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호 칼럼 뉴질랜드의 프랑스풍 ‘아카로아’와 고래 보호를 위한 노력

2023.08.22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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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프랑스풍 ‘아카로아’

고래 보호를 위한 노력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뉴질랜드 남섬 뱅크스(Banks) 반도를 여행하게 됐다. 여느 때처럼 마을을 지나는데 유난히 프랑스 국기가 펄럭이는 마을이 보인다. 마을 언덕 위에 프랑스 국기가 있다는 점에서 마을이 언뜻 프랑스와 관련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닷가에 있는 ‘아카로아(Akaroa)’라는 지역이다.


‘아카로아’는 무슨 의미일까? 아카로아는 마오리어로써 ‘아카(aka)’와 ‘로아(roa)’의 합성어다. 아카(aka)는 ‘막다’를 의미하며, 로아(roa)는 ‘오랜 시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카로아라는 이름은 ‘오랜 시간 동안 막혀있던 만’을 뜻한다. 아카로아는 화산 활동에 의해 생성된 도시로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적으로 보존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원래 아카로아 지역에는 마오리들이 거주했는데 탐험가 쿡선장에 의해 1770년대에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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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로아가 위치한 뉴질랜드 뱅크스 반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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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아카로아의 식품점. 프랑스 국기의 삼색을 이용해 상점을 꾸몄다.



오늘날 아카로아는 뉴질랜드 유일의 프랑스인 정착지다. 1840년 뉴질랜드로 이주한 프랑스 이민자들에 의해 창건됐기에 프랑스 색이 짙게 남아있다.


지금으로부터 185년 전인 1838년, 프랑스 고래잡이배가 아카로아에 도착했다. 고래잡이가 목적이었지만 배의 선장과 선원들은 그만 아카로아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버린다. 선장은 아카로아 지역의 마오리 대표를 만나 그 지역을 사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그 결과 여러 차례 협상 끝에 2000프랑을 주고 아카로아 지역을 매입한다.


선장과 선원들은 뛸 듯이 기뻤다. 그들은 프랑스에 있는 가족은 물론 친척,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얼른 알리고 싶었다. 매매 계약이 끝나자마자 프랑스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아카로아가 마치 파라다이스와 같다는 느낌을 전한다. 이러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은 아카로아에 대한 환상과 아카로아에 정착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라고 믿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마침내 ‘파리 백작(Comte de Paris)’을 타고 오랜 항해 끝에 1840년 아카로아에 도착한다. 이들이 뉴질랜드에 온 최초의 프랑스 이민자들이다.


도착과 동시에 그들이 본 것은 뜻밖에도 언덕 위에 휘날리는 유니언 잭(Union Jack. 영국 국기에 사용하는 영국 왕실의 깃발 디자인)이었다. 그것은 영국이 뉴질랜드의 통치권을 갖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들은 불안했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아카로아 지역의 매매 계약 효력 여부 때문이었다. 다행히 계약은 효력이 있다는 것으로 확인돼 안도했다. 이후 그들의 꿈은 아카로아에서 프랑스의 새 지평을 열고 싶었다. 프랑스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사명감 또한 가득했기에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 채 두 채 프랑스풍의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으며, 프랑스 이름의 거리를 만들고 프랑스 국기를 달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프랑스 법령에 따라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프랑스 전통을 반영이라도 하듯 거리 이름 중에는 ‘루(Rue)’로 시작하는 프랑스식 거리 이름을 만들고, 베이(bay) 이름도 프렌치 베이(French Bay)라 지었다. 또 건축물을 지을 땐 프랑스식의 고풍스러운 풍미를 갖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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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아카로아 항구에서 관광객들이 돌고래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모습




아카로아에서는 돌고래, 물개 등 다양한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 돌고래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심이 많으며 인기 또한 많다. 이처럼 돌고래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주요 이유는 아이큐 지수가 80에 이를 정도로 지능이 상당히 높다는 점, 사람들에게 우호적이라서 낭만을 채워준다는 점, 사람과의 소통은 물론 멋진 공연까지 할 수 있다는 점, 환경 보호자로서의 역할 때문이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점은 해양생물들과 즐겁게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카로아 프렌치 베이에서는 바다로 나가는 크루즈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돌고래와 소통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여행객 일행과 크루즈를 탔다. 그런데 갑판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는 애완견이 보인다. 놀랍게도 애완견은 구명조끼까지 입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애완견이 왜 크루즈에 탔는지가 궁금했다. 그것도 선장의 애완견이라는 데 더 관심이 갔다. 크루즈를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두세 마리씩 짝을 지은 돌고래들이 크루즈 가까이 헤엄쳐 온다.


엎드린 자세로 있던 애완견에게 헤엄치던 돌고래 한 마리가 다가와 별안간 고개를 내민다. 기다렸다는 듯 애완견은 반가운 얼굴로 돌고래와 눈을 맞춘다. 무언가 상호 의사소통이라도 한 것처럼, 아니 교감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더니 애완견은 신이 난 듯 갑판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짖어댄다. 


곧이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갑자기 돌고래들이 물 위로 튀어 오르는 순간 “와!”하는 함성이 들린다.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그 모습이 마치 유쾌한 마술 같다. 애완견의 크루즈 탑승에 대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애완견은 사람들이 못 듣는 돌고래의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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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의 돌고래




아카로아의 거주 인구는 불과 약 600명이다. 그야말로 작은 어촌 마을이다. 그러나 여름휴가 시즌에는 약 7000명으로 증가한다. 19세기까지만 해도 포경기지로 유명해졌지만 포경이 금지돼 고래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불법적인 포경 금지 조치는 고래가 환경 보호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래의 환경 보호자 측면을 보자. 기후 위기를 방지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 포획자로서 지구 전체 탄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래가 자연사를 할 경우 이산화탄소는 수백 년 동안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포획으로 사망하게 될 때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바로 배출된다. 이런 면에서 고래 보호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와 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 생산자 등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식물성 플랑크톤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보면 고래의 배설물 중에는 질소, 인, 철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요소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만들어지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이점을 예로 들면, 1%의 식물성 플랑크톤 증가만 있더라도 약 20억 그루의 나무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양 생태계의 균형 유지 면에서도 역할이 자못 크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크릴의 먹잇감이 되며 이크릴이 배출하는 배설물은 고래의 먹잇감이 된다. 따라서 고래의 배설물이 식물성 플랑크톤을 만들고, 이는 크릴의 먹잇감이 되는 상황이므로 선순환을 하는 데 고래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이유로 뉴질랜드에서는 불법적인 포경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자연친화적인 대표 국가로서 뉴질랜드에서는 고래가 서식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이는

인간의 생존·번영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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