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호 칼럼 뉴질랜드의 도둑에 대한 관용 문화

2023.09.29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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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도둑에 대한 관용 문화 


글 박춘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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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뒤편에 있는 사람이 자기 가방에 매장 물건을 몰래 넣고 있어요. 도둑이라고 봐요. 모자를 쓰고 검은 색 옷을 입고 있어요.”


최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매장에서 쇼핑하던 한 고객이 이러한 상황을 직원에게 알려준다. 이런 상황을 듣자마자 직원은 곧바로 매장 내에 설치된 보안장비(CCTV)를 통해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매장에는 쇼핑용 바구니 또는 쇼핑 트롤리(shopping trolley)가 비치된 경우가 많다. 고객들의 쇼핑 편의를 돕기 위함이다. 따라서 고객들이 한두 가지 물건을 사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고 매장 물건을 자신의 가방에 넣으면 직원이 이를 검색할 수 있다. 이는 매장 운영 규정에도 명시돼 있으며, 고객이 규정 안내문을 볼 수 있도록 매장 여러 군데에 부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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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보안장비로 확인한 후 모자 쓴 사람을 발견하고는 가까이 다가가서 “실례합니다. 가방 좀 열어주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는 흔쾌히 가방을 열어 보이는데 보이는 것은 종이쓰레기밖에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분명히 매장 물건을 가방 안에 넣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번엔 직원이 아예 가방을 잡고 가방 안을 샅샅이 뒤진다. 그러더니 가방 안쪽에서 매장 물건을 꺼낸다. 고객이 아니라 도둑이 와서 도둑질을 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순간 도둑은 힘껏 가방을 빼앗아 매장 밖으로 달아나기 시작한다. 당시 매장 안에는 다른 손님이 없었고 2명의 직원밖에 없었다. 직원 한명은 계산대에, 다른 직원 한명은 매장의 가장 뒤편에서 물건을 정리정돈 하고 있었다. 계산대에 있는 직원이 다른 직원을 향해 빨리 매장 출입구 쪽으로 나오라고 다그친다.


그 사이 도둑은 매장을 벗어나 도망치기 시작한다. 계산대 담당 직원이 도둑을 향해 “거기 멈추세요!”라고 큰소리로 말하니 매장 밖에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이 광경을 지켜본다. 그들 중 한 명이 도둑을 쫓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도둑은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간다. 약 100미터를 달렸을까. 도망가던 도둑이 더 이상 달리지 않고 멈추어 섰다.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 도둑이 지쳐서더 이상 달릴 수 없었던 것이다. 뒤따라간 매장 직원이 매장 물건을 달라고 했다. 가방에서 꺼내준 물건을 받고 매장으로 돌아왔다. 도둑과의 해결이 마무리된 장면이다. 한마디로 관대한 용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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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둑들이 매장에서 물건을 슬쩍 훔친 후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훔친 물건이 쓰레기통 또는 다른 상점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물건을 훔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훔치는 스릴을 만끽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질랜드는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도둑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어떤 집은 1년 동안 두 번 이상 도둑을 맞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는 사람들도 있다. 도둑질을 당하는 이유로 정든 곳을 떠나야 할 지경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뉴질랜드에는 담장 없는 집이 많았다. 그러던 것이 어느 때부터 담장을 설치하는 집이 많아졌다. 그 이유는 사생활을 침해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과 도둑의 침입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다.


절도 행각은 집, 가게, 식당 등 다양한 곳에서 일어난다. 또 특이한 점은 새로운 도둑질 형태가 있는데 매장에서 하는 도둑질에 어린이들을 일부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서너 살쯤 돼 보이는 어린 자녀들에게 도둑질을 거들게 하거나 직접 물건을 훔치도록 지시를 한다. 아이가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수법이 정교하며 어른들이 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데 이러한 점은 꽤 배운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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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하면 주의를 주는 정도이며 물건을 되찾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듯 절도로 인해 뉴질랜드 전체 매장에서 발생하는 피해액만 해도 하루에 약 190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뉴질랜드 경찰들은 절도 행각에 어떻게 대처할까. 결론적으로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6월 어느 날이었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의 오토바이 매장을 방문했다. 매장 안에 있던 한 명이 오토바이 부품으로 보이는 물건을 갖고 갑자기 뛰쳐나갔다. 이를 본 고객 4명이 도둑임을 직감하여 뒤쫓았으며 그중 한 명이 도둑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도둑은 오히려 큰 소리를 지르며 손과 발로 격렬히 반항했다. 반항은 멈출 기미가 없었고 공격은 더욱 거세어졌다. 고객 4명이 도둑의 양다리와 양팔을 붙잡았으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들은 경찰의 빠른 출동을 기대했다. 그러나 경찰과의 전화 통화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경찰은 도둑이 무기를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하자 “도둑을 그대로 풀어주라”는 경찰의 지시였다. 사람들은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판단과 대처에 실망했다. 그렇다면 경찰이 도둑을 놓아주라고 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의 안전 보장, 사회적 배려와 이해로 볼 수 있다. 다만 경찰 출동이 우선시 되는 경우는 생명에 위협을 가하거나 위험한 사건이 일어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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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도둑 용서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여긴다. 범죄 예방의 한 방법이며 상호 간의 이해와 용서를 촉진시켜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문화를 형성하고자 함이다. 지역사회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이들 범죄자도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하지만 도둑 용서가 모든 경우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심각한 범죄 또는 반복적인 범죄 등은 예외다. 이를 위해 뉴질랜드는 포용적인 사회 구축, 사회적 불평등 해소, 균형 있는 법 집행 시스템 구축, 범죄 대응 능력 강화, 실수용 문화 극복, 범죄에 대한 자각을 돕고자 다양한 교육적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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