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호 기획 토끼처럼 껑충! 역경을 뛰어넘자

14일 전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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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처럼 껑충! 역경을 뛰어넘자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보통 토끼띠의 해는

만물이 번성하는 생육의 기운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산의 기운이 강해 풍요로움과 넉넉함을 누릴 수 있으며, 열두 띠 중에서도

가장 생기가 발동하는 띠로 간주한다.


글 백은영

사진자료 국립민속박물관




나는야, 토끼띠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면 흔히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무슨 띠야?”다. 혈액형(또는 MBTI)과 “밥은 먹었고?”와 쌍벽을 이룰 만큼 자주 묻는 말이다. 사주 명리학에 관심이 많은 영향도 있지만, 보통은 나이를 가늠해보기 위한 것이 크다.


띠를 나눌 때는 ‘입춘(立春)’이 기준이 된다. 올해 2023년에는 2월 4일이 입춘이기 때문에 2월 3일 태어난 아이는 호랑이띠가 된다. 토끼띠에 태어난 사람은 보통 성품이 온화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호감을 사는 형이 많다. 천성이 이상주의적이며 감수성이 뛰어나 예술가적 기질이 강한 편이지만 끝이 약해 결과를 보장하기 어려운 면도있다. 모든 일에 민첩하고 지혜로워 사리분별력이 강한 것도 토끼띠의 특성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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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조영모도 <토끼와 모란>



역사 속 토끼의 이미지와 상징

“달 가운데 한 마리 토끼가 있으니 옥토끼라 한다. 달빛이 넓은 천공을 비치면 토끼는 부지런히 약을 찧는다. 세상 사람에게 행복이 내리는 것은 이 토끼가 애써 약을 찧기 때문이다. 옥토끼는 밤새껏 약을 찧고 낮이면 피곤해 까닥따닥 졸고 있다. 그러다가 해가 질 때면 다시 일어나 또 약을 찧기 시작한다(유향 <오경통의(五經通義)>).”


언제,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라는 동화와 같은 이야기는 전래의 민간의식에서 유래한다. 달에서 방아 찧는 토끼는 고분벽화와 민화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고구려 벽화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고구려 영토였던 만주 집안(集安)에 5세기 후반에 조성된 장천1호분 천장 벽화의 월상(月像)에도 달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의 모습이 두꺼비와 함께 그려져 있다. 장천1호분 외에도 평양지역의 덕화리1·2호분, 개마총, 진파리1·4호분에도 옥토끼가 등장하는데, 고구려 벽화 속 토끼는 달의 정령으로 불사약을 제조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달속의 계수나무는 불사목(不死木)이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라는 노래 속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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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동요들> LP음반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이 부른 동요 음반으로

윤극영(尹克榮, 1903~1988)의

<반달>이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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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모양 화반.
지붕을 받치거나 장식할 때 사용하는
구조물로, 토끼 한 쌍이 좌우에서 복주
머니를 붙잡고 있는 형태이다.
 




우리의 역사 기록에 토끼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구려 6대 대조왕 25(77)년으로 <삼국사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전해진다.


“그해 10월 부여국에서 온 사신이 뿔 3개가 있는 흰 사슴과 꼬리가 긴 토끼를 바쳤고, 고구려 왕은 이것이 상서로운 짐승이라 해서 죄수를 풀어주는 사면령을 내렸다.”


통일신라의 수막새에도 토끼가 나오는데 뚜껑이 닫힌 항아리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에는 토끼가, 왼쪽에는 두꺼비가 항아리의 뚜껑을 여는 형상이다. 여기에서 동그란 모양의 수막새는 그 자체로 ‘달’을 상징하며 토끼와 두꺼비는 달을 지키는 동물로, 항아리는 불로장생의 약 항아리로 해석된다.


이처럼 토끼는 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조선시대 한시, 민화, 구비문학에 이르기까지 옛사람들은 달에 토끼가 살고 있으며, 토끼를 달의 정령 또는 달 그 자체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달을 토월(兔月), 토백(兔魄)이라고 하며 달의 그림자를 토영(兔影)이라고 하는 것에서 달을 장징하는 토끼의 특징을 알 수 있다.


토끼에 얽힌 이야기는 경상북도 문경시에 있는 ‘토끼비리’에서도 나타난다. 문경 토끼비리는 석현성 진남문에서 오정산과 영강으로 이어지는 산 경사면에 만들어진 잔도(棧道. 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다. 벼랑의 석회암 바위를 인공적으로 파내어 안부(鞍部. 산의 능선이 말안장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를 만든 곳으로 영남대로에서 가장 험난한 길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문경현 형승조에 “고려 태조 왕건이 남쪽으로 진군할 때 이곳에 이르렀는데 길이 막혔다. 마침 토끼가 벼랑을 타고 달아나면서 길을 열어주어 진군할 수 있었으므로 토천(兎遷)이라고 불렀다.”라고 기록돼 있다.


우리가 만난 토끼들

귀엽고 친숙한 모습의 토끼는 동요나 전래동화, 민화와 같은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은 <별주부전>이다. 토끼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꾀’가 많은 동물로 그려지는데 실제로 토끼의 지능은 50으로 호랑이(45), 거북이(20)에 비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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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전>. 판소리 <수궁가(水宮歌)>를 소설

화한 것으로, <토끼전> <토생원전(兔生員傳)>

<토(兔)의 간(肝)> 등 여러 이본이 있다.



특히 ‘꾀쟁이 토끼’ 유형의 설화에서는 잡혀 먹힐 위기에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하는 지혜로운 동물로 묘사되며, 판소리와 한글 소설 <별주부전>에서는 부패한 권력을 풍자하는 서민의 대변자로 그려진다. 반면 ‘교토삼굴(狡兔三窟)’에서와 같이 교활한 동물로 인식되기도 하고,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처럼 지나친 자만심으로 자기 꾀에 넘어가는 경망한 동물로 묘사되기도 한다.


토끼와 관련된 속담도 많다. “호랑이 없는 골(고을)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 “바다에 가서 토끼 찾기.” “토끼도 세 개의 굴을 판다.” “토끼 북한산에 다녀온 셈.” 등이 있다. 여기에서 토끼도 세 개의 굴을 판다는 것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미리 여러 가지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는 의미다. ‘토끼 북한산에 다녀온 셈’은 급히 지나치면서 본 탓에 본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를 경우에 쓰인다.


유교 속에 등장하는 토끼는 특유의 민첩성으로 심부름꾼이나 전령 등의 역할을 자주 맡는데 이로 인해 유교적인 측면에서는 충성스러운 동물로 그려진다. 민간설화에 등장하는 옥토끼는 달에 살면서 불사약을 만드는 것으로 전해져 도교에서의 토끼는 장생불사(長生不死)를 나타낸다.


한편 조선시대 민화에는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부부애를 은유한 것으로 다정한 토끼 한 쌍을 그린 그림은 부부애와 화목한 가정을 상징한다. 2023년 검은 토끼의 해에는 지혜를 가진 토끼처럼 모든 어려움을 껑충 뛰어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하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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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자라 목각인형.

자라 위에 토끼가 올라타 있는 형태로

나무를 깎아서 만든 인형이다.

<별주부전>에서 자라가 토끼를 꾀어

등에 업고 수궁으로 가는 장면을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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