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호 문화 설화 속 다문화 이야기 콩쥐팥쥐전, 선녀와 나무꾼

2022.05.12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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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속 다문화 이야기

콩쥐팥쥐전, 선녀와 나무꾼 



지구상의 어느 종족이나 민족은 나름대로의 설화(신화, 전설, 민담, 동화)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신화의 형태로, 때로는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전설의 형태로, 또는 시기도 장소가 특정되지 않는 구전 동화와 민담 형태를 띠고 있다.


글 김성회 (사)한국다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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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다양한 종족과 민족의 이야기 속에서 공통의 요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임금님의 당나귀 귀’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의 귀’는 거의 같은 내용이다. 다만 신라의 ‘임금님 귀’ 이야기가 보다 교훈적인(언로를 막지 않는 것, 백성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으라는 것) 내용이 가미되었을 뿐이다.

신화보다 인류 공통의 기억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각종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된 설화들이다. 창세기의 홍수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수메르 신화의 홍수 이야기와 구약성경의 노아와 홍수 이야기는 거의 표절에 가깝다. 또 홍수 이야기는 중국, 아메리카 인디언의 창세기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온다. 

이렇듯 창세신화나 건국신화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살펴보면 인류 보편적인 기억이나 ‘유목’과 ‘농경’이라는 ‘양대 축 생활환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활환경의 보편적인 요소들이 민족이나 종족의 정신세계와 연결되어 새롭게 구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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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보다 더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를 갖는 것이 ‘구전설화(동화)’다. ‘구전설화’는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경험과 지식을 녹여서 풀어낸 이야기이므로 공통의 기억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것이 <신데렐라>와 <콩쥐팥쥐>, <백조처녀>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이다. 


물론 민족이나 종족, 씨족의 고유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설화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동화 중의 하나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가 그것이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처럼 특정 민족이나 지역만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오래된 설화일수록 공유하는 종족이나 민족도 많을 수밖에 없다. <신데렐라>와 <콩쥐팥쥐>는 유럽에 퍼져있는 버전만 해도 500여 개가 넘는다. 분포하는 지역도 유럽과 중국과 동북아는 물론, 동남아지역과 아메리카 인디언까지 퍼져 있다. 


또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만주와 몽골, 러시아와 유럽, 인도 등지에서 <백조처녀> 이야기로 퍼져 있다. 버전도 매우 다양하다. 그중 한국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가장 드라마틱하다.

 

이는 <콩쥐팥쥐>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서양의 <신데렐라>가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면, 한국의 <콩쥐팥쥐> 이야기는 뚜렷한 권선징악과 함께 매우 복잡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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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처녀>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만주족의 시조신화, 바이칼 브리야트 족의 시조신화 외에 서양과 인도지역의 <백조처녀> 이야기로 퍼져 있다. 줄거리는 백조로 변신하여 지상에 내려와서 호숫가에 깃털을 벗어놓고 목욕(수영)하는 천녀(선녀)의 깃털을 사냥꾼(나무꾼)이 몰래 숨겨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다(<백조의 호수>에서는 마법에 걸려 백조가 된 공주로 나온다). 그런데 사냥꾼이 숨겨놓은 깃털을 건네자, 천녀(선녀)가 깃털을 입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다. 


대체로 위의 1단계에서 이야기가 끝을 맺지만, 지역에 따라 더 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남편도 호박씨를 심어 그 줄기를 타고 하늘로 따라 올라가 천녀의 도움으로 옥황상제의 시험을 통과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 추가된다. 


한국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는 또다시 노루의 도움으로 두레박을 타고 올라가 옥황상제의 시험을 통과해서 천상에 살다가 지상에 두고 온 어머니가 그리워 천마를 타고 다시 내려온다. 오랜만에 아들을 본 어머니가 호박죽을 끓여주고, 이를 받아먹다 쏟는 바람에 천마가 놀라 하늘로 올라가고, 그 바람에 땅에 떨어져 죽게 된다. 죽은 후 수탉으로 변해 하늘을 향해 꼭 올라가겠으니 기다려달라는 뜻으로 매일같이 ‘꼬끼오(꼭이오) 꼭꼭’하고 운다는 수탉이야기까지 덧붙여졌다.


다른 나라의 <백조처녀>와 한국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다른 것은 백조의 깃털과 선녀의 옷, 사냥꾼과 나무꾼, 자녀를 데리고 천상으로 올라가는 것(백조처녀는 자신만 올라간다), 나무꾼 어머니의 등장이다. 즉 한국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 다른 점은 가족과 모성애(효심)가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조신화인 <백조처녀>에서는 천녀가 하늘로 올라간 뒤 남겨진 아이들이 자신들의 시조가 되었다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선녀가 아이들까지 하늘로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또 하늘로 따라 올라간 나무꾼이 다시 내려오는 이유도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다. 그리고 나무꾼이 다시 올라가지 못하게 되는 이유도 어머니가 끓여준 호박죽 때문이다. 선녀도 아이를 데리고 올라가는 모성애가 강조되고 어머니의 모성애가 아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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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와 <콩쥐팥쥐> 이야기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보다 더 널리 퍼져 있는 설화가 <콩쥐팥쥐(신데렐라)> 이야기이다. 이 설화는 유럽은 물론, 동아시아나 인도와 동남아시아, 아메리카 인디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신데렐라>가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신데렐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친어머니의 죽음, 계모와 자식들 간의 갈등, 상층계급(왕자, 고을 원님, 부유한 상인) 등장, 도움(요술, 신령스러운 동물), 신분 상승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정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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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징악도 다른 설화들보다 훨씬 더 뚜렷하다. 까치에 의해 눈이 파먹힌다든지(신데렐라), 원님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계모마저 죽게 된다는 징벌이 눈에 띈다. 다만 <신데렐라>와 <콩쥐팥쥐> 이야기가 다른 것은 <신데렐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콩쥐팥쥐>는 주인공마저 죽은 뒤 원혼이 되어 원한을 갚는 비극으로 결말을 맺는다. 


<백조처녀>나 <신데렐라>와 달리 <선녀와 나무꾼>이나 <콩쥐팥쥐>에서는 도움을 주는 동물(노루, 참새, 두꺼비)들이 등장한다. 서양의 <신데렐라>가 요술의 도움을 받지만, <선녀와 나무꾼> <콩쥐팥쥐>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의 선행에 감복한 동물들이 도움을 준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설화가 서양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다.


한국 설화의 복잡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는 다른 설화에서도 동일하다. 한국만의 대표적인 설화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에서는 어머니와 호랑이가 등장하고, 오빠와 누이가 등장한다. 총명한 오빠가 호랑이를 속이지만, 순진한 누이가 호랑이에게 비밀을 가르쳐주어 추격을 당한다.


결국 밧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오빠는 달이 되고 누이는 해가 된다. 반면 썩은 밧줄을 타고 올라가던 호랑이는 떨어지고 수숫대에 엉덩이가 찔려 죽게 되었고, 이로 인해 수숫대 아래가 빨갛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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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의 보편성과 독창성

이렇듯 설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각종 경험과 지식, 그리고 흥미를 끄는 요소가 결합되며 만들어진다. 그러면서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에 따라 줄거리가 만들어진다. 권선징악이 대체적인 내용이지만 생활환경에 따라 약간씩 변형되고 각색된다. 


이렇듯 고유한 전래동화로 여겼던 것들도 알고 보면 인류가 함께 공유하고, 다른 곳에서 전해진 것들이 적지 않다. 또 우리에게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해도 우리만의 이야기로 남겨지지 않고 다른 나라나 장소로 전파되어 새로운 전통문화를 만들어낸다. 


예전에 없던 고추장이 한국의 전통음식이 된 것처럼 인류의 문화는 강물처럼 흐르다가 어느 곳에 머물며 호수처럼 머무는 것이다. 단일민족이 신화에 불과한 것처럼 우리의 전통문화도 알고 보면 거대한 착각이거나 신화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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