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칼럼 옛것을 지키려는 노력과 문화 유적을 활용한 관광 프로그램

2023.06.22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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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을 지키려는 노력과

문화 유적을 활용한 관광 프로그램 


글·사진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옛것을 보존하는 것은 옛날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성을 제공한다. 거기에는 생명력이 있으며 현재 풀리지 않은 근원적인 궁금증을 해결해 주기도 한다.


고대 건축물들을 보면 옛날 건축가들이 예술성과 실용성 등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치열했던가를 상상할 수 있다.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은 오래된 건물의 형태를 보존하는 것이기에 도시 계획을 함에 있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대로 남아있는 옛길과 골목 그리고 역사적인 건물이 있다면 그 지역은 완전한 지역 유적지이다. 유적을 통해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점이라면 그 시대의 삶과 문화다. 또 당시 지역민들의 생활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듯 유적지에서 느낄 수 있는 가치는 하나의 길, 한 채 한 채의 건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화롭게 함께 어우러진 길과 건물지라는 모습에서 더 높은 가치를 발휘한다.


뉴질랜드에는 일품인 바다 전경과 더불어 서핑 등 각종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 그중에서 남섬에 위치한 삼라(Sumner)해변과 뉴브라이턴(New Brighten) 해변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해변은 남섬 제1의 도시이자 정원의 도시로 불리는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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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의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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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의 제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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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의 인쇄소


지난 3월 필자는 1900년대 초반 크라이스트처치에 정착한 이민자들의 삶과 그 당시 크라이스트처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을 방문했다. 크라이스트처치 정착민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100여 년 전의 유적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설렌다. 늦여름이지만 햇살은 여전히 뜨거웠다.


목적지는 크라이스트처치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볼거리가 많아 1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페리미드’라는 지역인데 이곳은 지리적으로 크라이스트처치와 리틀턴 항구의 경계에 있다, 뉴질랜드 초기 이민자들은 리틀턴 항구에서 가파른 페리미드 언덕길을 따라 크라이스트처치까지 물건을 운반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페리미드에 ‘페리미드 문화유적 공원(Ferrymead Heritage Park, 이하 ‘공원’)‘이 1964년에 만들어졌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안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환영의 마음을 담아 우정어린 인사를 한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는 않는다. 공원 전체가 옛날 크라이스트처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잘 꾸며져 있었다.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에다가 ‘크라이스트처치 근대의 타임캡슐’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공원 이곳저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적들의 흔적을 살펴보았다.


공원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야외 박물관으로 역사적인 주제를 가진 건축물과 교통 관련이 많은 편이다. 건축물이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담하다. 뉴질랜드의 문화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럽 문화와 마오리족의 문화다. 이 중에서 페리미드 공원은 1900년대 초반의 유럽적 문화 전통을 보존하기 위한 유럽 문화라 할 수 있다. 이에 앞서 뉴질랜드에 유럽인이 많이 오게 된 시기는 19세기 중반부터였는데 금의 발견이 주요 원인이었다.


이런 면은 그 당시 환경적·사회적 가치보다는 경제적 가치 프레임이 지배적이었음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공원에는 시대를 반영하는 전시물이 많이 있다. 복원된 주택, 학교 건물, 교회, 트랙터, 소방차, 비행기, 트램(tram), 증기기관차, 자동차, 인쇄소, 이발소, 우편 및 전신, 모형 철도, 사진관, 제과점, 영화관 등이다. 건물의 형태에서는 대칭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원에는 당시의 도로, 철도 등 근대 이야기를 품은 것들이 많았으며 건물은 지은 지 적어도 100년 이상 된 건물이었다. 실제 있었던 건물과 모형으로 만든 건물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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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의 주택



당시 영화관에서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 외에 쇼(show)도 보여주었다. 영화 상영시간이 무척 짧았다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10분 동안으로 한정됐으며, 쇼는 약 20분 동안 진행됐다. 영화표는 성인, 아동, 가족, 단체 등 4가지로 구분돼 구입할 수 있었다. 3세 이하의 아동은 무료였으며 가족표는 성인 2명과 2명의 아동으로 한정돼 있었다. 또 단체표는 미리 예약을 해야 가능했다. 이러한 점은 사람에 대한 공감, 배려, 합리성에 근거를 뒀다고 본다. 아울러 영화 상영시간이 아침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였는데, 당시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건물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졌다. 이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나무였으며 지진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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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던 무어하우스학교(Moorhouse School) 교실의 피아노


옛것에 대한 희귀한 많은 자료는 건물 안에서도 볼 수 있었다. ‘무어하우스학교(Moorhouse School)’라는 간판이 걸린 교실에 들어갔다. 20세기 초 뉴질랜드 학교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그 당시 사용하던 작은 크기의 칠판, 피아노, 책상과 의자 등이 있었는데 2가지 특이한 점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모든 학생들이 한군데 교실에서 수업을 했다는 점, 다른 하나는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의 책상과 의자는 교실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통적으로 책상과 의자가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가로로 길게 만들어져 있었다. 게다가 튼튼한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무게도 꽤 나갈 것 같았다. 그 당시 목공들의 실용성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점과 기량이 상당히 우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업 시작은 대영제국의 애국가를 부른 후 시작되었다. 이는 당시 뉴질랜드가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그러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길 중앙에 철도가 있다. 1863년에 개통된 뉴질랜드 최초의 공공 철도인데 페리미드에서 크라이스트처치 중심부까지 운행되었다. 소방차 박물관에서는 소방차의 진화된 모습을 볼수 있었다. 양동이 정도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아주 작은 소방차와 면으로 된 방화복도 볼 수 있었다. 도로가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작은 소방차는 좁은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면서 불을 끄는 데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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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크라이스트처치의 무어하우스학교(Moorhouse School)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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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크라이스트처치의 무어하우스학교(Moorhouse School)


한 달에 한 번 있는 특이한 투어가 있다. 바로 트램(tram) 투어로 ‘웨딩 트램 투어’와 ‘생일 트램 투어’가 있다. 웨딩 트램 투어는 결혼 당사자 및 하객이 트램을 타고 결혼식장에 도착하며 결혼식 후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를 트램 안에서 할 수 있다. 생일 트램 투어는 트램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생일 축하파티를 할 수 있는 투어다. 트램 내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생일 음식과 케이크 등을 먹으며 투어를 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문화유적과의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한다. 그것은 문화유적이 과거의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미래의 동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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