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호 문화 문화의 시원, 음악과 다문화

2021.10.03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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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시원, 음악과 다문화 


글 김성회 (사)한국다문화센터 대표



지난 호에서 춤의 기원과 다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춤은 소통을 위한 몸짓에서 어떠한 언어나 예술보다 원초적인 분야였다는 것 그리고 다른 문화의 장르처럼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고유의 춤이 전파되어 다른 곳에서 꽃피우고 전통 문화가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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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마찬가지다. 인류가 음악이라는 예술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선 춤과 같이 몇 가지 학설이있다.


첫 번째는 다윈이 주장한 것인데, 이성을 끌어들이려는 성적 충동의 발성에 기원을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주로 새들이 짝짓기를 위해 특별한 울음을 내는 것을 보며 주장한 이론이다.


두 번째는 언어의 억양과 ‘높낮이’에 따라 노래가 만들어졌다는 설이다. 주로 루소, 헤르더, 스펜서 등의 사회학자들이 주장한 것이다.


세 번째는 언어 억양에 이어 감정을 표출하면서 높낮이가 분화되어 음악이 만들어졌다는 이론이다.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 목소리가 올라가는 것에서 착안한 이론이다.


네 번째는 집단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일을 할 때 호흡을 맞추기 위해 노래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여럿이 함께 ‘이영차 이영차’하는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만들어진 이론이다.


이렇듯 음악이 만들어진 기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론이 있다. 하지만 춤과 마찬가지로 특정이론만이 옳고 나머지는 틀리다고 할 수가 없다. 다양한 원인들이 결합되어 인류의 독특한 문화예술의 한 장르인 음악이 만들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한 지역의 고유한 음악, 또 음악의 연주에 필요한 악기가 만들어졌을 것이고, 전통음악으로 굳어졌을 것이다. 또한 음악과 악기가 전파되어 다른 지역의 전통문화가 되는 경우가 생겨났을 것이다.


우리 국악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의 뿌리는 신라의 향악이다. 여기에 소그드 음악인 속악이 더해져 국악의 원형이 탄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치원은 이렇게 말했다. “소그드인들이 전한 음악을 신라 고유의 ‘향악’에 대비해 ‘속악’이라고 했으며, 신라의 음악은 ‘향악’ ‘당악’ ‘속악’이 있다.” 또 고려시대에는 향악과 속악을 묶어 ‘속악’이라고 통칭을 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려가요 등이 속악의 일종이다. 그만큼 소그드의 음악이 우리 전통음악을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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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통일신라시대의 대문장가) 초상





소그드 음악을 신라에 전한 사람들은 영월 엄씨의 시조 ‘엄시랑’과 영월 신씨의 시조 ‘신시랑’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신라 경덕왕 때 당나라에서 음악을 전파하는 ‘파락사’의 임무를 띠고 신라로 건너왔다. 하지만 당나라에서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 당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국내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이들이 전파한 음악이 소그드 음악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안록산이 소그드 출신의 안씨성을 가지고 있었고,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 당나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을 보면, 이들도 소그드 출신으로 안록산의 난 이후 소그드인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에 의해 소그드 음악이 전해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우륵이 만든 가야금은 경덕왕 이전에 만들어졌으며, 신라의 무덤 양식인 적석 목곽분도 스키타이와 소그드지역에서 유행하던 무덤 양식이고, 신라 김씨의 시조인 흉노 김일제가 중앙아시아의 투르크계통의 종족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치원도 ‘속악’과 ‘향악’을 묶어 ‘신라의 고유음악’이라고 했던 것이다. 즉 신라의 ‘향악’이나 ‘속악’이 하나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신라 말기에 들어온 ‘당악’ 그리고 고려시대 송나라의 ‘아악’이 결합되어 우리의 전통 음악인 국악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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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창’에서 전해진 가야금




이렇게 들어온 ‘속악’은 주로 향가나 고려가요 등대중음악에 사용되었으며, 송나라 음악인 아악은 주로 제사에 쓰였고, 당악은 주로 조회와 연향에 쓰였다.


음악을 연주하는 데 쓰이는 악기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전통악기도 우리나라에서만 만들어지고 연주되었던 것이 아니다. 실제 우륵에 의해 발명되었다는 가야금의 원산지는 페르시아다. 페르시아의 ‘창’이 당나라에 들어와 ‘쟁’이 되고, 이것이 신라로 와서 가야금이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줄을 타서 공명의 소리는 내는 현악기들은 유목민의 악기가 많다. 가야금뿐 아니라, 아쟁, 해금 등은 유목민들의 악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 반면 북과 같은 타악기는 주로 시베리아 샤먼의 ‘굿’에서 사용되었던 악기들이다. 북이라든지 장고 등 동물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은 시베리아와 만주의 샤먼들이 굿을 할 때 사용하던 재료들인 것이다.


피리 종류로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내는 공명악기들은 대금, 나팔, 태평소 등이 있다. 이것들은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신호를 보낼 때 많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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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음악도 춤과 마찬가지로 특정지역에서 독특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전파되었다. 특히 음악에 쓰이는 악기는 지역 고유의 재료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특정 동물의 가죽이나 대나무 등은 특정지역에서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지역에서 고유의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로 만들어졌지만, 그것이 전파되어 다른 지역의 전통악기로 정착된 것이다. 우리의 전통악기인 가야금이나 해금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특정지역에 정착하면서 지역의 환경과 사람들의 생활 습성에 따라 고유한 색채를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각 민족마다 특유한 소리 감각과 리듬, 멜로디를 띠게 된다. 그에 따라 각 나라의 민속 음악 또는 전통음악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즉 한 사회의 노래는 식량생산의 수준, 정치, 사회문화의 발달, 종교와 남녀관계에 대한 엄격성, 성에 따른 노동, 사회적 구속력 등의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음악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유의 음악을 잘 살피면 그 사회의 전통 생활방식, 사고방식 등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노래형식에서 그 사회의 성격과 계급관계 그리고 리더십의 형태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리더십이 비공식적이고 고정적이지 않다면 노래를 돌아가면서 부르는 형태의 ‘돌림노래’가 많을 수 있고, 등급사회에서는 리더가 선창을 하고 모두가 따라 부르는 후렴구가 발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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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공연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또 여성의 참여 정도에서도 음 높이의 관계가 있다. 즉 식량조달에 여성의 기여도가 큰 사회에서는 이중창 혹은 다중창이 불리고 여성 독창자가 고음파트를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적 기여도가 낮은 사회에서는 노래는 남성에 의해 일방적으로 지배된다고 한다.


이렇듯 음악이나 악기는 만들어진 곳이 있고 정착된 곳이 있다. 어떤 노래나 악기는 만들어진 곳에서 전통음악으로 정착된 것도 있지만, 어떤 노래나 악기는 만들어진 곳에서 다른 곳으로 전파되고 전파된 곳의 자연환경, 생활문화, 습관과 연계되어 변모되고 정착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통틀어 우리는 ‘전통음악’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통음악들이 현대에 들어와서 교통통신의 발달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서로 융합되어수많은 음악 컨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잉카의 인디언들이 불렀던 ‘더 콘돌’이 사이먼 가펑클의 노래가 되어 전 세계에 전파되었듯이, 흑인의 힙합이 한국으로 건너와 정착되고, 그것이 다시 BTS(방탄소년단)의 K-pop이 되어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이렇듯 현대는 문화융합, 특히 음악분야의 융합이 두드러진 시대가 되었다.


또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처럼 전통음악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창작함으로써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는 전통음악이 융합되는 창작의 시대이고, 이 시대를 음악이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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