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호 칼럼 캠핑 역사와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캠핑 문화
캠핑 역사와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캠핑 문화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기 전의 생활 무대는 어디였을까. 강변, 초원, 사막, 동굴 등 주로 자연적인 은신처였다. 이러한 은신처가 원시 인간 생활의 편익을 가져다주기는 했지만, 늘 긴장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생활을 해야만 했다. 눈, 바람, 비, 뜨거운 햇빛, 매서운 추위 등을 피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자연 재해의 위협과 사나운 동물의 위협 때문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그들의 가족과 부족을 보호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체류형 주거공간이 필요했으며 또 그 공간이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여겼다. 이러한 면을 감안하여 오랜 궁리 끝에 고안·발명된 것이 텐트였다. 텐트의 발명은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오늘날 체류형 여행의 원천이 되었다. 텐트만 있으면 우선 비, 바람, 눈, 매서운 추위, 뜨거운 햇빛 등을 피할 수 있었으니 그 역할과 기능이 당연히 중요시 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캠핑 문화는 오래전부터 인류의 생존과 대단히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캠핑 문화, 인류의 생존과 관련
캠핑장 발달, 교통 발달과 연관
1870년대 초 현대적 캠핑 시작
불과 19세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캠핑장이 없었다. 아울러 캠핑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도, 필요성도 인지하지 못했다.
캠핑장이 없을 수밖에 없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는 당시에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자동차 보급 자체가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캠핑장의 발달은 일반적으로 자동차 등교통 발달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시대의 캠핑 수준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도중에 밤이 되면 적당한 곳에 잘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정도였다. 근대적 의미의 초창기 캠핑은 자연과 함께 생활을 즐기는 몇몇 사람들의 취미에 불과했다. 이러한 캠핑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주변 거주민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행위, 오히려 그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시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캠핑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주변에 내다버려도 주변 거주민들은 거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외부인들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었다.
현대적 의미의 캠핑 역사는 약 150년 전, 1870년대 초 북미에서 시작된 야외 캠핑이 원류다. 캠핑족들은 가까운 거리를 걷거나 말을 타고 다니기도 했으며 카누를 타고 여행을 하기도 했다. 야외에서 캠핑이 이뤄지긴 했지만 작은 규모로 진행됐을 뿐 조직화된 캠핑 단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적 차원에서 캠핑 단체가 조직적이고 큰 규모로 발전하게 되었다.
대중적 여가 활동이 된 캠핑
이상적인 캠핑 여행지 ‘뉴질랜드’
체류형 여행 즐기는 뉴질랜드인
오늘날 캠핑은 여행 문화의 총아로 전형적이며 대중화된 여가활동이 되었다. 이에 따라 취사와 야영을 할 수 있는 캠핑장이 곳곳에 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이는 마구잡이로 이뤄지던 취사 행위를 막고 환경 보존 차원에서 이뤄지게 됐다.
뉴질랜드의 캠핑문화를 보자. 도심을 벗어나 길을 달리다 보면 그림 같은 다양한 풍광이 펼쳐진다. 구릉진 목장, 만년설의 산맥, 나무로 빼곡히 들어찬 숲, 굽이굽이 흐르는 강, 골짜기, 한적한 시골길, 시원하게 뻗은 해안도로가 있다. 도로 양옆에는 넓게 펼쳐진 들판이 있고, 들판을 지나면 아름다운 호수가 나타나기도 하며 때로는 높은 산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도 있다. 들판의 소와 양들은 사람들이 다가가면 힐끗힐끗 쳐다보며 경계를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친화적인 면도 강해서 다가와 반기기도 한다. 뉴질랜드 어디를 가더라도 만나는 것은 자연이다. 아름답고 신비스런 경치를 가진 나라. 이를 만끽하려면 어떤 방법이 최적일까. 그 환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이상적인 캠핑 여행지 중의 하나로 떠오르는 나라가 뉴질랜드다. 뉴질랜드에서의 캠핑 특징이라면 인간의 삶을 여미게 할 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자연을 닮은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 꾸밈없는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런면에서 뉴질랜드에서의 캠핑 문화는 한층 돋보인다. 뉴질랜드인들은 어떤 여행을 좋아할까. 그들은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기 위해 체류형 여행을 즐긴다.
콘도나 리조트 등 다중이용시설이 그다지 많지 않은 점도 캠핑문화를 발달시킨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느 지역이라도 자동차가 접근하기 쉽도록 잘 닦여져 있으며 캠핑 지역도 비교적 잘 확보돼 있다.
텐트·캠퍼밴 이용이 보편화돼
캠퍼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쓰레기통 없는 캠핑문화 일상
뉴질랜드의 캠핑 문화는 캠퍼밴을 이용하는 경우가 보편화 돼 있다. 이동 가능한 차량에 주방, 침실 등 편의시설을 갖춘 트레일러이기에 차와 집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텐트와 캠프 밴이 동시에 자리 잡은 캠핑장에서는 주로 독서를 하거나 조용히 식사를 즐기는 분위기다.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져온 맥주 또는 와인을 한 잔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다중지성의 시대에 배려의 문화로 이타(利他), 나아가 전체가 함께하는 올바른 배려의 움직임을 이끌어낸다 할 수 있다. 작년 어느 날 필자는 캠핑을 하기 위해 거주하는 크라이스트처치 지역 근교에 있는 캠핑장을 찾았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척 혼돈스러웠지만, 필자가 있는 지역은 다행히도 코로나19에서 자유로워진 시기였다. 가족 또는 지인들 단위로 휴가 또는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변에 위치한 캠핑장에는 일반텐트와 카라반(캠퍼밴)이 밀집돼 있어 캠핑족들이 많았다. 뉴질랜드에서 카라반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캠프 목적 외에 특수한 경우도 있다. 몇 년간을 계속해서 카라반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집값과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곳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신발을 안 신고 맨발로 다니는 청년과 어린이 여러 명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이는 “맨발이 편해서 신발을 안 신고 다닌다”고 했고, 다른 어떤이는 “환경이 좋을 뿐더러 독충을 비롯한 야생동물 위험이 거의 없어서 안전하며 캠퍼 발에 상처를 주거나 위해를 가할 위험 물질이 없어서”라고했다. 이를 반영하듯 그들의 올바른 행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캠핑족들이 밀집해 있지만 캠프장 어디에서도 쓰레기를 볼 수 없었다. 바비큐 시설이 설치된 곳도 있었는데, 사용 후 뒷정리가 무척 잘 돼 있고 주변에 쓰레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해변가에 갔다. 쓰레기도 보이지 않았지만 쓰레기통도 없었다. 해변가를 10여분 이상 걷고 있는데 저만치 무언가가 움찔거리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바람에 쓸려 다니는 종이 커피컵이었다. 누군가 커피를 마신 후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 캠핑을 하러 온 한 어린 아이가 그것을 줍는다. 자기가 버린 쓰레기가 아님에도 말이다. 그것을 외면한다면 큰 재앙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일까. 자연을 보호하고 아끼려는 노력이 자연스럽게 베여 있다. 그렇다.
그래야 기형 자연이 안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동인은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 아이들이 자연보호에 대해 부모 또는 학교를 통해 저절로 익혀 오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지키는 시민의식과 자연 환경을 보호하려는 향방에 긋는 아름다운 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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