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호 칼럼 느리게 뛰면 얻어지는 것들

2025.04.12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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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뛰면 얻어지는 것들


글 김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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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출근은 대부분 운동 삼아 뛰어갑니다. 독립문역에서 서울역을 가는 길입니다. 보통은 직선으로 반듯하고 평지인 통일로 8차선 도로 옆 인도로 갑니다. 그러나 1주일에 두세 번은 인왕산성 옆길로 갑니다.


그 길은 2㎞ 정도 더 길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으며 구불구불 합니다. 독립문역에서 사직터널 쪽으로 가면 대신고등학교 정문을 지나 왼쪽으로 마을길이 있습니다.


인왕산 아랫마을 길인 비탈길은 둥근 공이 아닌 네모상자를 놓아도 굴러 떨어져 내려갈 정도의 경사입니다. 차렷 자세로서 있으면 넘어질 정도입니다. 이 길은 옛날길이고 마을길입니다. 여기를 뛰어올라갑니다. 동작은 빠르고 속도는 느립니다. 뛰어간다지만 옆에서 걸어가는 사람보다 느릴 때도 있습니다. 누가 보면 ‘제자리뛰기’ 하는 줄 알만큼 아주 조금씩 발걸음을 내딛고 갑니다. 평지보다 1/20밖에 되지 않는 좁은 보폭입니다.


팔은 작지만 빠르게 흔듭니다.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입니다. 호흡은 코로만 숨 쉬며 갑니다.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신경쓰며 달립니다. 보폭이 조금만 넓어져도 금방 숨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숨을 편하게 움직이는 게 몸이 편하게 운동하는 시간입니다.


걷기보다 늦게 가는 뛰어가기를 하는 건 건강과 훈련을 위해서 입니다. 뛰는 동작은 말초심장운동이 제일 잘되는 때입니다.


정맥순환 운동인 종아리근육 펌핑운동이 제일 잘되는 게 뛰기 동작입니다. 순간적으로 빠르게 근육이 수축하여 근육 속 정맥을 펌핑해주기 때문입니다. 혈액순환이 잘되는 겁니다. 언덕을 뛰어 올라가면 기분이 좋습니다. 빠른 동작으로 느리게 가기는 제자리 뛰는 듯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입니다. 그러면 혈액순환은 걷기보다 5배 이상 빠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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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을 뛰어올라가는 두 번째 이유는 마라톤 훈련입니다. 달리기는 운동장에서만 할 수도 있지만 마라톤은 도로에서 합니다. 운동장은 좁은 곳이기도 하지만 평평한 바닥입니다. 고개 있는 운동장은 없습니다. 초등학교 운동장도 평평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평지로만 된 도로는 없습니다. 마라톤을 하려면 고개가 있는 도로를 넘어 뛰어가야 합니다. 마라톤 대회는 도로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산이 70%가 되는 산악 국가인 우리나라는 고개를 넘는 길들이 많습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게 일상입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하거나 좋은 기록으로 달리려면 고개를 뛰어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평소에 언덕 뛰어오르기를 자주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지하철역이나 기차역에선 99% 계단을 이용합니다. 대부분 뛰어가거나 2계단 이상씩 다닙니다. 관절의 힘을 지키고 기르는 데 적당합니다.


언덕을 제자리뛰기 식으로 조금씩 나가는 건 빠르게 가는 것을 포기하는 겁니다. 동작은 빠르지만 속도는 거북이보다 느려서 걷기보다 늦을 때가 많습니다. 마음이야 언덕을 운동회 때 100미터 경주하듯 큰 동작으로 확확 치고 나가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는 십리는커녕 10미터도 못가서 헉헉거리게 되는 몸이라는 것을 압니다.



많은 연구들은

우리 몸은 뇌에서부터 발가락까지 골고루

다양하게 쓰는 게 좋다고 나옵니다.

심장도 최대심박수 근처까지

적당히 빠르게 뛰기도 해야 하고 폐활량도

최대로 늘어날 수 있는 것까지

펼쳐져야 좋습니다. 그게 몸의 여유입니다.

여유 있는 몸이란 평지를 달릴 수도 있지만

언덕도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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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100미터 또는 1㎞ 달리기도 숨이 턱턱 막히도록 힘든 기억이 있습니다. 운동회 때도 체력장 시험 때도 그랬기때문입니다. 그런데 언덕을 헉헉거리며 뛰어올라가야 하는 게 마라톤이라 하면 누가 “마라톤은 매력적이고 활기찬 운동이라서 꼭 해보고 싶은 운동이지~”라는 호기심을 갖겠습니까. 거기다가 가끔 텔레비전에서 생중계되는 마라톤대회에서 달리는 주자들의 모습은 고통에 고통을 더한 최고의 힘든 표정과 몸짓을 보여줍니다. 그걸 보는 순간 개인의 힘든 경험이 저절로 떠오르면서 “역시 마라톤은 힘든 거야, 나에게는 맞지 않을 거야. 마라톤 같은 힘든 운동은 하지 말고 다른 운동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게 좋은 거야!”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저도 그런 믿음으로 50세까지 마라톤을 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다 관절건강까지 생각하면 마라톤이란 운동은 나이 먹어서는 절대 피해야하는 1순위 과격한 운동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언덕을 아주 느리게 뛰어 올라가면 얻는 게 있습니다. 느리지만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관절건강 그리고 강해지는 심폐지구력입니다.


젊어서 오르막은 힘들어서 싫었고 나이 먹어 내리막은 관절에 무리가 가서 멀리하게 됩니다. 계단 없고 언덕 없는 곳을 다니면 심장이나 폐 그리고 무릎이나 발목 등의 건강에 좋은 것일까요? 힘들지 않은 동작만 하는 게 건강관리에 최선의 방법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많은 연구들은 우리 몸은 뇌에서부터 발가락까지 골고루 다양하게 쓰는 게 좋다고 나옵니다. 심장도 최대심박수 근처까지 적당히 빠르게 뛰기도 해야 하고 폐활량도 최대로 늘어날 수 있는 것까지 펼쳐져야 좋습니다. 그게 몸의 여유입니다. 여유있는 몸이란 평지를 달릴 수도 있지만 언덕도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뼈도 자극을 받아야 새로운 뼈세포가 많이 만들어집니다. 연골뼈도 그렇습니다. 적당한 자극은 생명의 원천입니다. 자극 없는 몸은 활동하지 않는 세포가 되어 몸을 늘어지게 만

듭니다.


여유 있는 삶이란 비상시에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여유 있는 체력일 수도 있습니다. 폐와 심장이 지금보다 40% 이상 더 힘든 상황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무릎이나 골반관절이 지금보다 2~3시간 더 오래 멀리 뛰어도 견뎌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여유 있는 몸이 됩니다. 그 여유 있는 몸으로 보내지는 시간이 여유 있는 삶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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