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호 칼럼 작은 어촌 ‘카코우라’가 명소가 된 까닭

2023.02.23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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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어촌 ‘카코우라’

                 Kaikoura 

명소가 된 까닭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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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 바다에 나타난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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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과 해안에 산책로가 굽이굽이 이어져 있다. 해안은 바다를 껴안은 듯 광활하다. 더불어 푸르른 초지에서는 수많은 양떼들과 소떼들이 놀고 있으며 파도가 넘실거리는 선명한 초록빛의 태평양도 보인다. 이런 현상은 뉴질랜드 해안을 이동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광이다.


그런데 남섬 동부 해안을 이동하다보면 특이한 풍광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인 뉴질랜드의 해안과는 완연히 다른데, 그 이유는 유난히 바위가 많이 보이는 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바위가 있는가 하면 둥글고 모난 바위가 해안선에 다닥다닥 펼쳐져 있다. 이 지역에만 유독 많은 바위가 있는데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궁금했다. 그것은 놀랍게도 지진의 영향이었다. 원래 바다 속에 있던 바위들이 지진으로 인해 물 위로 솟아오른 것이다. 이런 정도라면 당시 지진의 강도가 얼마나 셌는지를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 지역이 이른바 뉴질랜드 남섬 북동쪽에 위치한 ‘카이코우라(Kaikoura)’라는 지역이다.


이제 ‘카이코우라’는 매년 100만 명이 넘는 여행객들이 방문할 정도로 명소가 되었다. 뉴질랜드 여행을 함에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 중의 하나로 부각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은 어촌에 불과한 ‘카이코우라’가 이처럼 많은 여행객을 유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고래관광이 성공하면서부터 연중무휴로 다양한 에코 투어가 개최되고 있을 정도다.


‘카이코우라’ 지역에 대해 살펴보자. ‘카이코우라’는 뉴질랜드 남섬 북동부 해안에 접해 있다. 인구가 5000명도 안 되는 작은 항구이자 어촌이다. ‘카이코우라’라는 지역명은 원주민 마오리의 말인데, 그 의미를 보면 ‘카이(Kai= meal, food)’와 ‘코우라(Koura= cray fish)’라는 단어가 합쳐서 형성된 합성어로 ‘바닷가재를 먹는다’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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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바다에 나타난 돌고래 떼




마오리족이 ‘카이코우라’에 정착한 것은 약 900년 전으로 커다란 새 ‘모아’를 쫓아 이곳으로왔다. 제임스 쿡이 ‘카이코우라’를 발견한 1770년 이후에는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로 정착이 이뤄진다. 1843년에는 포경(捕鯨, whaling= 대형 고래를 잡는 작업) 기지 건설로 포경이 시작되었다. 이는 19세기에 들어서면서 고래 기름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20세기에 와서는 고래 고기에 대한 요구가 대규모 상업적 목적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현상으로 말미암아 고래 생태계가 파괴될 정도였는데 이는 고래의 생존에 대한 심각성과 우려를 낳게 했다. 아울러 대형 고래의 특성상 긴 수명과 낮은 번식률도 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한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래의 개체수 감소를 막는 방안으로 1964년부터 포경활동이 정지됐다.


그 후 1980년대 후반에 침체된 지역 경제를 회복하고자 생태 관광업의 활성화를 꾀한다. 이와 같은 배경을 가진 ‘카이코우라’는 먼 옛날 태평양을 마주보고 있었던 조그마한 섬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카이코우라 산의 흙이 침식되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었으며 자연스럽게 뉴질랜드 본토와 연결되었다. 그 결과로 형성된 ‘카이코우라’는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점이 많다.



첫째 바닷가재의 일종인 ‘크레이피시(crayfish)’가 유명하다. 이는 지역명

‘카이코우라’의 의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둘째 미역이 많으며, 미역을 먹

고 사는 전복 또한 많기로 소문나 있다. 셋째 물개를 볼 수 있으며 돌고래,

고래 투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래 체험의 절정은 고래가 춤을 추는데 있다. 고래들은 물을 뿜으며 높이 점프했다가 다이빙하길 반복한다. 이런 순간들은 사람들에게 상상 이상의 희열을 느끼게 한다. 순간을 놓칠세라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려고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하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또 돌고래가 무리를 지어 배를 따라오는 모습은 마치 곡예를 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그들 중에는 여행객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어떤 도구를 들고 온 사람도 있다. 자세히 보면 드라이버, 장갑, 잠수복, 물안경 등이다. 전복(全鰒, abalone) 채취를 목적으로 온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전복을 채취하다보니 전복 개체수 역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개체수가 감소할 정도로 채취에 관심을 두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전복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 이다. 첫째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아르기닌(arginine) 성분이 함유돼 있어 장운동의 조절,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이는 현대인이 관심을 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 중인 과체중,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다.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뛰어나다. 이러한 효능에 의해 전복은 약재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전복은 연체동물로 귀조개라고도 한다. 긴 타원형 모양으로 바위에 붙어 있는데 뉴질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복은 흑발전복과 황발전복 등 2종류다. 흑발전복은 바닥이 까맣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카이코우라’는 필자가 거주하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반이면 닿는 곳이다. 작년 여름 어느 날이었다. 필자 일행은 ‘카이코우라’를 찾았다. 전복을 채취하기 위해서였다. 도로가에 전복 채취가 가능하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출발할 땐 따가운 햇살이었는데 도착하니 시원한 태평양의 바닷바람이 필자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군데군데 사람들이 보였다.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한 후 크고 작은 돌덩이와 바위 건너기를 여러 번 했다. 여름이지만 바닷물은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다른 쪽의 바다를 바라보니 널찍한 바위 여기저기에 검은 점들이 박혀 있다.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점들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보려고 일행들은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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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 해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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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 해안가에서 관광객들이 물개를 바라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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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 해안가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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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 마을 근처 자갈 해변에 있는 전복 껍데기


 

해안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그 점들은 단순한 점이 아닌 해양 동물이었다. 바로 ‘물개’였다. 다른 세상에 온 듯 당황스럽지만 이내 편안함을 느낀다. 워낙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오기 때문일까. 사람들이 물개를 구경하기도 하지만 물개 또한 인간을 구경하는 듯하다. 물개가 일행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떤 물개는 널브러져 일광욕을 하고 있는가 하면 낮잠을 즐기는 물개, 뒹굴고 있는 물개가 있다. 그럼에도 사람을 경계라도 하듯 가끔 울음소리를 내는데 얼마나 큰지 놀랄 정도다. 또 어떤 물개는 아예 관심 없다는 표정이다.


카메라를 쉴새 없이 어떤 각도로 들이대도 움직이질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더 가까이 다가갔다. 물개는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사람과 물개 사이에 감도는 자유, 평온함이 이토록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어떠한 경계, 긴장감, 혐오감을 느끼지 못하는 공존과 공생의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전복은 피싱룰(Fishing rule)이 있는 곳에서 채취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채취의 기준을 맞추는 일이다. 껍질의 가장 긴 부분을 재서 12.5㎝ 이상인 전복을 1인당 하루에 10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 길이를 잴 수 있는 자를 준비하지 않은 경우 걱정할 필요가 없다. ‘카이코우라’ 정보센터를 방문하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애써 채취한 전복이 12.5㎝가 안된다면 어떻게 할까. 다시 바위에 붙여 주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규정을 어기고 그것을 채취하면 최하 $250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렇게 기준을 정한 이유는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해양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뉴질랜드 정부와 ‘카이코우라’ 지자체의 노력에서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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