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호 인물 세계적인 범선화가 어당於堂 박문순 화백 “배 띄워라~” 화폭에 띄운 전통 범선

2021.09.01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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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범선화가 어당於堂 박문순 화백

“배 띄워라~” 

화폭에 띄운 전통 범선 


글 백은영 사진 박준성 사진제공 박문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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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띄워라~ 배 띄워라~ 아이야 벗님네야 배 띄워서 어서 가자~” 

최근 몇 년 사이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는 노래의 일부다. 

그리고 여기 화폭에 배 그림을 그리다가 직접 배를 제작해 강물에 띄운 이가 있으니 

바로 국내 최고이자 세계 제일의 범선화가 어당(於堂) 박문순 화백이다. 




청바지에 무심한 듯 툭 걸쳐 입은 흰 셔츠, 이제는 허옇게 센 머리 위로 빵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멀리서도 박 화백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캔버스 앞에서 보낸 반백 년이 넘는 긴 세월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었다. 박 화백이 그림을 그리며 지내 온 모든 시간이 훈장처럼 그의 몸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 했다. 이미 한 분야에서 거장이 된 박 화백. 시간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림에 진심이었던 박 화백이 걸어온 그 길고 긴 세월은 감히 연륜이라는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었다. 


어당 박문순 화백. 그는 독창적인 화풍으로 우리나라의 전통 범선(帆船)을 재현해 온 인물이자 양손을 사용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오른손은 서양화, 왼손은 동양화를 그려 온 그가 범선을 화폭에 담는 것도 모자라 직접 제작해 강물에 띄우기까지 했으니 그의 범선 사랑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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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순 화백作 <사계(四季)>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리고 자유. 

망망대해에서 거친 파도를 헤치고 만선의 기쁨을 안고 귀향하는 범선의 모습을 담았다. 

캔버스에 아크릴. 150호, 2006년





독특한 화풍으로 동양화와 서양화를 두루 섭렵한 그가 전통 범선을 그리게 된 데는 어쩌면 그가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 화백의 고향은 땅끝마을로 불리는 해남이다. 해남에서도 송지면 어란리에 딸린 섬 어불도가 그의 고향이다. 자연스레 어려서부터 바다를 가까이한 그가 바다만큼 자주 보고 자란 것이 있으니 바로 배였다. 그에게 바다와 배는 자연이자 일상이었고 또 자신과 가족의 삶을 이어나가는 생명줄이었다. 육지로 나와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지만 화가로서 그의 삶을 관통했던 영감(靈感)의 원천은 바다가 아니었을까. 그를 세계적인 범선화가로 만든 힘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고 우리네 전통 범선의 명맥을 이어가고 싶은 장인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배를 그리다, 배를 만들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운명처럼 화폭 위에 배를 그리다가 숙명처럼 우리나라 전통 범선까지 제작한 어당 박문순 화백. 그의 그림에는 늘 바다가 있고 그 망망대해를 힘차게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범선이 등장한다. 또한 전설 속 봉황과 물고기, 여성이 함께 어우러져 등장한다. 이처럼 비구상적 세계를 담은 그의 독특한 화풍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그만이 창조해낼 수 있는 ‘어당 박문순’의 세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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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세계와 관련, 전 파리8대학 교수이자 프랑스 평론가인 크리스티앙 피에르 뒤쿠르노는 “어당은 그만의 스타일로 뛰어난 기법과 독창성과 기발함을 이용해 역동적인 한국 전통 범선화의 독보적인 세계를 펼치고 있다”며 “한국 범선화의 최고봉인 어당의 작품은 스타일의 아류가 있을 수 없다. 어당은 유일할 수밖에 없는 화가”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동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스페인의 거장 피카소의 그림을 연상했다”며 “그 기백, 그 재능, 한 시대의 거인이요, 남이장군의 추상같은 기개, 백호(白湖) 임제(林悌)의 호탕한 기질을 이어받고 단원(檀園)과 겸재(謙齋)의 재능으로 그리고 또 그려 이 겨레의 자랑이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글로 써서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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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 거쳐 전통 범선 직접 제작해

작품이 살아 움직이는 듯 느껴져

범선 돛에 그림 그려 넣기도



오직 ‘어당’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 거친 파도 위 거센 풍랑을 맞아도 이겨낼 것 같은 범선의 역동적이고 기백 넘치는 모습은 거친 듯하면서도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직선보다 곡선을 많이 사용해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색의 다채로움 속에서도 동양의 미(美)가 물씬 풍긴다.


그의 그림 속 배가 더욱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단지 배(범선)의 외형만을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닌 그 구조.까지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증을 거쳐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직접 제작한 전통 범선. 그렇기에 그의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가 만든 범선을 보면 특이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우리나라 전통 배의 돛대에 걸리는 황포에는 아무 그림도 그려 넣지 않지만, 그는 돛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그것도 강렬한 원색을 

주로 사용해 두텁게 칠한다. 색이 쉽게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그의 그림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그만의 화풍이기도 하다. 물감 자체를 짙게, 두텁게 칠하다 보니 눈으로도 그 묵직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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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순 화백作 <만선>



“동양에서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신성한 존재로 인식되는 것 중 하나가 봉황입니다. 봉황은 또한 여성을 상징하기도 하지요. 물고기는 깨어 있을 때나 잘 때나 눈을 감지 않고 뜬 채로 있지요. 죽을 때도 눈을 뜨고 죽습니다. 일편단심, 거짓 없이 살며 인간에게 좋은 것을 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해요.”


박 화백은 자신의 그림이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봉황, 여인, 물고기 등을 그림에 그려 넣는다. 그림 하나를 그리더라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어당 박문순’만의 철학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이렇듯 독창적인 화풍과 강인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일본 스키토모은행, 독일 뵈르겐미술관 등에 그의 대작 배 그림이 전시돼 있으며, 국내외 수많은 전시를 통해 이미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그다. 그의 범선 그림은 TV 드라마 <해신>에 등장하기도 했다. 


범선화가로서 최고봉에 오른 그이지만 늘 자신의 자리를 낮추며 겸손을 잃지 않는다. 일흔을 넘긴 지금도 매일 정해진 시간이면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그린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예정돼 있던 해외전시 등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지만, 전시회를 위한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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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순 화백作 <바다의 꿈> 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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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당 박문순 화백은 지난 6월 29일 국가 발전과 예술문화발전에 공헌한 것을 인정받아 ‘세종대왕 칭찬대상’을 수상했다.



어당, 그가 걸어온 길

어당 박문순 화백의 이력을 보면 화려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독특하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캔버스 위에 범선을 그리다가 직접 전통 범선 14척을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제작한 것만 보아도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 수 있듯, 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YTN 로드 다큐 <길>의 진행자로 활약하기도 했으며 미인대회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박 화백은 세계적인 범선화가로서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이바지한 공로로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지난 6월 29일에는 ‘세종대왕 칭찬대상(6호)’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종대왕 칭찬대상’은 확고한 국가관과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국가발전과 예술문화발전에 헌신한 이들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한 이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상이다. 


옛날에는 그림 그리겠다는 이유로 부모님께 불효도 많이 했다고 말하는 박 화백. 그림을 향한 애정만큼이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컸던 그였기에 ‘범선화(帆船畵)’라는 그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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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순 화백이 받은 ‘세종대왕 칭찬대상’ 상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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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당 박문순 화백



‘섬으로 간 미술관’ 전시회 통해

우리의 전통 범선 알리고 싶어

그림도 사람과 접목해야 힘 생겨



마지막으로 박 화백은 배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이어 ‘섬으로 간 미술관’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바닷가 어느 좋은 곳이 있다면 자신의 작품 여러 점을 내어줘 많은 사람이 와서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박 화백. 


“사람들이 와서 제 그림을 보며 ‘아~ 옛날에는 이런 배가 있었구나’하고 기억해 주면 좋겠어요. 제겐 전통을 이어가는 것, 그림을 통해 인생을 배워가는 것, 그림도 사람과 접목해야 힘이 생긴다는 믿음이 있어요. 제 그림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 범선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화폭 속에서 되살아난 전통 범선. 그가 되살려낸 범선이 그의 작품 속에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항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의 마지막 바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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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순 화백作 <희망의 새 아침>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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