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호 인물 이하연 ㈔대한민국 김치협회장·김치명인 세계가 인정한 음식 김치에 인생을 걸다

2021.11.20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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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연 ㈔대한민국 김치협회장·김치명인

세계가 인정한 음식

김치에 인생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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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예진 사진 박혜옥



“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에요. 김치를 담글 때 필요한 열한 가지의 재료가 스물두 가지 효능을 낸다는 의미죠. 그만큼 김치는 위대합니다.”문화. 문화는 언어와 함께 한 사회의 주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구조다.


한 나라만의 문화는 그 나라의 고유성을 가지며 그것은 그 나라만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문화는 향유한다는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식(食) 문화는 그 시대의 상황과 주체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것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한국의 ‘김치’다. 한국인들에게 김치는 식탁에서 절대 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며 매년 행해지는 ‘김장’은 집안의 행사이기도 하면서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돼 세계에서 인정받은 우리의 문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파오차이(Pao cai)’ 논란이 생기면서 양국의 골이 깊어졌다. 중국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유튜버가 “김치는 한국 음식”이라고 했다가 중국에서 삭제당하기도 하면서 국내 유명 유튜버들은 한동안 “김치는 한국 음식”이라는 문구를 영상에 올리며 우리의 문화를 지키는 데 힘쓰기도 했다.


현재 논란은 잠시 식어져가는 가운데 찬바람과 함께 올해도 어김없이 김장철이 다가왔다. 그래서 이하연 대한민국 김치협회 회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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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담는 법을 시연하고 있는 이하연 ㈔대한민국 김치협회장




중국 김치 수입 아쉬워

이하연 회장이 김치 사업에 처음 뛰어든 것은 2003년이다. 2003년은 갑자기 들이닥친 폭우로 강원도의 배추 농가가 큰 피해를 입은 해이기도 하다. 강원도의 고랭지배추는 김장 김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당시 큰 문제로 나타났다. 이에 중국에서 김치를 수입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이 회장은 우리 밥상에 오르는 김치까지 수입을 하면 어떻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에 김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투자 등 여러 문제가 있었고 기생충 파동까지 발생하면서 고생길을 걸어야 했다. 결국 이 회장은 김치 대량생산을 포기했고 소량생산을 하지만 우리의 김치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회장은 김치의 길을 걷게 됐다.


“내가 왜 김치에 꽂혔을까 생각을 해보면 어릴때 김장 하시는 어머니 옆에서 많이 도와드렸어요. 그리고 김치 없이 못살기도 하고. 보통 그러잖아요. 필이 꽂힌다고. 저는 김치에 필이 꽂혔어요.”


처음 시작했던 김치 사업은 실패의 길을 걸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실패한 것은 아니다. 덕분에 명인이라는 호칭도 받았다”면서 “이제는 김치 인생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치에 뛰어드니까 김치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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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김치 소식 들은 후 김치의 길 뛰어들어

첫 김치 사업 망했지만 얻은 것 많아




신기한 것이 어떤 음식인지 알면 알수록 이 김치의 세계가 바뀌었다”며 “이제는 인문학적으로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이하연 회장은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김치명인이며 대한민국 식품명인 58호다.


큰 사명으로 뛰어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김치에 애정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우리 민족은 언제부터 김치를 먹었던 것일까. 지금의 김치는 언제 이렇게 된 것일까. 그런 궁금증은 이 회장을 공부하게 만들었고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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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담을 재료를 손질하고 있는 이하연 ㈔대한민국 김치협회장




발효·숙성하는 김치… “과학적”

밥상의 명품조연, 소화에 효과적

파오차이, 김치와 완전히 달라



위대한 문화, 김치 

김치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의 승인을 받았다.


승인을 받은 김치의 정의는 ‘배추를 절인 후 양념에 버무려 발효·숙성한 음식’이다. 하지만 비단 우리는 김치를 담글 때 배추 외에도 오이·열무·양배추·갓·무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다. 이 다양한 재료를 소금에 절인 후 마늘·파·생강·젓국·고추를 섞어 만든 5대 양념에 버무려서 발효·숙성한다. 이렇게 김치는 발효·숙성을 거치기에 이 회장은 “김치는 과학적인 음식”이라고 했다. 발효·숙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온도가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발된 것이 김치 냉장고다. 이 회장은 “전 세계에서 한 가지 음식을 위해 개발한 냉장고는 단 두 가지”라며 “음(飮)에서는 와인셀러, 식(食)에서는 김치냉장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치는 삼국시대부터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진화됐다”며 “김치는 지역마다 다르고, 계절에 따라 다르고, 궁중·사찰·신분에 따라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김치의 효능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우리 한국은 밥 문화권이다. 거기서 김치는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며 “다만 명품조연이다. 드라마의 명품조연처럼 김치는 메인 메뉴를 빛나게한다”고 표현했다. 이는 김치가 소화를 원활하게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김치에 꼭 들어가는 무에는 ‘디아스타제’라는 소화 효소가 있어 김치가 소화 기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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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연 ㈔대한민국 김치협회장



또 김치가 발효·숙성하면서 발생하는 유산균은 면역력까지 키워준다.


이 회장은 “얼마 전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의 장 부스케 폐의학과 명예교수가 한국에서 코로나19 사망률이 낮은 이유로 김치를 꼽았다”며 “장 부스케 교수는 김치에 설포라판, 알리신, 캡사이신 같은 항산화물질이 풍부하고 발효되면서 젖산균까지 생성돼 면역기능을 증대시키고 염증 반응을 줄여준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말했다. 


“김치는 위대해요.”


김치에 대해 피 토하는 심정으로 설명하는 이 회장에게 파오차이 논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 회장은 “일단 북경 식당에 가면 파오차이가 없다. 중국에는 많은 성이 있는데 그중에서 사천성에서 먹는 음식이 파오차이”라며 “파오차이는 채소를 소금·설탕·독주를 섞은 물에 양배추·양파·고추 등을 함께 넣고 밀폐시킨다. 또 발효가 되지 않도록 물을 끓여서 향신료를 넣었다가 채소만 꺼내 먹는다. 그렇기에 김치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파오차이에는 유산균이 없다. 발효가 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라며 큰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의 설명으로 단박에 김치와 파오차이의 다른 점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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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연 ㈔대한민국 김치협회장이 직접 담근 김치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법정 기념일로 지정돼

협회 홍보 위한 인력 양성 힘써

코로나19 팬데믹에 김치 주목



11월 22일은 김치의 날

“김치가 전 세계에 알려지기 위해서는 모두가 노력해야 합니다. 언론도 나서야 하고, 유명한 가수인 BTS(방탄소년단)도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이하연 회장은 김치의 홍보를 위해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희 협회는 김치의 품질과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교육을 진행한다. ‘김치 최고의 과정’은 김치를 알릴 수 있는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라며 “교육 과정에는 파오차이와 김치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리는 스피치, 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 등을 진행한다. 발효가 되는 온도, 온도에 따른 맛까지 함께 배운다. 김치 연구소의 박사 연구원들이 강사진으로 있어 정말 김치를 세계에 잘 알릴 수 있는 사람들을 양성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김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 회장은 11월 22일 김치의 날이 법정 기념일이 된 것을아냐고 물었다. “11월은 하나(1) 하나(1)의 재료를 뜻하고 22일은 22가지의 효능을 뜻해요. 법정 기념일 제정은 제가 회장 선거에서 공약으로 냈던 것 중 하나죠.”


김치의 날은 작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그가 2018년에 회장이 되고 3년만의 업적이었다. 그는 “김치는 그리스의 요거트, 스페인의 올리브유, 일본의 낫토, 인도의 렌틸콩과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됐다. 


세계인들이 인정한 음식”이라며 “또 김장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는데 김치의 날이 없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회장은 ‘김치의 날’ 제정을 위해 사방으로 뛰어 다녔다. 농림축산식품부 담당자를 쫓아다니며 설득을 했고 국회에 가서도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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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연 ㈔대한민국 김치협회장이 담근 김치
 


이런 이 회장의 노력은 2020년 2월에 이뤄졌다. 그는 “국회의장이 땅땅땅 치는데 전율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래서 작년 김치의 날 행사를 처음으로 진행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정숙 여사는 “한류의 확산과 함께 김치의 매력을 경험한 세계인들이 김치의 전파자가 되고 있다”며 “모든 재료를 포용하고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융합의 미덕을 가진 김치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건강한 발효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의 날은 식품으로서는 유일한 법정 기념일이다. 이런 노력을 한 이하연 회장에게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이곳 남양주에 김치 문화 교육 체험관을 만들고 싶어요. 서울에서 가까워서 외국인들도 오기 좋고 1박 2일 숙박을 하면서 배추를 절이는 것부터 담그는 것 하나하나 알려주는 그런 체험관을 하나 만들어서 김치를 알리는 데에 더욱 앞장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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