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호 칼럼 라파키 록Rapaki Rock 자연이 빚어낸 마오리 전설의 성지

24일 전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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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키 록Rapaki Rock

자연이 빚어낸 마오리 전설의 성지


글 박춘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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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 근처 리틀턴(Lyttelton) 지역의 라파키 록(Rapaki Rock)은 단순한 하이킹 명소를 넘어, 깊은 역사와 문화적 의미가 얽혀 있는 특별한 장소다. 이 거대한 바위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그 웅장한 자태에 압도되며 자연의 위대함을 실감하게 된다.


약 1000만 년 전, 화산 활동이 한창이던 시기에 형성된 이 바위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바람과 비에 의해 다듬어져 독특한 모습을 갖추었고 그 자체로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예다. 이곳을 방문하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며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 앞에서 경외감이 밀려온다.


‘라파키 록’이라는 이름은 마오리어로 ‘오르다’ 또는 ‘등반하다’라는 뜻의 ‘라파키(Rapaki)’에서 유래되었고, 이는 이곳이 마오리족들의 깊은 신념과 역사가 깃든 신성한 장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마오리 전설에 따르면 이곳은 폴리네시아에서 뉴질랜드로 온 초기 마오리 탐험가 ‘타마테아 포카이 휘누아(Tamatea Pokai Whenua)’가 강풍으로 인해발이 묶인 채 며칠 동안 머물렀다고 하며, 이때 바위를 곁에 두고 불을 피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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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한 도구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는 자신의 여정을 기념하고 그 여정에서 만난 자연과의 깊은 유대를 표현하려 했던 것이다. 이때 타마테아가 피운 불은 이후 ‘테 아히아 타마테아(Te Ahi a Tamatea)’ 즉 ‘타마테아의 불’이라 불리게 되었으며, 이는 마오리 문화와 신화 속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라파키 록으로 향하는 여정도 흥미롭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차를 몰고 다이어스 패스 로드(Dyers Pass Road)를 따라가다 보면 중간에 역사적인 ‘사인 오브 키위(Sign of Kiwi)’ 카페에 도착하게 된다. 이 카페는 1917년에 지어진 유서 깊은 건물로 뉴질랜드의 상징인 키위(Kiwi)새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곳에서 잠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탁 트인 경관을 감상하는 것 역시 여행의 큰 묘미라 할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잠시나마 일상의 걱정을 잊게 해준다.


카페를 지나 서밋 로드(Summit Road)를 따라 동쪽으로 약 5㎞를 이동하면 해발 약 400m의 고도에서 웅장한 라파키 록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 바위는 한국의 울산바위를 떠올리게 할 만큼 위엄이 넘친다.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서 느껴지는 경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바위의 길이가 약 20m 정도로 높지 않아 등반을 즐기는 사람에게 특별한 매력을 제공한다.


무려 50개 이상의 다양한 등반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각자의 등반 실력에 맞춰 도전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위에 고정된 앵커 볼트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자연을 보존하고 전통적인 등반 스타일을 지키기 위한 결정으로 뉴질랜드의 일부 등반 커뮤니티에서는 인공적인 고정 장비 없이 등반자가 휴대하는 장비만으로 도전하는 전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처럼 앵커 볼트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암벽에 영구적인 손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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