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호 칼럼 모에라키 바위 자연의 예술과 지구의 시간을 담다

12일 전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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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라키 바위 Moeraki Boulders

자연의 예술과 지구의 시간을 담다



뉴질랜드의

모에라키 해변에서

만나는

특별한 풍경


글 박춘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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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수백만 년의 시간을 품고 탄생한 작품은 흔치 않기에 그 자체로 경이롭다. 뉴질랜드 남섬 오타고 지역의 작은 마을 모에라키 해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에라키 볼더스가 바로 그러한 작품이다.


거대한 둥근 바위들이 바다를 등지고 해변을 지키고 있는 이곳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선다. 끝없이 밀려오고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 한가운데서 우뚝서 있는 이 바위들은 자연이 쌓아온 시간의 흔적이자, 지구가 걸어온 긴 여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살아 있는 역사서다.


수천만 년의 세월을 거치며 형성된 모에라키 볼더스는 그 자체로 자연의 인내와 손길을 보여준다. 바위 하나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자연의 정교함과 끈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둥근 형태와 웅장한 크기는 한눈에 사람을 매료시키고, 그 속에 담긴 세월의 무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파도와 바람에 맞서 묵묵히 서 있는 이 바위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 거대한 둥근 바위들의 형성 과정을 알고 나면 경이로움은 배가 된다. 이들의 기원은 약 60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다 속에서 작은 유기물이 중심이 되어 점토와 탄산칼슘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바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바다 밑에서 천천히 자라난 이 바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단단해졌고, 약 1500만 년 전 지각 변동으로 인해 마침내 땅 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이후로도 이 바위들은 자연의 손길에 맡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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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의 바람과 파도에 깎여 지금의 둥글고 매끈한 모습이 되었다.


특히 바위 표면에 새겨진 방해석의 균열은 시간이 만든 독특한 패턴을 자랑한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보이는 이 무늬는 자연이 수백만 년 동안 정성껏 그려낸 작품이다. 다시 말해 모에라키 볼더스는 단순한 바위가 아닌, 수백만 년의 시간을 축적해 탄생한 진정한 예술품이다.


이 바위들의 매력은 크기에서도 빛난다. 작은 것들은 지름 1미터, 큰 것은 3미터에 달하며 무게는 수 톤에 이른다. 마치 거인이 바닷가에 공을 굴려 놓은 듯한 풍경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일부 바위들은 해변 위에, 일부는 여전히 바다에 반쯤 잠겨 있어 초현실적인 풍경과 시간이 멈춘 듯한 신비감을 더한다는 점이다.


모에라키 각 바위가 품고 있는 비밀은 지구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이 된다. 이 바위들의 핵심은 바로 방해석이라는 미네랄이다. 방해석은 시간이 흐르며 천천히 바위를 단단히 굳히고 그 결과로 하얀 선들이 균열을 따라 형성되었다. 이처럼 자연은 수백만 년에 걸쳐 결정체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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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독특한 바위들, 모에라키 볼더스는 어디에서 온 걸까? 과학자들은 이 바위들을 ‘결핵체’라고 부른다. 결핵체란 바다 속에서 작은 중심 물질 주위에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둥근 구조물이다. 이런 결핵체가 오늘날처럼 거대한 크기로 성장하려면 약 400만 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천천히 성장한 이 바위들은 지구의 시간을 압축한 특별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바다 속에서 퇴적암이 지각변동으로 드러나면서 바람과 파도가 남긴 손길을 받아 지금의 모습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모에라키 바위에는 과학만큼 흥미로운 전설도 있다. 마오리 전설에 따르면 이 바위들은 천 년 전 뉴질랜드로 항해하던 사람들이 타던 카누가 난파되었을 때, 카누에 실려 있던 조롱박과 물건들이 바위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자연이 만들어낸 과학적 경이로움과 사람들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는 이 바위에 특별한 생명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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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라키 바위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려면 해변으로 직접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숲길을 따라 전망대로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바위들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난다. 거대한 크기와 둥근 형태는 마치 자연이 건네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과 그 안에 담긴 시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해변에 서서 바위를 바라보고 있으면 수백만 년의 시간이 한 눈에 펼쳐지는 듯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파도가 바위를 때리고, 바람이 그 위를 스치며 지나간다. 그 풍경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모에라키 볼더스의 형성은 현대 문명을 연결하는 고리이다. 바위가 만들어진 과정은 우리가 사용하는 반도체의 원리와 비슷하다. 이는 자연의 작은 입자가 점점 쌓여 단단한 구조를 이루는 과정이 현대 기술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작은 유기물에서 시작된 자연의 이야기가 오늘날 과학기술의 주춧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모에라키 바위를 단순한 관광지로만 보지 않게 만든다. 이런 면에서 이곳은 자연과 인간이 연결된 하나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놀라운 예술작품을 선사한다. 모에라키 바위는 바로 그런 작품 중 하나로 물과 바람이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이다. 그 속에는 자연의 인내와 끈기가 응축되어 있다. 뉴질랜드의 모에라키 해변에 자리한 이 거대한 바위들은 단순한 지질학적 형상이 아니라, 지구의 오랜 역사와 자연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존재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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