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칼럼 재활용품과 기념품을 전시하는 대학도서관과 JP(Justice of Peace) 제도

2023.12.24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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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과 기념품을 전시하는

대학도서관과 JP(Justice of Peace) 제도 


글 박춘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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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 대학도서관은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캔터베리대(University of Canterbury) 중앙도서관을 자주 간다. 이 대학은 특이하게도 도서관 입구가 1층이 아닌 2층에 있다. 2층을 가려면 1층 모퉁이를 지나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1층 복도 끝에 이르러 모퉁이를 돌기 전에 특이한 곳을 발견할 수 있다.


모퉁이에 여러 가지 물품들이 놓인 긴 설치대가 있다는 점이다. 그곳에는 책, 옷, 구두 등 잡동사니들로 가득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벽면에는 “무료로 가져가세요.”라고 적힌 표시도 눈에 띈다. 물품 기증자는 대부분 학생들과 교직원들이다. 물품은 수업시간에 사용하던 교재, 옛날 소설책, 잡지, 신었던 구두지만 재활용 가능한 구두 그리고 넥타이, 와이셔츠, 유니폼, 바지 등 여러 종류의 옷도 있다. 물건 상태를 살펴보니 최대한 깨끗함을 유지하려 했다는 노력이 보인다. 이렇게 진열해 놓은 물품들은 주로 도서관을 오고가는 학생들이 와서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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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측은 무엇 때문에 이러한 설치대를 도서관 1층 모퉁이에 마련한 것일까. 설치대가 마련되기 전 학기가 끝날 때마다 각종 책이며 옷가지들이 쓰레기통에 수북이 버려졌다. 특히 졸업하는 때는 더 많은 잡동사니들이 쓰레기통을 꽉 채웠다. 학교 청소 담당자들은 이런 물건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쓰레기통이 용도에 따라 색깔별로 구분돼 있어 처리하기가 쉽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섞여져 있는 경우도 많아서 다시 분류를 해야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대로 버리기에는 아까운 물품들이 많음을 느꼈다. 그들은 고민 끝에 학교 측에 건의하기로 했다. 그 결과 재활용 가능한, 비교적 상태가 좋은 물품들은 자발적으로 기증하게 하고, 또 필요한 물건들을 스스로 선택하여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렇게 모은 재활용 가능한 물품들을 일정 기간 진열해 놓고 관찰한 결과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물품들이 필요한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마침내 학교 청소 직원들은 신이 났다. 무엇보다도 힘든 일에서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었으며, 또 사람들은 필요한 물품을 무료로 얻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되었다.


그럼에도 일정 기간까지 가져가지 않은 남은 물품들은 어떻게 처분하는가. 남은 물건들은 재활용센터로 보낸다. 뉴질랜드는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무공해·재활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대학도서관에서 이뤄지는 재활용 물품의 무료 기증·무료 수거는 국가 정책에 부응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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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도서관에서 이뤄지는 기념품 홍보에 대해 보자. 도서관 2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학교를 상징하는 타월, 컵 받침대 등 기념품이 진열돼 있다. 학교 내에 기념품점이 있음에도 도서관 안에 진열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도서관 직원에게 물었다. “학교 기념품을 기념품점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므로 도서관에 진열했다”라고 알려주었다. 도서관을 출입할 때마다 사람들은 두 가지 특이한 면을 보게 된다. 특히 뉴질랜드 자국민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유학생들은 재활용의 의미와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된다.


다음은 공증을 담당하는 사회적 자원봉사자에 대해 살펴보자. 운전면허증 또는 여권 등을 뉴질랜드 어떤 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한국 또는 외국 방문을 할 경우, 여권 원본을 제출했다가는 출국조차 못할 수가 있다. 그 이유는 처리 기간이 지연되는 경우 출국 전에 원본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뉴질랜드에서 애완견을 데리고 한국에 입국할 때는 필요한 서류가 있으며 이에 대한 공증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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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증은 사회적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지는데 ‘JP(Justice of Peace)’라는 제도로 치안판사라고 불린다. 그들은 사회적 자원봉사자임에도 일처리가 꼼꼼하며 성품이 따뜻하다. 원래 JP는 662년 전인 1361년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일처리가 사무실이 아니더라도 가정, 도서관, 시민상담소(Citizens Advice Bureau) 등에서 이뤄진다. 모든 사람에게 무료 서비스가 이뤄지며 주요 역할은 공적 서류의 서명 및 승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 보호 문제, 이웃 간 불화 문제, 이민 상담, 일반 법률 조언, 고용 문제 등도 다룬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러 가지 일을 가능하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도로 훈련돼 있다는 데 기인한다. 예를 들면 뉴질랜드의 법률, 절차, 원칙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2년에 한 번씩 바뀐 제도나 법령, 공증업무 등에 대해 시험을 치른다.


자원봉사자이기에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임금이나 급여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떠한 불평이나 불만도 없다. 임명은 봉사활동이나 사회적인 업적, 인격, 인정도 등을 고려하여 우선권을 가진 후보자가 선발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뉴질랜드의 사회적 분위기가 봉사활동이나 인성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보통 5년마다 갱신, 재임명될 수도 있기에 무보수 명예직이자 종신직이라 할 수 있다. 물질만능시대에 그들의 사회적 역할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뉴질랜드 JP로서의 큰 자긍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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