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칼럼 뉴질랜드 국기와 그 상징적 의미, 두 국기, 하나의 이야기: 뉴질랜드와 호주
뉴질랜드 국기와 그 상징적 의미,
두 국기, 하나의 이야기: 뉴질랜드와 호주
글 박춘태 박사
1902년 3월 24일, 뉴질랜드에서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그날 뉴질랜드의 국기가 공식적으로 제정되었고 이 국기의 디자인은 독특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국기는 1900년 국기 디자인 공모전에서 제정되었으며, 당선자는 디자이너이자 정치인인 프랜시스 벨(Francis Bell)이었다. 그는 국기 디자인을 하면서 영국과의 역사적 연관성을 강조하였고, 이는 뉴질랜드의 정체성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국기는 파란색 바탕에 왼쪽 상단에 유니언잭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4개의 붉은 별이 흰색 테두리로 둘러싸여 있다. 그 모습은 마치 고요하고 아름다운 바다 위에 별들이 반짝이는 것처럼 아름답다.
유니언잭은 뉴질랜드가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을 상징하며, 두 나라의 깊은 역사적 연관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두 나라의 운명이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은 한 번의 운명적인 만남처럼 느껴진다.
붉은 별들은 남십자성을 나타내며 뉴질랜드의 지리적 위치를 잘 보여준다. 각 별은 뉴질랜드의 주요 섬인 북섬, 남섬, 스튜어트 섬 그리고 기타 섬들을 상징하고 있다. 마치 별들이 이 섬들을 지키고 있는 수호신처럼 느껴진다.
국기의 파란색 바탕은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바다와 맑고 청명한 푸른 하늘을 나타내며, 섬나라 뉴질랜드에서는 이 넓은 바다가 국가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뉴질랜드에서는 국기를 의도적으로 거꾸로 다는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실수로 발생하는 일이다. 만약 누군가 국기를 거꾸로 걸면, 이를 단순한 실수로 보거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여겨진다. 어느 국경일 행사 때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실수로 국기를 거꾸로 건 일이 있었다. 한 선생님이 이를 발견하고 “여러분! 국기를 봐 주세요. 어느 나라의 국기이지요?”라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자, 학생들은 놀란 표정으로 “거꾸로 된 뉴질랜드 국기입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또한 뉴질랜드 국기와 호주 국기가 비슷하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두 나라 모두 영국의 식민지였고, 역사적·문화적 유산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두 국기는 왼쪽 상단에 영국 국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남십자성 별자리를 표시하고 있다. 남십자성은 주로 남반구에서 관찰되는 별자리로 남반구 국가들과의 연결을 의미한다. 하지만 주의 깊게 보면 두 국기 사이에는 몇 가지 뚜렷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뉴질랜드 국기에는 네 개의 붉은 별이 있으며 각 별은 흰색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 반면 호주 국기에는 다섯 개의 흰 별이 있고, 그중 네 개는 각각 일곱 개의 꼭짓점을 가지고 있다. 또 유니언잭 아래에 큰 흰색의 연방의 별도 위치해 있다.
이러한 점은 두 사람이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으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유사성과 차이점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두 국기를 헷갈려 한다. 2000년 호주 시드니에서는 올림픽이 열렸다. 일부 관중들이 뉴질랜드 선수단이 호주 국기를 흔드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는 의도적인 행동은 아니었지만 혼동을 일으켰다. 그때 옆에 있던 한 관중이 “국기가 너무 비슷해서 나도 혼동이 돼!”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러한 혼동은 두 국기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래서 뉴질랜드 선수들은 자신의 국기를 호주 국기와 구분하기 위해 추가적인 표지를 만들기도 했다.
국제 행사에서는 다른 국가의 사람들도 호주와 뉴질랜드의 국기를 혼동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스포츠 경기에서 두 나라의 팬들이 서로의 국기를 흔들며 “너희는 우리나라의 국기를 잘못 들고 있어!”라는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은 그야말로 유쾌한 장면이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두나라의 팬들이 서로의 국기를 자랑하며 유머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해 호주에서 열린 럭비 경기에서 뉴질랜드 팬이 호주 팬에게 “우리가 너희의 국기를 갖고 있는데, 네가 갖고 있는 호주 국기는 어디서 샀어?”라며 물어봤는데, 호주 팬이 “이거 뉴질랜드 국기야”라고 말해 서로가 크게 웃었던 일도 있다.
그러나 국기의 유사성 때문에 발생하는 난처한 상황도 있다. 외교 행사에서 뉴질랜드 국기가 사용돼야 할 자리에 실수로 호주 국기가 잘못 사용된 사례도 있었다. 1984년 뉴질랜드 총리 데이비드 랑기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주최 측이 실수로 뉴질랜드 국기 대신 호주 국기를 사용하여 외교적으로 난처한 상황이 발생했다. 그 사건을 두고 뉴질랜드의 한 언론에서는 “우리는 호주가 아니라 뉴질랜드다”라고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실수는 양국 간에 민감하게 작용하여 외교적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림픽 시상식에서도 이러한 혼동 사례가 있었다. 뉴질랜드 선수가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받을 때 호주 국기가 잘못 표시된 적이 있었다. 이 사건은 선수와 팀 모두에게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만들어 양국의 정체성과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실수는 국제 경기 중계에서도 발생하는데 뉴질랜드와 호주 국기를 혼동하여 잘못된 국기를 화면에 표시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럭비나 크리켓 같은 국제 경기가 중계될 때 뉴질랜드 선수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호주 국기가 등장하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실수로 중계사들은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혼동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업계에서도 뉴질랜드와 호주 국기를 혼동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뉴질랜드 국기라고 하여 구입했는데 확인해 보니 호주 국기였다고 한다. 호주 국기에 뉴질랜드 국기라고 표시를 한 결과였다.
2021년 일본 도쿄올림픽에서도 같은 실수가 나타났다. 뉴질랜드의 한 방송사가 자국 선수의 경기 결과를 보도하면서 호주 국기를 사용했다.
럭비와 같은 국제 대회에서는 양국 선수와 팀을 응원할 때 국기를 흔든다. 그러나 가끔씩 서로의 국기를 잘못 흔드는 해프닝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 번은 크리켓 경기 중 뉴질랜드의 팬들이 실수로 호주 국기를 흔들었고, 반대로 호주 팬들도 뉴질랜드 국기를 잘못 흔드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본 어떤 팬은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해프닝들은 두 나라의 역사적이고 문화적 유사성을 잘 보여주며 양국 국민들은 이를 유머로 승화시키며 신선하고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에서는 국기가 호주 국기와 너무 비슷하다는 문제 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런 이유로 국기를 변경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중 주목할 만한 시도는 9년 전인 2015년에 있었다. 당시 뉴질랜드 정부는 국기 변경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실버펀(Silver Fern)을 포함한 여러 상징들이 제안되었지만 투표 결과 기존 국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의 국기에 대한 강한 애정과 소속감을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국기 변경 논의는 단순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두 나라 간의 역사적 관계와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두 국기는 비슷한 외형 속에 그들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역사적 유사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재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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