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호 문화 올림픽에 불어 닥친 양성 평등 바람 ‘완전 성 평등’ 이룰까
올림픽에 불어 닥친 양성 평등 바람
‘완전 성 평등’ 이룰까
2024 파리올림픽에 이어 2028 LA 올림픽도 성 평등 가치 구현
여성 처음 올림픽 참가한 1900년 파리 대회는 여성 비율 고작 2.2%…
파리 올림픽에선 거의 절반
LA 올림픽에는 성전환 선수 출전 금지될 것으로 보여
글 전경우 스포츠저널리즘 박사
2024 파리 올림픽 폐회식에서 고대올림픽에서 근대올림픽으로 재탄생을 표현한 공연 끝에 올림픽 링이 완성된 뒤 화려한 불꽃이 터지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올림픽에 성 평등 바람이 거세다.
2024 파리 올림픽에 이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도 양성 평등 실현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통해 진정한 성 평등을 이뤄보자는 마음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여성의 올림픽 참가를 못 마땅하게 생각했다. 실용적이지 않고, 재미도 없고, 보기에도 좋지 않고 부적절하다고 단언했다. 그의 말대로 제1회 올림픽에는 여성 선수가 한 명도 참가할 수 없었다.
여성의 첫 근대 올림픽 출전이 이뤄진 건 1900년에 열린 제2회 파리 올림픽이었다. 당시 997명의 참가자 가운데 여성은 22명으로 2.2%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124년이 지난 2024 파리 올림픽은 그 어느 대회보다 양성 평등에 가까워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료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은 완전히 남녀 선수를 50대 50으로 맞춘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어도, 거의 근접한 대회였다. 메달이 걸린 329개 종목 가운데 남성 종목은 157개, 여성 종목은 152개, 혼성 종목은 20개로 남성 종목이 조금 더 많다. 총 1만 1215명의 올림픽 참가 선수 가운데 남성이 5712명, 여성이 5503명으로 비율은 51%대 49%다.
100년 전에 열린 1924 파리 올림픽 당시 여성 비율은 4.4%였고, 1932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9.5%로 늘었다. 이후 1976 몬트리올 대회에서 여성 비율은 20.7%로
급증했고, 2012 런던 올림픽(44.2%),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45%), 2020 도쿄 올림픽(48%) 등 꾸준히 여성 선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여성 선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으로 338명이었다. 미국은 전체 선수단 638명 가운데 여성 비율이 53%로 평균보다 높았다. 그 뒤를 개최국 프랑스(293명), 호주(276명), 중국(259명), 독일(239명)이 따랐다.
여성 선수 비율로 따지면 1위는 괌(87.5%)이며, 2위는 니카라과(86%)였다. 시에라리온(80%), 코소보(77%), 북한, 라오스, 베트남(이상 75%)도 여성 선수가 우세한 국가들이었다. 반대로 벨리즈, 기니비사우, 이라크, 리히텐슈타인, 나우루, 소말리아 등 6개 국가는 단 한명의 여성 선수도 선수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2036년 올림픽 개최를 희망하는 카타르는 전체 14명의 선수단 가운데 여성은 단 1명으로 7%에 그쳤다.
2028년에 열리는 LA 하계 올림픽에는 골프 혼성 단체전을 포함한 다양한 종목이 추가됐다. 성 평등 올림픽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이다.
IOC 집행위원회가 확정한 LA 올림픽 메달 종목은 총 351개로 2024 파리 올림픽의 329개보다 22개 더 많다. 골프에 혼성 단체전이 신설된 것처럼, 성 평등에 대한 더
욱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축구는 여자가 16개국, 남자가 12개국 본선에 출전해 오히려 여자가 더 많고, 수구도 여자 출전국을 2개 추가해 남녀 모두 12개국이 나선다. 복싱도 여성 체급을 늘려 남녀 모두 7개의 체급에서 대회가 열린다. 여기에 양궁과 육상, 체조, 조정, 탁구 등에서 혼성 종목을 추가해 여성의 참가 기회를 늘렸다.
기존에 남녀 개인전 2개 부문이던 골프는 혼성 부문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LA 올림픽 골프 종목 금메달은 2개에서 3개로 늘어났다.
올림픽에 골프는 112년 동안 치러지지 않다가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부활했고, 2021년 도쿄 올림픽, 작년 파리 올림픽까지 3차례 치러지면서 인기
종목으로 부상했다. 국제골프연맹(IGF)을 앞세운 주요 골프 단체들은 그동안 IOC에 단체전 종목 신설을 꾸준하게 설득해왔다. 마침 LA 올림픽 개최국인 미국은 골프 세계 최강국인 만큼 적극적으로 나선 끝에 단체전 신설이 성사됐다.
혼성 단체전은 국가당 2명의 남녀 선수가 이틀 동안 포섬과 포볼 스트로크 플레이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포섬은 2명의 선수가 1개의 볼을 번갈아 치는 방식이며 포볼은 2명의 선수가 각자 볼을 쳐 더 나은 스코어를 팀 성적으로 삼는다.
2024 파리 올림픽 골프 여자부 금메달을 딴 리디아 고(출처: 뉴시스)
LA 올림픽 골프 경기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는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각각 남녀 정상에 올랐다.
LA 올림픽 남자 종목 메달은 165개, 여자 종목은 161개, 혼성은 25개로 확정됐다. 올림픽 본선 출전 선수는 남자(5543명, 49.5%)보다 여자(5655명, 50.5%)가 더 많다.
LA 올림픽에서는 성전환 선수는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을 여성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러한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서명 후에는 행정명령 서명에 사용한 펜을 이들에게 나눠주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성전환자의 여성 경기 출전을 허용한 각급 학교에 모든 연방 지원을 금지한다는 게 이날 행정명령의 골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수차례 언급한 핵심 공약의 하나다.
여성 스포츠에 체력적으로 우수한 성전환자가 참여하는건 여성에 대한 차별이자 불평등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자신의 행정부에서 성별은 남성과 여성 2개뿐임을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오늘 내가 한 조처로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 모든 학교는 남자를 여성 스포츠팀에 참여시키거나 (여성) 라커룸을 침범하도록 하면 ‘타이틀 9’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연방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틀 9’는 연방 기금을 받는 학교 및 기타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으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2년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정반대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성전환 학생의 여성 스포츠 팀 참여를 금지하는 것이 ‘타이틀 9’을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규칙을 시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립 초·중·고교와 거의 모든 미국 대학에서 여성 운동 선수에 대한 공격이 사실상 종식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를 비롯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지에 나서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여성 스포츠에서 광기를 없애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급진 좌파는 생물학적 성의 개념 자체를 없애고 전투적인 트랜스젠더 이데올로기로 대체하기 위해 전면적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8년 LA 올림픽을 언급하며 성전환 선수에게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내 행정부는 LA에서 남자들이 여자 선수를 때리고 폭행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틴 놈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놈
장관은 미국에 들어오기 위해 여성 선수라고 속이는 남자 선수들의 비자 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매우 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에서 “여성 스포츠에 참여하려는 남성의 미국 입국을 방지하기 위한 지침을 발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행정명령에는 IOC가 여성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성 정체성이나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감소에 따라 결정하지 않는 쪽으로 기준을 개정할 수 있도록 모든 적절하고 가능한 조치를 취하라고 국무장관에게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전환자 여성 스포츠 출전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결승전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가 금메달을 딴 뒤 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파리 올림픽을 잊을 수 있을까.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에게 잔인한 폭행을 가해 46초 만에 기권하게 만들었다. 2명의 성전환을 한 사람이 금메달을 땄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여자 복싱 66㎏급 칼리프이마네(알제리)와 57㎏급 린위팅(대만)을 가리킨 것이다. 칼리프는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급에 출전해 모든 경기를 5-0 판정승으로 장식하고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시상대 꼭대기에 올랐다. 칼리프의 성별은 올림픽 기간 내내 논란이 됐고 논쟁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여성 스포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팟캐스트 ‘게인즈 포 걸즈(Gaines for Girls)’의 진행자인 라일리 게인즈는 미국 폭스스포츠가 진행하는 방송에 나와 “칼리프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는 다른 여성 선수의 메달을 훔쳤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게인즈는 또 “칼리프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 IOC는 고의로 복싱 경기에서 여성 선수를 위험에 빠뜨릴 남성(male)을 링에 올려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LA 올림픽이 진정한 양성 평등을 위한 무대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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