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호 인물 뒤늦게 이룬 나의 꿈 ‘배우’ “만신창이 된 인생, 연기로 극복”

2022.05.12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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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이룬 나의 꿈 ‘배우’

“만신창이 된 인생, 연기로 극복” 


글 김현진 사진 남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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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적지 않은 나이로 스크린에 데뷔해 뒤늦게 연기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배우가 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개봉 예정인 영화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가제, 감독 한명구)>에서 주연을 맡은 8년차 배우 오안진(50). 독립영화에서는 조연급을 맡았고, 상업영화에선 주로 단역을 맡으며 나름의 내공을 쌓아온 결과 생애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았다. 현재 영화 <한용운>은 98% 촬영을 마친 가운데 그에게 연이어 좋은 일이 생겼다. 영화 <동창회(가제, 감독 김정철, 각색 이수빈)>에서 주연배우로 발탁돼 연달아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것이다. 영화는 김정철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며 제작 준비 중인 작품이다. 김 감독은 60~70년대 인기를 모았던 영화 <귀로> <만추> <수녀> 등 수많은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스타배우 출신 감독이다.


오안진은 1972년생으로 올해 한국나이로는 51세다. 4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뛰어들어 이제야 조금씩 빛을 보고 있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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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배우 오안진.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어릴 적 

TV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돼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배우의 꿈을 갖게 된 배경은

그는 어릴 적 초등학생 시절부터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까지 무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것인데, 배우가 되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그는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도 몰래 연기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했었는데, 부모님 때문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는 또 무슨 얘기일까. 그의 사연이 점점 궁금하다.


우선 그가 배우의 꿈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초반부터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TV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에 출연하면서다. 동아일보 제작국장 출신인 부친이 그를 잠깐 출연시켰던 것인데 그가 인생 진로를 정하는 계기가 됐다. 오안진은 초등학교 때 평소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춤을 익혀 어느날 학교운동회 장기자랑 때 그 춤을 선보여 끼를 발산했다. 운동회에 같이 와있었던 그의 부모는 평소 얌전하고 내성적인 줄만 알았던 아들의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가 언론사에 있으면서 ‘예술을 하면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내가 연예계로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대하고 명문대로 진학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더구나 자신이 장남(1남 1녀 중)이기에 일찍부터 완강하게 반대를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조용히 지내면서도 배우의 꿈을 놓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자 그는 자신이 배우의 길을 가고 싶다고 부모에게 진지하게 진로 얘길 꺼냈으나 결사적인 반대에 부딪혔다. 그래도 그는 꿈을 접지 않았다. 우선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학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밤에 몰래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꿈에 한걸음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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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출연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소니액션캠의 광고 <액션시티>에 오안진(맨 오른쪽)이 출연한 모습.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1991년 SBS가 개국하고 연기자 공채 1기 모집이 있었다. 그는 신문에 실린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고 1차 서류에 합격했다. 방송국에서 합

격 소식과 2차 면접내용을 알리기 위해 집에 연락을 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가 결려온 전화를 받고는 “그런 사람 없다”고 끊어버리면서 연기자로 데뷔할 기회를 날린 것이다.



<뽀뽀뽀> 출연으로 갖게 된 배우의 꿈 

부모 심한 반대로 몰래 연기공부

아픈 부모 보고 평범한 삶을 선택



결국 오안진은 우선 부모가 원하는 명문대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선회해 재수~삼수 기간을 거쳤다. 그는 공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연기력을 키웠다. 재수 기간 중이었던 1991년 연기학원 추천으로 MBC베스트셀러극장에 단역으로 출연해 첫 방송데뷔를 가졌다. 당시 출연 주연배우였던 황신혜를 보며 ‘연기자란 이런 것이구나. 나도 이런 스타 연기자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방송은 나갔으나 그의 집에선 출연소식을 전혀 몰랐다.


대학로 연극 극단에도 들어가 활동했다. 하지만 갓 스무살이 된 그는 막내라서 청소를 기본적으로 도맡으면서도 무대에 설 기회는 잘 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홍대로 옮겨 미디어 연기를 접해 연기자는 물론 카메라 감독까지 공부하며 꿈을 키워나갔다.


그 와중에 그는 삼수 끝에 한양대 전자전기공학과로 진학해 일단 부모가 원하는 길을 가 나름의 목적을 달성했다. 1996년 군 제대 후 그는 본격적인 꿈을 피우기 위해 먼저 모델로 활동했다. 모 학습지 메인간판 모델로 신문광고에 실리기도 했다. 대학생활을 하며 방학기간에는 간간이 단역에 출역하며 연기력을 인정받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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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안진은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초 개봉예정인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가제)>에서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아 행복한 시간을 보

내고 있다. 그는 ‘조용하지만 강한 연기파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1999년에는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을 가서 연출공부를 했다. 당시 IMF 여파가 있었던 시절이라 그는 오래 있지 못하고 한 학기만 배우고 돌아왔다. 그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살아왔던 그는 집에 돌아왔을 때 연기자의 꿈을 잠시 접는 위기를 맞게 된다.


그의 부모가 병환으로 많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는 충격을 받게 된 것. 그는 “내가 그동안 나 혼자 잘살겠다고 한 것은 아닌가 하고 부모님 소원은 이뤄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진로를 바꾸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연기 접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그는 대학교 졸업 후 부모에게 도움을 주고 봉양도 하기 위해 제약회사로 취직했다. 영업사원으로 뛰면서도 그는 연기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일했다. 10년간 제약회사에서 일하면서 그는 영업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시는 일이 잦다보니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었고 2년간 병원 재활치료를 받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다니던 병원 원장이 그에게 담당 트레이너를 소개시켜줬는데 바로 지금의 아내였다. 나름 인생의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의 아내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국가대표 육상 단거리 선수로 활약했던 정지훈(44)이다. 아내가 남성스러운 이름이다보니 결혼식장에서 신랑과 신부의 이름을 바꿔 부르는 일도 겪었다고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그는 2007년 결혼 후 핫요가센터를 차려 아내와 같이 운영했다. 그러나 7년 정도 운영하다가 불경기 등으로 인해 적자가 계속 발생하자 폐업했다. 그는 이로 인해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와서 힘든 시간을 보냈고, 견뎌내기 위해 ‘몸을 괴롭히자’는 생각으로 건설현장과 물류센터 등에서 일을 하며 3~4년의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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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다시 연기를 시작하면서 어린이 뮤지컬 <호루라기 아저씨> 주연을 맡아 전국투어 공연을 다니던 모습. 오른쪽) 영화 <대호>에 출연한 모습.



그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 하는 회의감이 들면서 이제부터는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며 “아내에게 처음으로 내가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는 그가 허풍 떠는 줄 알고 절대 믿지 않았다고 한다.



10년간 제약회사 영업맨으로 

결혼 후 사업실패 등 시련 겪어

이겨내고자 다시 배우 되기로 결심



돌고 돌아 결국 배우가 돼

그래서 그는 ‘밑바닥부터 맨땅에 헤딩하자’는 각오로 엑스트라부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린이 뮤지컬 <호루라기 아저씨>의 주연을 맡아 전국투어 공연을 다녔다. 아내와 자녀들을 공연장에 초대해 그동안 아껴오고 꿈꿔왔던 자신의 무대를 보여줌으로써 그는 용기와 자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족들도 그를 밀어주고 응원했다.


다만 그는 이때까지도 부모한테 알리지 못했다. 그는 공연을 하면서도 틈틈이 TV 드라마에서 단역을 맡았는데 방송을 통해 그를 보게 된 친척들이 부모에게 연락하게 되면서 그의 부모도 결국 그가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모습을 알게 됐다. 힘들게 돌고 돌아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아들의 모습을 본 그의 부모는 안타까운 마음과 더는 자식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체념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를 응원하며 힘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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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한용운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오안진 배우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면서도 “아직은 연기에 배가 고프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연기파 배우가 되려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현재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장르 관계없이 많은 영역을 소화해보고 싶다”며 특히 “진중한 연기를 주로 하고 있으니 코믹연기를 꼭 해보고 싶고 ‘짐 캐리’ 같은 코믹연기의 대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또한 그는 “반 백살을 살아오면서 인생경험을 다양하게 했으니 즐기면서 연기를 하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해하고, 때로는 위로도 되고 격려도 줄 수 있는 ‘조용하지만 강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영화촬영현장에서 배역의 구분 없이 스텝이나 배우 모두가 서로를 가족처럼 존중하고 한마음으로 촬영하는 분위기의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는 소망도 덧붙였다. 


한용운 역할을 소화하면서

그는 영화에서 한용운 역할을 맡으면서 역사관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됐다. 그는 한용운에 대해 “요즘 세대는 아무래도 어떤 분인지 잘 모를 수도 있을 텐데, 한용운 선생은 선사며, 문학가시며 계몽가로 모든 종교를 화합하며 우리나라를 애지중지하면서 몸소 실천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한용운 역할을 맡게 됐을 때 그도 처음에는 과연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부담도 됐다. 그는 “내가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많은 걱정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국어시간에 배우면서 막연하게 알았던 한용운 선생을 촬영을 하면서 애국심도 강해졌다. 모든 국민들이 배우 오안진이 아닌 한용운의 위대한 삶을 되새기기 위해 꼭 봤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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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영화 <동창생>에서도 주연으로 발탁된 오안진과 김 감독(오른쪽), 각색을 맡은 이수빈 작가가 웃으며 

포즈를 잡고 있다.




<동창생> 김정철 감독이 오안진 주연을 발탁한 배경 

그는 연이어 주연을 맡게 된 영화 <동창생>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젊은 세대들부터 어르신들까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생활 속에 묻어나는 아름다움, 친구들 간의 우정 등을 보여드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정철 감독은 오안진을 주연으로 발탁한 이유에 대해 “직접 시나리오를 썼는데 주연배우 중 한 명은 올곧게 사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오안진 배우가 생각났다”면서 “오 배우는 인성도 좋고 수년간 고생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있어 한 번 기용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창회 영화 스토리에 대해선 김 감독은 “20~30년 만에 만난 동창 몇 명이 숨막히는 세상 속에서 살면서 하루 동안만은 옛날 얘기를 나누면서 순수했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면서 힐링을 갖는 취지로 만든 영화다”고 소개했다.


배우 오안진이 생애 처음으로 연달아 주연으로 나서는 두 영화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스크린에 비쳐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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