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문화 세계 최고 품질의 고려 한지Ⅱ

2023.09.29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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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품질의 고려 한지Ⅱ 


글·사진 이명우 운룡도서관·운룡역사문화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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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나무



고려는 후삼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지방 세력과 발해의 유민까지 포용함으로써 실질적인 민족 통일을 이루었고 신라에 비해 개방적인 사회로 바뀌었다. 또한 지방의 자율성을 인정함으로써 중앙 문화와 지방 문화를 함께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신라의 정치체제와 문물제도를 이어받아 건국한 고려는 문화를 발전시키는 문치제도를 확립하면서 외교적으로도 중국의 신흥국가였던 송나라와 끊임없는 교류를 해 주자학과 목판인쇄술 등을 발전시켰다. 11~12세기에는 <팔만대장경> 등 많은 불경과 역사서 및 유학 서적을 간행해 제지와 출판이 크게 발전하게 됐다.


고려의 장인들은 삼국시대 중국에서 전래된 제지술을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켜 더욱더 발전시켜서 중국인이 제일 좋은 종이라 칭하는 질 좋은 고려지(高麗紙)를 만들어 우리나라 종이의 새로운 도약기를 만들었다.


고려지의 원료는 닥나무뿐 아니라 등나무처럼 올이 긴 섬유도 사용했는데 닥피를 삶는 데는 석회와 잿물을 썼다. 고려지를 만드는 도구로는 증해솥, 표백조, 발을 사용했다. 다듬이질 방법은 도침법(搗砧法)이나 추지법(搥紙法)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삶은 재료를 두드려서 면을 고르게 하여 섬유 사이의 구멍을 메우고 광택 있는 종이를 만드는 종이 가공 기술이다.


이 다듬이 기술은 한지가 긴 섬유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므로 지나치게 물을 빨아들일 수 있고 보푸라기가 이는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적당한 수분을 고르게 먹인 다음 큰 망치로 두들기는데 두드림의 힘과 양을 잘 조절하여 질 좋은 종이를 만드는 것이 장인의 숙련된 기술이다.


전통한지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8단계를 거처 제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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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백닥 골르기 작업



1. 닥원료 만들기

겨울철인 11~2월 사이에 1년생 햇닥나무를 베어 한지 원료로 사용한다. 거두어들인 닥나무를 증기로 쪄서 흐물흐물하게 하여 나무줄기로부터 껍질을 벗기기 쉽게 하는 닥무지 과정을 거친다. 백피(白皮)를 얻기 위해 햇닥나무의 겉껍질인 흑피(黑皮)와 흑피를 10시간 동안 흐르는 냇물에 불린 후 겉껍질을 칼로 벗겨 낸 청피(靑皮)를 모두 벗겨낸다. 흑피와 청피를 모두 벗겨낸 백피를 일정시간 햇볕에 널어 말리면서 표백을 시키고 잘 마른 백피는 하루나 이틀 동안 차고 맑은 냇물에 담가서 불린다.


2. 잿물 만들기와 원료 삶기(닥죽만들기)

메밀대, 공대, 짚을 태운 재를 뜨거운 물로 걸러 내거나 우려낸 다음 채로 걸러 잿물을 만든다. 잿물은 닥섬유의 섬유소를 지나치게 파괴하지 않고 광택을 내주며 오염 문제를 해결해 준다. 물에 충분히 불린 백닥을 약 30~40㎝정도 크기로 적당히 잘라 닥솥에 넣고 잿물과 함께 4~5시간 푹 삶는다.


3. 불순물 제거 및 일광유수(日光流水) 표백(漂白)하기

삶은 닥원료를 2~3시간 정도 그대로 두어 뜸을 들이고 흐르는 맑은 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둔다. 이 과정에서 섬유질 이외의 당분, 잿물기, 기름기 등을 다시 없앤다. 특히 물 속에 담가놓고 원료 전체에 햇빛이 골고루 내려 쬐도록 자주 고르게 섞어 뒤집어 주면 백닥이 더욱 하얗게 표백된다. 원료를 물속에서 건져내어 표피, 상처, 먼지, 작은 모래등의 잡티를 일일이 손으로 제거한다.


4. 두들기기(叩解: 고해)와 섬유 풀기(解離:해리)

티를 골라낸 백닥을 닥돌 위에 올려놓고 닥방망이로 40~60분 정도 두들겨 찧는다. 두들기기가 끝나면 닥섬유를 지통에 푼다. 곤죽이 된 섬유가 완전히 풀리도록 원료를 지통에 넣어서 물과 골고루 잘 섞일 수 있게 대나무 막대로 충분히 저어준다. 옛날에는 흐르는 개울가에 망을 놓고 섬유를 완전히 풀어주었다. 완전히 풀린 원료에 닥풀(황촉규)을 넣고 섬유가 전체적으로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도록 잘 저어준다.


5. 종이뜨기(手漉紙: 수록지)

한지의 특징은 종이를 뜨는 데 있다. 종이를 뜨는 기술이 종이의 종류와 품질을 좌우한다. 닥섬유와 닥풀(황촉규) 물통에 넣고 막대기로 저어 섬유의 엉킴을 풀어준 뒤 닥섬유가 뿌옇게 뜨면 한지발을 이용해 닥섬유를 초지 방식에 따라 건져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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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뜨기



6. 물빼기 

지승판 위에 먼저 작은 가마니나 습지 바탕지를 깔고 그 위에 습지를 한 장씩 포갠다. 이 때 종이 사이에 왕골(요즘은 나일론줄)을 끼워 나중에 종이를 떼어내기 좋게 하여 여러 겹으로 쌓아 놓는다. 그 위에 다시 지승판을 얹고 무거운 돌을 올려놓거나 지렛대로 눌러 하룻밤 동안 습지의 물기를 띤다.


7. 말리기(乾燥: 건조)

전통적인 건조법에는 일광 건조, 목판 건조, 온돌 건조가 있는데 습지를 어디에 붙여 건조하느냐에 따라 건조 방식이 정해진다.


8. 다듬기(搗砧: 도침)

도침은 우리 선조들이 한지의 표면을 다듬는 기술로 예로부터 여러 가지 방법으로 행해졌다. 보통 한지를 수십 장씩 포개놓고 홍두깨나 디딜방아 모양으로 생긴 도침기로 여러 번 두들긴다. 이 과정을 통해 긴 섬유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한지의 특성상 지나치게 흡수성이 크고 번짐이 불규칙하며 보푸라기가 이는 등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도침을 한 종이는 표면이 고르고 섬유 사이의 틈이 메워져 인쇄할 때 번지는 현상이 줄어들며 광택도 좋아진다.



중국에서는 조직이 치밀하고 질기며 두툼하면서도 면이 반질반질하고 광택이 나는 신라와 고려 종이를 백추지(白硾紙), 경면지(鏡面紙), 견지(繭紙) 등으로 불렀는데 표백을 잘하고 정성들여 도침한 종이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러한 성질은 7세기 중엽 이후 오늘날까지 계속된 한지의 대표적인 특징이 되었다.


이렇게 손을 많이 들여 두들기면 종이가 치밀해지고 광택이 나며 잔털이 일지 않아 글씨가 깨끗하게 잘 써진다. 이러한 가공 기술은 현대 제지 기술 중 번짐을 막아 주는 사이징의 효과를 주면서도 종이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가공하는 우리 전통의 종이 가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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