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호 칼럼 초·중등학생과 선생님이 같이하는 교통정리
초·중등학생과 선생님이
같이하는 교통정리
글 박춘태 박사
지난해 7월 어느날 아침.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한 인터미디어트 스쿨(Intermediate School)을 가야 했다. 당시 한국에서 온 중학생들이 그 학교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었기에 학생 관리 차원에서 정기적인 미팅을 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인구 밀도가 낮은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는 지하철이 없다. 그러하기에 보통 출퇴근은 자동차, 공용버스, 자전거 등이 주류를 이룬다. 출근길에 교통체증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른 아침 서둘러 출발했다. 학교로 가는 도중에 차량들이 가다서기를 반복하며 서행을 한다. 무슨 일인가 궁금하던 차에 곳곳에 도로 공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때서야 정체 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도로가 1차선으로만 돼 있기 때문에 정체 현상은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뉴질랜드 도로 중에는 1차선으로만 돼 있는 도로가 꽤 많다. 이런 경우, 뒤에 오는 차가 앞차를 추월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설령 급하더라도 자동차 경적을 울리지 않고 뒤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추월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크게 경적을 울리며 운행하는 경찰차, 구급차, 소방차 등 극히 일부에만 국한돼 있다. 비록 거북이 운행을 했지만 마침내 스쿨존(School Zone)이라고 쓰인 팻말이 보인다. 학교가 가까울수록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띤다. 그들이 등교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부모가 학교 주변까지 차로 데려다 주는가 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학생, 스쿠터를 타고 가는 학생도 있다. 학교가 차도 인근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횡단보도를 건너 5분 정도를 걸어가야 했다. 횡단보도 표시가 된 곳으로 갔다. 그런데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교통신호등이 없었다. 그 대신 어린초등학교 학생 4명이 안전복을 입고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건너세요’를 나타내는 ‘Go’ 표시판과 ‘정지하세요’를 나타내는 ‘STOP’이라고 쓰인 표지판을 들고 서있다. 학생교통안전단이었다. 뉴질랜드 초·중등학생들은 교통정리를 담당하는 ‘플레이트 마법사(Traffic Patrol Wizards)’로 불리며 학교 주변 도로에서 교통안전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교통안전교육의 일환으로 중요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초·중등학생들은 뉴질랜드자동차협회에서 주관하는 교통안전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교통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이런 훈련을 통해 안전한 교통수단 사용에 익숙해지며 교통안전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실천한다. 횡단보도에서 여러 명의 학생들이 교통안전단의 지시를기 다리고 있는데, 그중 학생 한 명이 가까이 오는 차가 없다고 판단하여 건너가려 한다. 그러자 도로 양쪽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학생들이 큰 소리로 말한다. “횡단하지 말고 잠깐 기다려주세요”. 잠시 후 길을 건너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손을 들지 않는다.
교통정리를 하는 학생 옆에 어른 2명이 서있다. 그들은 길을 건너지 않고 계속 학생들 곁에 머무르고 있다. 궁금해서 어떤 사람들인지를 물었다. 두 사람 모두 학교 선생님인데 그중 한 사람은 교장선생님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교통정리를 하는데 선생님이 같이 있는 이유는무 엇일까. 학생들의 교통안전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다. 선생님은 늘 교통상황을 주시하면서 학생들이 도로를 안전하게 횡단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보호한다.
등·하교 시 학교 주변은 학생들과 차량들이 많기에 교통정리 선생님은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고 교통흐름을 조절함으로써 교통상황 안정화,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한다. 아울러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안전한 행동 방법을 배운다. 예를 들면, 교통정리를 하는 선생님은 차량과 학생이 교차하지 않도록 통행을 차단하여 안전하게 횡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른 아침에 교통정리하는 학생들 옆에서 솔선수범하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에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권한과 권리만을 내세우지 않고 강한 책임을 수반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건강한 공동체란 바로 이러한 무한책임 하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하기에 밝은 미래가 보인다.
뉴질랜드는 학교 주변이라 하더라도 교통신호등이 없는 경우가 꽤 많다. 그 이유는 인구 밀도가 낮고 교통량이 비교적 적다는 데 기인한다. 이런 지역에서는 교통 조절의 수단으로 교통신호등보다는 속도를 제한하거나 횡단보도 또는 학생교통안전단 등을 활용한다.
뉴질랜드에서 초등학생들이 교통정리를 처음으로 시행한 것은 1931년이었다. 93년 전의 일이다. 그해에 뉴질랜드자동차협회(NZ Automobile Association)가 교통 트위치운동(Traffic Twitches Campaign)을 함으로써 초등학생들이 교통정리를 하도록 했다. 이 캠페인은 초등학생들이 따뜻한 정서를 느낄 수 있음과 더불어 교통규칙과 안전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었다.
이렇듯 뉴질랜드는 초·중등학생들이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교통정리하는 학생의 나이와 범위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는 학교 정책 또는 교육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학생들은 어떤 학생들로 구성되는가. 교통안전교육과 관련된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를 이상적으로 본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학생들이 교통정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어떤 학교에서는 특정학년이나 선택된 학생들로 구성하기도 한다.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함은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함께 교통안전의식을 제고함은 물론 교통규칙의 준수, 교통안전문화의 정착을 위한 발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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