을 가져 왔는데 이를 신고하지 않고 가지고 나오려다가 적발된 경우다. 뉴질랜드는 특히 농수산물에 대한 검역이 철저하다. 그 여성은 이러한 뉴질랜드 검역 시스템을 모르거나 설령 알고 있더라도 이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점이 큰 문제를 초래했다. 결국 뉴질랜드 1차 산업자원부(MPI)의 검역 직원을 속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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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오클랜드 국제공항




씨앗은 아주 작은 상자 안의 티슈에 싸여 있었다. 1차 산업자원부 직원과 이민성 직원은 이러한 행위가 뉴질랜드 자연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래서 그 여성을 추방하기로 결정했으며 그 여성은 다음날 강제 추방당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당시 1차 산업자원부 크레이그 휴즈(Craig Hughes) 담당자는 “이 여성의 딸이 뉴질랜드에 사는데 그녀의 딸이 사는 정원에 토마토 씨앗을 심으려고 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런 행위는 뉴질랜드 토마토 재배에 있어 치명적인 질병 또는 해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의도적인 범죄 행위다”라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대표적인 자연친화적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에 조금이라도 위해를 줄 수 있거나 질병이 생긴다면 사회국가적 손실이 막대하다. 이런 면은 뉴질랜드의 특성상 낙농업 등 1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반입 금지 ‘위험 물품’을 가져 온 경우 우선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모든 반입 물품이 반입이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중 일부는 세관에서 폐기되지만 일부는 검사를 거쳐 검역담당자의 판단 하에 통과가 가능한 것도 있다. 만일 반입 금지 물품을 신고하지 않고 적발되면 규정에 따른 처벌이 따른다. 예를 들어 과일 1개라도 적발됐을 경우 예외 없이 400달러(뉴질랜드 달러) 벌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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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는 1993년 세계 최초로 ‘생물보안법’을 시행하여 세계적인 양봉국가가 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뉴질랜드산 마누카꿀, 화분, 프로폴리스 등의 품질이 해외에서 신뢰받고 인정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명성에 걸맞게 양봉 법규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데 기인한다. 양봉장의 위치, 봉군의 규모는 물론, 꿀벌의 공급처, 양봉장 내부의 벌통 위치까지 기입해야한다. 변조꿀을 추적하고 병해충 등 피해 발생시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하기 위한 방편이다. 아울러 식품회사 규정을 모두 갖추어야 하며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구체적인 것으로, 허가한 업체의 건물에서 생산해야 하며 데이터관리, 직원 대상 교육 및 위생 점검, 시설 및 건물, 용수, 설비, 라벨/패키지, 생산단계별 절차, 리콜, 폐기물, 스토리지, 운송, 계측기 영점조정, 배치관리 등이다.

2017년부터는 뉴질랜드 정부 차원에서 수출용 마누카꿀의 관리 및 감독을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 정부에서 파견된 검사원은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도구의 재료에 대하여 의혹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조회사에 요구하는 것이 있다. 사용 도구 재료에 대한 무해성 검사 성적서이다. 꿀의 경우, 꿀을 담는 병 및 뚜껑 그리고 사용하는 호스, 파이프 등이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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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와 재료에 닿는 모든 도구들이 안전한 제품이어야 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납, 카드늄 등 중금속이나 유해한 화학물질로 만든 도구들은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뉴질랜드에서 양봉가와 봉산물 생산기업은 별개다. 양봉가는 봉산물 생산기업에 원재료를 공급하면서 봉산물 신고서(Harvest Declaration)를 제출해야 한다. 신고서 내용에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생산했는지가 기입되어야 한다. 만약 어떤 양봉가가 1차 산업자원부에 등록되지 않았다면 꿀제조공장에 꿀을 공급하지 못한다.


양봉가 ID 및 봉산물 생산업체 ID 등이 서로 연계되어 뉴질랜드 1차 산업자원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생산자의 책임과 소비자의 건강을 담보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만약 소비자가 꿀을 먹은 후 탈이 나는 경우가 있다면 리콜처리는 물론, 규정 위반이 발견되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 및 처벌을 받게 된다.


뉴질랜드의 마누카꿀은 뉴질랜드에서만 생산되는 것으로 ‘마누카’라는 나무의 꽃에서 만들어진다. 다만 채집 기간이 1년에 4주 정도로만 된다는 점이 한계다. 오래전부터 뉴질랜드 마오리족에 의해 민간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다가 마누카꿀에 우수한 항균 작용이 있다는 것이 뉴질랜드 와이카토대학의 임상연구결과에 의해 밝혀졌다. 꿀벌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는 곧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라 할 수 있다. 꿀만 만들어내는 양봉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벌을 매개로 살아가는 생태계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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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제품과는 관련 없는 이미지 사진입니다



‘마누카꿀’이 세계 벌꿀 시장을 제패한 배경에는 ‘소비자 신뢰’를 최우선 가치에 두었기 때문이다. 230g 꿀단지 하나가 200만 원을 호가한다. 연평균 2만 톤의 천연꿀을 생산하는 뉴질랜드는 매년 3억 4000만 달러(약 4856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천연꿀 수출액 1위를 달리고 있다. 뉴질랜드 당국과 양봉업자들의 꾸준한 노력이 오늘날 뉴질랜드를 세계적인 양봉부국으로 이끈 견인차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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