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호 마루대문 코로나 속에도 핀 ‘영화제의 꽃’ 부산국제영화제

2021.10.26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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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에도 핀 ‘영화제의 꽃’

부산국제영화제 


최근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더불어 영화 <미나리>로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2020년·2021년 2년 연속 좋은 소식을 국내에 전했다. 또 이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한국 배우들이 잇따라 캐스팅되면서 국내 팬들의 기대감 또한 높아지는 중이다.


하지만 영화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영화제들이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면서 축소한 가운데 국내에서 열리는 ‘부산국제영 화제(BIFF)’만큼은 오프라인을 유지해 시선을 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초청작과 게스트가 더 많아졌으며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행보도 보이고 있다. 오는 6~15일에 진행되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과연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글 이예진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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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인 지난해 10월 2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관객들이 초청작 상영관에 입장하기 위해 발열측정 등 방역절차를 거치고 있는 모습. (뉴시스)



100% 극장 상영 원칙 고수

개봉 어려운 단편은 ‘온라인’

‘온 스크린’ 섹션 새로 추가




코로나에도 발전한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등장하자 모든 사회가 정지됐다. 그중에서도 영화계는 큰 타격을 입었는데 개봉 예정이던 영화들은 일정을 미뤘으며 대형 영화들만 수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길 정도였다. 


이에 2020년에 진행됐던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개최 한 달 전까지 개최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개·폐막식 및 야외 행사를 모두 취소하면서 조용히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역대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좌석수가 예년보다 90%가량 줄어든 1만 9909석이었지만 전체 관객수 1만 8311명을 기록하며 점유율 92%를 보였다. 보통80% 초반대로 기록했던 점유율을 생각하면 충분히 높은 수치였다. 게다가 당시 전 세계 영화제들이 취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한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는 취소한 야외 행사 외의 부분들을 예년처럼 오프라인으로 치렀다는 것에서 많은 시선을 모았다. 이렇게 성공적인 행사를 치렀던 탓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도 오프라인으로 개최된다. 특히 100% 극장 상영을 고수하면서 개·폐막식 등의 야외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9월 15일에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는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향유하는 축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100% 극장 상영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기로 했다”며 “물론 극장 개봉이 어려운 단편은 온라인으로 보실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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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의 <지옥>





OTT를 품은 영화제

이와 같은 조직위원회의 뚝심은 새롭게 시도되는 섹션에서도 나타난다. 이번에는 지난해와 달리 ‘온 스크린’ 섹션을 새로 추가해 기존 11개 섹션에서 12개로 늘렸다. ‘온 스크린’ 섹션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ver the Top, OTT)에서 방영될 화제의 드라마 시리즈를 상영한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에 맞춰 OTT 시장은 영화계와 달리 대폭 확장됐다. 오히려 개봉하는 영화들이 영화관이 아닌 OTT 개봉을 선택할 정도였으며 각 OTT의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TV 시리즈나 극장개봉 영화들보다 더욱 인기를 끄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온 스크린’ 섹션으로 전통적인 극장 개봉작뿐 아니라 OTT 시리즈물까지 포괄하게 됐다. 이는 작은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로 봐야 했던 관객들의 아쉬움을 커다란 스크린과 풍성한 음향으로 달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비슷한 섹션을 운영하는 영화제는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이며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개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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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민 감독의 <마이 네임>



이번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된 작품은 연상호 감독의 <지옥>, 김진민 감독의 <마이 네임>, 아누차 분야와타나(태국)&조쉬 킴(미국) 감독의 

<포비든>이다. <지옥>과 <마이 네임>은 넷플릭스 시리즈이며 <포비든>은 HBO ASIA의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다. 


<지옥>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으며 유아인·박정민·김현주·원진아·양익준 등이 출연한다. 갑작스러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벌어지는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와 그에 맞서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지옥>은 이미 웹툰으로 탄탄한 스토리를 검증받았으며 연상호 감독 특유의 연출과 함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가장 먼저 상영됐으며 이번 부산국제영화제가 두 번째 상영이다.


<마이 네임>은 첫 방영 당시 팬들과 영화업계에 충격을 안겼던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의 차기작이다. 액션 느와르물의 이 작품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새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여성 주인공의 복수를 그렸다. 최근 충무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한소희와 함께 박희순·안보현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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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차 분야와타나(태국)&조쉬 킴(미국) 감독의 <포비든>



<포비든>은 태국 출신의 아누차 분야와타나 감독과 한국계 미국인인 조쉬 킴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작품으로 이번 영화제에 공개되는 2부작은 아누차 감독이 연출한 부분이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위해 방콕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마을로 향하는 네 친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 수는 적지만 수준은 높다”

이번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되는 초청작은 70개국 233편이다. 그리고 모든 작품을 100% 오프라인으로 상영한다. 예년에 300편 가량을 상영했던 것에 비하면 적은 수지만 허 집행위원장은 “수준이 높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다.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최초 상영)로 상영되는 <행복의 나라로>는 2020 칸영화제 오피셜 셀렉션에 올랐었다. 이로써 임 감독은 칸영화제에 네 번째 초청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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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




<행복의 나라로>는 시간이 없는 탈옥수 ‘203’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이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고 인생의 화려한 엔딩을 꿈꾸며 동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쾌하면서도 서정적인 로드무비인 이 작품은 임 감독의 생생한 연출력과 최민식·박해일의 명품 연기가 만났다. 또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 윤여정을 비롯해 조한철·임성재 등의 명품 조연까지 더해졌다. 


폐막작은 홍콩 출신의 렁록만 감독의 <매염방>으로 선정됐다. <매염방>은 홍콩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였던 ‘매염방’의 일대기를 다뤘다.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 공연, 죽음까지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우리가 사랑했던 매염방에 대한 드라마이자 홍콩의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한 애가이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공연과 인터뷰, 방송 자료화면 등에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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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렁록만 감독의 <매염방>




부산국제영화제를 대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작품으로는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아네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이 선정됐다. <아네트>는 2021 칸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으며 <드라이브 마이 카>는 2021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우연과 상상>은 2021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또 이번 영화제에서 영화 상영과 함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스페셜 토크도 예정돼 있어 영화 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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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스 카락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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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지난해 축소됐지만 성공적인 행사를 보였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도 다양한 시선과 흐름을 반영한다. 특히 코로나19 속에서 고집하는 오프라인 상영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와 함께 허 집행위원장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과제는 두 가지”라며 “하나는 사회문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이를 반영하기 위해 온 스크린 섹션을 신설하고 OTT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정식 상영작으로 초청했다. 그리고 아시아 여성 영화전과 2010년 이후에 부상하고 있는 중국 영화 특

별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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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26

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허문영 집행위원장




이에 아시아 여성감독 영화를 소개하는 ‘원더 우먼스 무비’와 중국 감독을 소개하는 ‘중국영화, 새로운 목소리’ 특별전이 열린다. ‘원더 우먼스 무비’에는 한국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과 함께 미라 네어 감독의 <살람 봄베이!>, 사미라 마흐알바프 감독의 <칠판>, 마르지에 메쉬키니 감독의 <내가 여자가 된 날> 등 총 10편의 아시아 여성 감독의 작품이 준비됐다. ‘중국영화, 새로운 목소리’에서는 디아오이난 감독의 <백일염화>, 비간 감독의 <카일리 블루스>, 구샤오강 감독의 <푸춘산의 삶> 등 7편의 작품이 함께한다. 


또 남포동과 해운대로 한정됐던 영화제의 무대를 부산 전역으로 확장시켰다. 올해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동네방네비프’는 14개 구·군 마을 공동체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지역 맞춤형 영화제를 선보이는 것이다. 이는 남포동·해운대만의 축제가 아닌 부산 모든 주민들이 함께하는 시민축제로 변화·발전을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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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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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여성으로 산다는 것>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극장에는 50% 입장 제한을 하며 실내외 극장과 모든 행사장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된다. 체온 측정, 안심콜 출입관리, 정기적인 소독 등을 실시하며 전 좌석 온라인 예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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