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호 칼럼 뉴질랜드의 대형 장어

2021.09.01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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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대형 장어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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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필자는 거주하는 크라이스트처치 지역 근교에 있는 하천을 갔다. 오랫동안 미뤄왔던 낚시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 하천에는 오래전부터 한국인을 비롯해 동양인들이 좋아하는 회유성 생선이 많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평균 길이가 1m에 몸통은 성인 남자 팔뚝만 하다고 했다. 평소 생각하면 할수록 관심도와 호기심은 점점 더해 갔다. 대형 낚싯대를 포함해 여러 가지 낚시도구를 준비했다. 특이한 미끼도 준비했는데 잘게 자른 소고기와 참기름이었다. 낚시할 대상인 생선이 참기름을 바른 소고기를 특히 좋아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두운 밤에 도착한 하천 사방은 불빛 하나 보이지 않았다. 자갈밭을 지나 수풀 사이의 유유히 흐르는 물가로 갔다. 물에 불빛을 비춰 보았다. 얼마나 물이 맑은지 육안으로도 물속이 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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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서식하고 있는 안길라 장어




청정 환경에 서식하는 대형 장어

팔뚝 굵기의 1m 넘는 장어 많아

최대 106년까지 산 장어도 있어



아! 그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길고 몸통이 큰 생선, 그야말로 초거대 생선 여러 마리가 떼지어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물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갔다. 혹시라도 허벅지가 물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하천 여러 곳에서 보이는 이 거대 생선은 길이가 족히 1m는 넘을 것 같았다. 몸통 또한 일반 생선의 크기보다 몇 배나 컸다. 지금껏 이런 물고기를 본 적이 없었는데 징그러우면서도 감탄스러웠다. 그렇다면 이 생선은 무엇인가. 마오리어로 ‘투나(tuna)’라고 부르는 이 큰 생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형 ‘장어’였다. 


뉴질랜드 청정 자연환경에서 서식하는 100% 자연산 장어다. 일반적으로 ‘장어’라고 하면 크게 민물에 서식하는 것과 바다에 서식하는 것으로 양분할 수 있으며 바다 갯장어, 바다 붕장어, 민물 뱀장어를 말한다. 이외에 특이한 장어도 있다. 남미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전기 뱀장어, 흡혈 장어로 악명 높은 칠성장어, 반투명 형태의 실뱀장어, 순한 성질을 가졌지만 형태가 험악하게 생긴 늑대장어 등을 들 수 있다. 장어는 예로부터 건강에 유익하기에 한국 및 동양에서 꾸준히 인기몰이를 해 왔다. 특히 장어가 서식하는 지역에 사는 한국인들은 귀한 손님이 찾아올 경우 장어낚시를 하여 장어요리를 하곤 했다. 이렇듯 장어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특히 환자의 병세 회복용으로 추천 1순위가 될 정도로 효능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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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서식하는 장어의 특징을 보자. 맑은 물에 서식하며 크기가 일반 장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길이가 1.8~2m에 달하며 몸통은 성인 남성의 팔뚝 또는 허벅지 크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성체의 평균 중량이 24㎏ 정도이며 최대 40㎏까지 성장한다. 한마디로 괴물 생선이라 할 수 있다. 수명 또한 길어서 몇십년에서 최대 106년까지 오래 산 경우도 있다. 이처럼 뉴질랜드에 서식하는 장어는 대형 장어로 ‘안길라 장어(Anguilla dieffenbachii)’로 불린다. ‘안길라’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성질이 난폭하거나 사납지 않으며 사람이 다가가도 물어뜯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인간 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자연산 대형 민물장어의 서식처는 다양하다. 마을 하천, 강, 호수는 물론 폭포 아래까지 이른다. 대형 장어는 특성상 성장 속도가 상당히 느리기는 하지만 수명이 길다. 매년 성장하는 길이가 15~2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길이가 1.8~2.5 로 자라려면 100년 가까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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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5m 성장까지 100년 정도 걸려

전체 인구의 30% 정도만 장어 섭취해

성장 속도 느려도 대형 장어 될 수 있어




이러한 면을 고려한다면 무엇 때문에 뉴질랜드에 대형 장어가 많은가.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장어를 먹지 않거나 먹더라도 마오리족을 비롯한 소수 민족만 먹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인구 비율면에서 유럽인들이 69%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으며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14%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30%도 먹지 않으니 성장 속도가 느려도 대형 장어가 될 수밖에 없다. 떼를 지어 움직이는 대형 장어가 있는 나라! 뉴질랜드는 장어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엄청난 크기의 장어를 과연 낚싯대로 낚을 수 있을까. 장어 또한 많으니 누구든지 낚싯대만 던지면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불현듯 생길 수 있다. 참기름을 잔뜩 바른 소고기를 낚싯바늘에 꿰어 낚싯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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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한 마리가 낚였다고 느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스펙터클한 향연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장어의 길고 큰 몸통이 말해주듯, 얼마나 힘이 센지 낚싯바늘을 끊고 도망가는 게 아닌가. 대형 장어는 정말 가공할 만한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낚시대로는 역량 부족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2시간 동안 낚시대를 던졌다. 그 때마다 실패는 계속됐다. 그 다음 날, 낚싯대가 아닌 통발을 가져가서 던지기로 했다. 장어의 몸통이 워낙 커서 통발 안으로 잘 들어갈 수 있을지 추측조차 할 수 없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다행스럽게 30분마다 한 마리씩 통발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40년 이상 자란 팔뚝만한 장어였다. 아나콘다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0여 년 전부터 마오리족은 신성한 존재를 섬겨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맑은 물과 장어였다. 무엇 때문인가. 마오리족은 자신들의 거주 지역을 수호하는 수호자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니러니 한 것은 장어를 신성시하면서도 대형 장어를 잡아먹기도 했다는 점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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