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칼럼 뉴질랜드 대학의 특이한 입학·졸업 문화 형식에만 치우치지 않은 가치 문화 중시

2024.08.15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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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대학의 특이한 입학·졸업 문화

형식에만 치우치지 않은 가치 문화 중시 


글 박춘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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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오타고 대학 시계탑



캔터베리대(University of Canterbury)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을 대표하는 규모가 가장 큰 대학이다. 190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가 이곳 캔터베리대에서 1890년부터 1894년까지 공부했다. 며칠 전 이 대학 중앙도서관에서 그룹스터디를 하던 3명의 학생을 만났다. 필자를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니 한결같이 “한국팝(K-pop)과 한국음식(K-food)을 무척 좋아한다”고 하면서 특히 “떡볶이와 불고기 맛에 반했다”라고 한다.


4학년 ‘엘리자베스’라는 학생은 대학 생활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전공이 법학인데 벌써 4학년이 되었다. 공부에 매진하다 보니 어떻게 시간이 지나가는 줄도 몰랐다. 내년에 졸업을 하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라고 하면서 치열하게 전개해 온 대학 생활 소감을 말한다. 졸업식을 학교 어디에서 하느냐고 하는 물음에 “학교에서는 졸업식을 하지 않는다. 시내에 있는 ‘타운홀(Town Hall)’이라는 곳에서 한다”고 한다.


이에 입학식도 타운홀에서 했느냐라고 묻자 “입학식 자체가 없었고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루 오리엔테이션만 했다. 앞으로 입학식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희망 사항을 말한다. 이렇듯 뉴질랜드 대학에서는 전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입학식을 거행하는 경우가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교육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신입생 대상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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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래 첫 번째 절차로 입학식이라고 여겼던 필자의 생각은 시대 변화에 뒤쳐진 것이 되었다. 변화하는 뉴질랜드 대학 문화 코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형식적인 면을 지양한다는 점이다. 입학식을 형식에 치우친 것이라고 판단하기에 입학식이 없다. 그 대신 신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캠퍼스 투어, 학사 일정·정보를 제공하며 동아리 소개와 소셜 미디어 등을 소개·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새로운 학습 환경에 적응함은 물론, 다른 신입생들과도 교류·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뉴질랜드의 대학 졸업 문화를 보자. 졸업식에서 이뤄지는 특이한 점이라면, 일반적으로 한꺼번에 전체 졸업식은 거행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몇 개의 단과대학이 합쳐서 같은 날짜에 거행한다. 아울러 졸업식 장소는 교내에서 행하지 않는다.


졸업식은 시내에 위치한 타운홀에서 개최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는 몇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첫째, 학교에서는 졸업생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졸업식을 실내에서 하므로 졸업식에 참석하는 졸업생, 가족 등 모두를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실내에서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뉴질랜드는 하루에도 사계절을 맛볼 수 있을 정도로 기후의 변화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으로 큰 규모의 인원을 수용할 만큼 큰 공간을 갖고 있는 타운홀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둘째, 접근성·역사성에 기반한다. 타운홀은 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하기에 쉬운 접근성에다가 교통이 편리하다. 셋째, 역사성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이 19세기 후반 또는 20세기 초반에 건립됐다. 최근에 건립된 것으로는 1972년 크라이스트처치 타운홀이었다. 이러한 건물에서는 다양한 행사, 콘서트, 공연 등의 기능은 물론 관광 명소로 인기가 있기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장소에서 거행하는 졸업식은 또 다른 차원의 의미와 기억을 제공한다.


넷째, 공적 행사가 갖는 중요성이다. 졸업은 단지 개인의 학문적 성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국가·지역 사회에 새로운 지도자·전문가를 배출하는 중요한 행사다. 이런 의미에서 타운홀에서 졸업식을 거행함은 공존·공영의 축으로써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이한 졸업 문화를 보자. 대학 졸업 시 대학 차원의 단체 졸업 앨범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졸업 앨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사생활 존중과 문화 차이에 있다. 개인이 졸업 사진을 찍어 보관하거나 필요에 따라 SNS 등 소셜 미디어로 지인들과 공유하는 경우는 있다. 또 뉴질랜드 대학의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기에 졸업 앨범 필요성에 대한 수요가 일관돼 있지 않은 점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비용적 측면이다. 졸업 앨범 제작 시 드는 비용은 상당한데 이런 부담을 대학 또는 졸업생들에게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재학 중 학생들은 정부로부터 학생수당을 받는데 이는 대부분 생활비로 충당한다. 학비 충당은 많은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보니 학교측에서 학생들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긴다.


셋째, 디지털 및 SNS의 발달에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전통적 앨범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디지털 형식이 더 보편화되었다. 그럼에도 졸업 앨범이 필요할 경우 졸업 동기들과 함께 졸업 앨범을 공동으로 제작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보듯 뉴질랜드 대학의 입학·졸업 문화는 우리가 추구해 왔던 문화와는 다소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지향하고 있는 문화 코드가 글로벌 문명 시대에 한 깨달음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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