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호 칼럼 뉴질랜드에서 선데이 마켓이란?

2023.07.31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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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선데이 마켓이란?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매주 일요일. 뉴질랜드 여러 지역에서는 특이한 장터가 열린다. 이러한 모습은 유럽문화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야외에서 열리는 ‘선데이 마켓(Sunday Market)’이다. 우리나라의 풍물시장과 비슷한 분위기로 널려 있는 물건들을 보면 잡동사니들로 집에 있던 헌 옷, 헌 가구, 부엌살림 도구 등 사용하던 물건도 있고 새 물건도 있다.


일반적으로 일요일 쇼핑몰의 폐점 시간은 오후 5시 또는 오후 6시까지다. 이에 반해 선데이 마켓은 오후 1시 또는 2시 정도가 되면 모두 문을 닫는다. 무엇 때문일까. 일요일은 일반적으로 쉬거나 휴일을 즐기려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 문을 닫는 대신에 일찍 문을 연다. 선데이 마켓의 문 여는 시각은 일요일 오전 6시 또는 7시부터다. 그렇기 때문에 일요일 ‘선데이 마켓’에 참여하는 상인들은 이른 새벽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장터 규모는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대도시일수록 선데이 마켓의 규모는 중소도시에 비해 더 크다. 다민족사회로 이뤄진 나라이기에 상인들은 키위(뉴질랜드 현지인), 한국인, 중국인, 인도인 등 민족별 구성이 다양하며 구매자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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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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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리카톤 선데이 마켓’



내가 사는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 꽤 큰 선데이 마켓이 있다. 리카톤 지역에 있는 ‘리카톤 선데이 마켓(Riccarton Sunday Market)’이다. 이 마켓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야외 마켓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크라이스트처치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일요일마다 200개 이상의 가판대가 들어서는데 심지어 전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 경우에는 자기가 사용하는 발전기를 가져와서 사용한다. 때로는 발전기 소리 때문에 시끄럽기까지 하다. 판매하는 물건 중에는 취미로 만든 물건을 가져와서 파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집 작업장에서 나무로 만든 트럭이 이에 해당된다. 커피, 토스트, 각종 음식, 신선한 과일, 각종 채소류, 꿀, 잼 등 먹거리 및 식재료를 비롯해 중고품 가구, 의류, 식물, 나무, 장식용 목걸이, 자수용품, 조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뉴질랜드 야외 시장 형성의 기원을 보자. 1970년대부터 종종 자선단체에 의해 대형 노천 시장이 형성됐지만 주로 장식품, 중고품, 수공예품, 음식에 한정돼 판매했다. 1978년 오클랜드 오타라 시장 가판대에서 처음으로 태평양 섬 음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후 선데이 마켓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역 ‘리카톤 선데이 마켓’의 형성은 1988년 리카톤 몰(Riccarton Mall, 현재 Westfield)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불과 35년 전의 일이다. 2년 후인 1990년부터는 합법화됐다. 선데이 마켓의 목적은 지역민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자 함이었다. 그 당시 선데이 마켓은 판매하는 물건들이 무척 제한적이었다. 트레일러(trailer)에서 판매를 하였는데 물건들이 로타리클럽 회원들이 기부하거나 수집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1992년에는 로터리 트레일러 외에 30여 명의 노점상들이 참여할 정도로 증가 했으며 현재는 200개의 이상의 노점상들이 참여하고 있다.


리카톤 선데이 마켓이 각광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요일마다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쇼핑은 물론 야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기 좋기 때문이다. 아울러 음악가들의 노래 또는 악기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마켓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가판대에 판매하는 물건을 흥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어느 일요일 아침, 나는 리카톤 선데이 마켓을 갔다.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혼자 온 사람, 가족 단위 또는 친구 단위로 온 사람, 여행자들 모두 무척 즐거운 듯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휠체어 무료 대여’라고 쓰인 부스도 보인다. 휠체어 대여 대상은 지역사회의 모든 거주민들이며, 목적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시장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모두 3대의 휠체어가 마련돼 있는데 크라이스트처치 티에스비(TSB) 은행과 모어 모빌리티(More Mobility)라는 회사에서 기증한 것으로 공존공생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일례라 할 수 있다.


마켓에 들어서자마자 커피밴(coffee van)을 비롯해 각종 먹거리로 가득하다. 어떤 가족은 아침식사를 이곳 마켓에서 하기도 한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중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 있었다. 가까이 가봤다. 버스킹(busking, 공공장소에서 하는 공연)이었다. 어린아이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한 젊은이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 기부함도 있었는데 구경하는 사람들이 노래 중간 또는 노래 한곡이 끝난 후 기부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띤다. 몇 곡의 노래를 부른 그 젊은이는 휴식을 취했다. 나는 그 틈을 이용해 그에게 다가가서 버스킹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노래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통은 늘 화두였다. 요즘 가족 간 소통, 세대 간 소통, 계층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음악을 통한 소통은 음악문화를 알리는 것 외에, 사회적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토대가 아닌가 한다.


뉴질랜드에서 1월은 한여름이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하루에 사계절 및 날씨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뉴질랜드의 특이한 현상이기도 하다. 아침과 저녁에는 쌀쌀하며 한낮엔 30도를 웃돌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햇빛이 비치다가 소나기가 내리기도 한다. 선데이 마켓이 열리는 1월 여름날, 한낮에 여러 명의 젊은이가 파티를 준비한다고 하면서 여러 가지 먹거리 및 재료를 사고 있었다. 그리곤 한참동안 마켓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더니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먹거리를 산 곳을 다시 방문해서 묻기를 ‘아무리 둘러봐도 캔맥주를 판매하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캔맥주를 사고 싶으니 어딘지를 알려 달라’라고 했다. 그런데 상인은 당연하다는 듯 이 선데이마켓에서는 캔맥주를 판매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는 규정이 있다고 했다. 때문에 캔맥주 등 주류를 판매하는 곳이 없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재차 물었다. 술을 먹고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한다. 바람직한 규정에 그들은 수긍했다. 이런 차원에서 주류는 선데이 마켓에서 구입할 수 없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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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리카톤 선데이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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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리카톤 선데이 마켓’



오후 1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물건 앞 골판지에 부착된 가격을 살펴보았다. 오픈할 때부터 일정한 가격이었는데 어느 새 낮아진 가격이었다. 과일 및 스시(sushi) 등 일부 물건에 가격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낮아진 가격은 한번이 아닌, 몇 차례에 걸쳐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흔적이 보인다. 이러한 점이 선데이 마켓의 특징이다. 문을 닫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가격 할인이 이뤄지는데, 특히 음식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선도 저하 및 맛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선데이 마켓은 옛날 우리의 시골 5일장 장터를 연상케 한다. 복합적인 문화 환경을 가진 나라! 그럼에도 그들은 타성에 젖어있지 않고 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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