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칼럼 기부 문화와 ‘세율 높여달라’는 뉴질랜드 부자들

2023.09.29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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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문화

‘세율 높여달라’는 뉴질랜드 부자들 


글 박춘태(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기업관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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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늘 인간의 이상향이다. 무엇이 이러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 나온다. 대표적인 것으로 ‘나눔’과 ‘배려’를 들 수 있는데 기부라는 형태로 나타나며 애정과 헌신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문화는 궁극적으로 사회의 균형·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며,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는 한편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기부의 형태는 돈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물품을 통한 기부, 재능 기부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기부금은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돕기 위해 또는 어떤 일을 지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내놓은 돈으로 대가성이 없다. 오늘날 기부 방법이 다양한 디지털 방식의 도입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는데 그 방식으로는 온라인, 에포스(EFTPOS), 큐알(QR) 코드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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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부자들이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했는데 사실 세금으로 내야 할 돈을 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원인은 기부를 한 만큼 세금을 적게 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는 부자·재벌의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들어서는 기부가 부자나 사회지도층에게만 국한된 책무가 아닌,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사회 환원이 생활화되고 있다. 그야말로 기부의 전통이 미덕이자 나라의 힘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기부문화가 시대정신으로 인식되고 있음은 상당히 희망적인데, 생활의 한 부분으로써 세상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훈훈함을 더해 준다.



기부의 궤적을 보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맥락을 같이 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귀족들이 다양한 특권을 누릴 수 있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러한 특권을 가진, 다시 말하면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함을 뜻한다. 이러한 의무가 궁극적으로 기부와 헌신을 이끌어 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중요한 이유를 사례를 들어 살펴보면 천 년 동안 강한 로마 국가를 굳건히 지탱해 준 원동력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솔선수범했다. 그는 재임 시 재정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지원해 개인 재산을 네 번씩이나 기부했다. 로마 사회에서는 귀족들의 행보 또한 놀라울 정도였다. 전쟁이 일어날 때 공공봉사를 하고 사회에 재산을 환원했을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 용감하게 적과 싸웠다. 이러한 행보는 당시 당연한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었다.


뉴질랜드인들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부를 많이 한다. 최근 높은 생활비와 물가 급등이 있었지만 기부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늘고 있다. 인구가 500만 명에 불과 하지만 2022년 온라인을 통한 기부금은 3000만 달러가 넘는다. 특히 웹사이트인 ‘기브어리틀(Givealittle)’을 통해 기부한 금액은 연간 약 3660만 달러로 나타났다.


‘제이슨 후커(Jason Hooker)’라는 사람은 말기 암 환자였다. 그는 기부금을 지원받고 있다고 하면서 “기부금 지원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말기 암 상태에서 충당해야 하는 약값만 한 달에 1만 달러에 달한다. 기부금 지원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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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질랜드의 부자 90명이 정부를 상대로 이색적인 공개서한을 보냈다. 여기에는 기업인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 등이 포함돼 있었다. 기업인으로는 순재산 3억 뉴질랜드 달러를 가진 헬스장 사업을 하는 ‘필립 밀스’, 유명 배우로는 ‘로빈 맬컴’ 등이다. 그들은 서두에서 “공개서한을 보내는 목적은 우리가 세금으로 내는 액수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책정된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싶다”라고 밝혔다.


자신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터무니없이 낮으므로 세율을 높여달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일반 국민의 세율은 20.2%인데 반해 최고 부자들의 실질 세율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9.4%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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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을 익히 알고 있는 부자들이 굳이 높은 세율 적용을 요구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납세를 통한 부의 공유’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들의 성공에 세금이 일정부분 기여했다고 보는 부분도 있다. 뉴질랜드 부자들의 세율이 낮은 이유로는 소득 중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자본소득이 많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 부의 공유는 국가 운영의 핵심 정책이다. 부의 분배가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빈부격차의 심화, 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회 불안을 야기시켜 국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 올 수 있다. 때문에 뉴질랜드에서는 부의 공유를 상당히 중요시하기에 좀처럼 큰 경제 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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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뉴질랜드는 사회적·경제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서 빈곤과 어려운 지역이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자동차, 가방, 지갑, 옷 등을 훔치는 좀도둑들이 있는가 하면 마약 복용, 과도한 음주 등이 비일비재하다. 이와 같은 범죄 발생은 합법적인 대안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를 제어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부자들이 더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겠다는 것은 국민 모두의 차별 없는 존중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건전한 기부문화는 부자들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쳐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기여한다. 뉴질랜드 기부문화도 시대 변천에 따라 바뀌고 있다. 사회리더 및 기업중심에서 다중 중심으로, 일회성 기부에 국한되지 않고 정기적 기부로 바뀌고 있음은 기부의 보편화를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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