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칼럼 한여름에 맞는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 풍경과 복싱데이 boxing day

2022.01.31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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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맞는 뉴질랜드의

크리스마스 풍경과 복싱데이 boxing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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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크리스마스라 하면 한겨울, 흰 눈, 눈사람과 눈썰매를 연상케 한다. 겨울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 또는 크리스마스 당일에 흰눈까지 내린다면 이보다 더 즐겁고 낭만적인 분위기는 없을 것이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할 수 있으며 눈썰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나라들이 있다. 지구의 남반구에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북반구와는 다른 ‘핫’하고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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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 지역 도서관인 셜리도서관(Shirly Library)에 장식된 크리스마스 트리(제공: 박춘태)




남반구는 북반구와 정반대의 계절을 맞이하기에 12월부터 2월말까지가 여름이다. 12월 25일은 한여름에 해당되는데 이때쯤 뉴질랜드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어떨까.


뉴질랜드는 인구 구성 면에서 원주민이 15퍼센트 안팎이어서 이민자가 대세인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하기에 인종·문화의 다양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뉴질랜드인들은 크리스마스를 연중 최고의 명절로 여긴다. 모든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크리스마스가 시작되는 주부터 다음해 1월 초순 또는 중순까지 많은 회사·상점들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연유로 뉴질랜드인들은 이 시기에 여름휴가를 많이 떠난다.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축제 그리고 들뜬 분위기는 12월초부터 곳곳에서 물씬 풍기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인기 가수와 밴드가 펼치는 크리스마스 캐럴 공연 그리고 지차체 및 각종 단체에서 크리스마스 음악회를 여는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쇼핑몰, 가정, 거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크게 틀어놓는다거나 휘황찬란하게 온통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 차게 하는 것은 아니다. 조용하면서도 활기에 차 있다.


뉴질랜드 크리스마스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이라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라는 점에 기인한다. 뉴질랜드 중에서도 가장 먼저 뜨는 해를 볼 수 있는 도시는 북섬에 있는 ‘기스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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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있는 뉴질랜드의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을 보자.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은 쇼핑몰이다. 쇼핑몰은 비교적 넓은 면적을 갖고는 있으나 몰 건물이 고층인 경우가 없다. 고작 1층 또는 2층으로 지어졌는데 이는 넓은 면적에 비해 전체 인구가 약 37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쇼핑몰에서는 11월말부터 크리스마스 전까지 산타복장을 한 사람이 나타나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가 하면, 쇼핑몰 여러 곳에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된다. 이곳 날씨는 겨울이라도 영하권으로 기온이 내려가는 일이 극히 드물다. 따라서 눈이 내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다만 남섬지역이라 하더라도 ‘쿡산’에서는 언제나 눈을 볼 수 있는데 만년설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몇 해 전 12월초 어느 날이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필자가 산책을 하게 되었다. 1㎞를 걸은 후 크라이스트처치 ‘리카톤 로드(Riccarton Road)’를 지나가게 되었다. 이 지역은 평소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 중 한 지역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교통체증의 흔적은 아랑곳없이 자동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양쪽 도로변에 나와 있었다. 무척 궁금해서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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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후에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있다고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서 기다렸다. 퍼레이드 시작 30분 전에는 리카톤 도로가 사람들로 꽉 차있는 듯했다. 도로의 양쪽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및 지인 동반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접이식 의자를 갖고 나와 앉아있었으며 많은 어린이들이 아예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있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때를 기다려왔다는 듯 그들은 무척 흥분돼 있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가만히 있어도 무더위를 느끼는 실정에 그것도 대낮에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한다니 놀라웠다.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다. 드디어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경찰차를 선두로 흥겹고 화려한 다양한 소속의 밴드들의 연주가 뒤를 잇고 인기 캐릭터 대형풍선,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한 아기자기한 자동차, 트럭 등이 등장한다. 마지막에는 산타클로스와 같이 썰매를 탄 아이가 등장한다.


다양한 볼거리에 지역민, 여행자의 시선이 집중된다. 모두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대규모의 화려한 산타 퍼레이드다. 남녀노소가 참가하고 있는데 퍼레이드 길이가 약 2㎞에 이른다. 퍼레이드 중에서 필자의 관심을 특별히 끄는 장면이 있었다. 각 나라의 다양한 전통복장과 독특한 퍼포먼스였다.

퍼레이드 중 드디어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장구소리, 꽹과리 소리다. 한국 팀의 퍼레이드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가슴 뭉클하다. 대형 태극기를 든 선두 행렬이 보이고 화려한 전통한복, 부채춤, 태권도 시범에 “와!”하는 함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박수갈채로 열렬히 환영한다. 퍼레이드의 최고 하이라이트를 한국 팀이 장식하는 것 같다. 이러한 퍼레이드를 ‘파머스 산타 퍼레이드(Farmer’s Santa Parada)’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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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작을 알리는 축제로 1934년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당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모여 오클랜드 시내를 돌아다닌 것에서 유래됐다.


크리스마스를 한여름에 맞이하기에 대다수의 뉴질랜드 현지인들은 해변 또는 호숫가를 찾아 휴식을 즐긴다, 쨍쨍한 햇볕아래 맑은 바다와 은빛 모래가 어우러진 풍경은 해변의 낙원으로 불리는 것에 거침이 없다. 해변에서 이뤄지는 핫한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다. 해변에서는 선글라스를 쓰고 샌들을 신은 사람들이 모래성 쌓는 일에 열중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서프보드를 타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눈사람과 눈썰매를 대신하는 것이 있다. 모래성이 눈사람을, 서프보드가 눈썰매를 대신한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다음날 12월 26일. 이 날을 복싱 데이(Boxing day)라고 한다. 격투 스포츠인 복싱 경기를 하는 날일까, 아니면 복싱과 연관이 있는 날일까. 복싱 데이의 행사가 쇼핑몰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어느 해 쇼핑몰을 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쇼핑몰을 아무리 둘러봐도 복싱 운동과 관련된 행사는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평소와는 달리, 옷과 각종 잡화등을 상당히 싼 가격으로 세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복싱 데이에는 많은 마트에서 할인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복싱 데이로 명명하게 되었을까. 12월 25일 크리스마스가 끝난 후 꽤 많은 음식들과 선물들이 남아서 박스(box)에 담아둬야 했다. 이를 두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고민했는데, 결론은 남은 음식과 선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날 세일 데이로 칭하는 복싱 데이는 음식과 선물을 박스에 담아 둔 것에서 유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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