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호 칼럼 두 개의 언어 버전 국가國歌를 가진 나라, 뉴질랜드

2024.10.05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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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언어 버전 국가國歌

가진 나라, 뉴질랜드 



글 박춘태 박사



2달 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린 어느 공식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행사 중 뉴질랜드 국가(國歌)가 두 개의 언어 버전으로 연주되었는데, 처음에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불렸다. 다행히 스크린에 가사가 나와 있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이 언어는 뉴질랜드 공식 행사에서 종종 불리는 마오리어 버전의 국가였다. 두번째는 영어 버전이 이어져 익숙하게 부를 수 있었다.


이처럼 뉴질랜드는 두 개의 언어 버전으로 된 국가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독특한 나라다.


1870년대 뉴질랜드에는 독립적인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던 시기로 새로운 국가를 필요로 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 있었다. 특히 이 시기는 뉴질랜드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기독교적 배경과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유럽계 이주민과 마오리 원주민 간의 갈등과 조정이 이루어지던 시기로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국가야말로 뉴질랜드 사회를 통합하고 하나로 묶는 핵심인자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뉴질랜드는 여전히 영국의 식민지였고 공식 국가로는 <God Save the Queen>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뉴질랜드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 독자적인 노래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져 갔다. 이는 영국으로부터 서서히 독립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던 19세기 후반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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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6년 뉴질랜드의 시인 토마스 브래컨(Thomas Bracken)이 쓴 가사가 처음으로 대중에게 소개되었는데 많은 공감을 얻게 되었다. 그 이유는 가사의 내용이 신에게 뉴질랜드를 지켜달라는 간절한 기원이 담겨 있으며, 나라의 보호·평화·정의·번영을 바라는 마음이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단순히 기독교적 신앙을 넘어 다문화 사회로써의 뉴질랜드를 반영하고 국민들의 단결을 촉진했다. 작사는 잘 만들어졌으나 작곡이 필요했다. 그래서 작곡할 사람을 찾기 위한 경연대회가 열렸고, 이 대회에서 존 조셉 우즈(John Joseph Woods)가 작곡한 곡이 선정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노래가 바로 <God Defend New Zealand>이다. 따라서 <God Defend New Zealand>는 뉴질랜드의 독립적이며 자주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국민적 자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God”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가사 중에서 “Pacific’s triple star”는 뉴질랜드의 위치를 상징하는 요소다. 마오리어와 영어로 된 2개의 언어 버전은 모두 뉴질랜드의 다문화적 정체성, 다양한 인종과 종교적 배경을 포용하여 조화롭게 번영하기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담고 있다.


1940년에는 공식적으로 뉴질랜드의 국가로 지정되었고 1977년에는 영국의 국가인<God Save The Queen>과 동등한 지위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뉴질랜드 남섬의작은 도시 더니든(Dunedin)에서 시작된 청원 운동을 통해서였다. 이로써 뉴질랜드는 영국과의 전통적 관계를 존중하면서도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국가로서의 자부심을 강화하게 되었다.


뉴질랜드의 국가인 <God Defend New Zealand>가 찬송가 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 가사와 음악 스타일이 전형적인 기독교 찬송가의 형식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가사는 신에게 나라를 보호해 달라고 기도하는 내용으로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 이런 주제는 찬송가에서 흔히 다루는 내용과 일치하며, 국가의 형식과 내용이 종교적 성향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God Defend New Zealand>가 만들어진 19세기 후반은 서구 사회에서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던 시기로 종교적 색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뉴질랜드에는 <God Defend New Zealand>와 <God Save the King/Queen>이라는 두 국가가 존재한다.


영국 국가는 군주의 성별에 따라 ‘King’과 ‘Queen’이 바뀌는 방식이다. 뉴질랜드가 두 개의 국가를 가지게 된 이유는 단순한 역사적 배경에 그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뉴질랜드는 영국과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뉴질랜드는 오랫동안 영국의 국가인 <God Save the Queen/King>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뉴질랜드만의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고 이로 인해 <God Defend New Zealald(하나님 뉴질랜드를 지켜 주소서)>가 국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노래는 1876년 크리스마스에 남섬 더니든(Dunedin)의 퀸즈 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었다. 그 후로 이 노래는 대중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20세기 중반에는 국민적인 찬송가로 자리 잡았다.


뉴질랜드에서 두 개의 국가가 함께 연주되는 일은 드물다. 뉴질랜드의 <God Save the King/Queen>은 영국 왕실과 관련된 행사나 특별한 외교 행사에서 선택적으로 연주될 수 있다.


<God Defend New Zealand>는 보통 스포츠 경기나 공식행사에서 연주되는데 여기서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영어와 마오리어 2개의 언어 버전으로 국가를 부른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마오리어로 국가를 먼저 부르는데 무엇 때문일까. 이는 문화적 다양성과 마오리 문화를 존중하고 뉴질랜드의 다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오리어 버전 국가를 먼저 부르는 것은 뉴질랜드 사회가 마오리 문화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반영하며, 이는 마오리와 비마오리간의 동등한 지위를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두 개의 언어 버전으로 국가를 부르는 것이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모든 뉴질랜드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반영한다. 만약 영어 버전만 부르고 마오리어 버전을 부르지 않는다면 뉴질랜드 사회에서의 다문화 존중과 화합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 뉴질랜드의 원주민 권리와 문화적 표현에 대한 무시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마오리어 버전의 국가를 부르는 것은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원주민의 권리와 문화적 표현을 존중하며 현재와 미래 뉴질랜드가 추구하는 화합과 존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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