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호 문화 풍요를 기원하는 명절 추석(秋夕)
풍요를 기원하는 명절 추석(秋夕)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 ‘추석(秋夕)’이다. 추석은 월석(月夕)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추석날 밤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추석은 음력 8월 보름을 일컫는 말로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며, 또한 8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가진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한가위, 가위,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중추(中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로도 불린다
글 백은영
추석, 어디서 왔나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로 꼽히는 추석은 특히 농본시대에 가장 크게 여겼던 명절이다. 또한 추석은 우리네 선조들의 생활습성이 가장 잘 배어있는 명절이기도 하다. 추석의 시원(始原)이나 유래에 대한 명확한 문헌자료는 없으나 중국의<수서(隨書)> 동이전(東夷傳) 신라조(新羅條)에는 “8월 15일이면 왕이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을 시켜 활을 쏘게 하여 잘 쏜 자에게는 상으로 말이나 포목을 준다.”고 기록돼 있다.
<구당서(舊唐書)> 동이전(東夷傳) 신라조(新羅條)에도 “팔월 보름이면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을 시켜 활을 쏜 자에게는 상으로 포목을 준다.” “신라인들은 산신(山神)에 제사 지내기를 좋아하며 8월 보름날이면 크게 잔치를 베풀고 관리들이 모여서 활을 잘 쏜다.”고 하였다.
추석의 시원을 밝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추석에 대한 기록이 최초로 등장한다. 이 자료를 통해 추석이 신라 초기에 이미 자리 잡았으며,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명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권1 신라본기(新羅本紀)1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9년조에 기록된 추석에 관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왕이 육부(六部)를 정한 후 이를 두 패로 나누어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각 부내(部內)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하여 편을 짜고, 7월 16일부터 날마다 육부의 마당에 모여 길쌈을 했는데 밤늦게야 일을 파하게 하고 8월 보름에 이르러 그 공(功)의 다소를 살펴 지는 편은 음식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 사례하고 모두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를 하였으니 이를 가배라 한다. 이때 진 편의 여자들이 일어나 춤추며 탄식하기를, ‘회소회소(會蘇會蘇)’ 하였는데 그 소리가 구슬프면서 아름다웠으므로 뒷사람들이 그 소리를 인연으로 노래를 지어 회소곡(會蘇曲)이라 하였다.”
추석의 유래가 ‘가배’라는 이름으로 1세기까지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는 말이다. 여기서 ‘가배’라는 이름은 가윗날, 한가위 등에 ‘가위’로 남아있다.
풍년을 기원하는 추석
추석은 본래 농공감사일(農功感謝日)로 이날 송편을 빚어 조상에게 올려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는 것이 중요한 행사다. 또한 추석 즈음에는 대부분의 곡식이나 과일이 익지 않은 상태여서 추수를 하기 전 농사의 중요 고비(가뭄, 장마, 태풍 등)를 넘겼을 때 미리 곡식을 걷어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추석의 본 의미였다.
농업이 중심이었던 시절 여름 농사일은 이미 끝나고 이제 가을 추수라는 큰일을 앞두고 성묘도 하고 놀면서 즐기는 명절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추석은 풍년기원의 의미는 있지만 추수감사의 의미는 없다. 현대에 들어 농사기법과 종자가 개량되고 나서야 추석에 풍성한 곡식과 과일을 맛볼 수 있게 됐다.
추석에는 고향을 방문하는 풍습이 있으며, 강강술래, 줄다리기, 씨름, 연날리기 등의 전통놀이도 행해졌다. ‘설빔’이라는 말처럼 추석에도 새 옷감으로 옷을 지어 추석날 아침에 갈아입는 ‘추석빔’이 있었다.
한편 강강술래는 풍요를 상징하는 달에 비유되는 놀이다. 농경사회에서 보름달은 풍요를 상징하며 이는 여성과도 관련돼 있다. 생산의 주체로서의 여성 자체가 충요를 상징하는 존재이며 정월대보름의 만월(滿月)은 만삭의 여성에 비유됨으로 대보름날의 강강술래 놀이는 여성들이 풍요의 달 아래서 논다는 의미로 풍요의 극치를 의미한다.
속담 속 추석이야기
우리 민족은 해학의 민족이라고 할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와 속담이 유독 많다. 그중 추석은 음식과 관련된 속담이 많은데 이는 추석 무렵에 먹을 것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옷은 시집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이란 속담은 잘 입고 잘 먹으면서 행복하게 사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못 입고 못 살던 시절, 옷은 시집갈 때 가장 아름답고 곱게 입을 수 있고, 음식은 한가위에 가장 풍성하게 잘 먹을 수 있었던 데서 비롯됐다.
많이 들어봤을 속담 중 하나인 “송편을 잘 빚어야 시집 잘 간다.”
“송편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 낳는다.” 등도 있다. 추석 명절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송편은 멥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하고 기호에 맞게 깨, 콩, 꿀 등을 넣어 반달 모양으로 빚어 솔잎을 깔고 쪄내는 음식이다.
“설은 질어야 좋고 추석은 맑아야 좋다.”는 설에 눈이 자주 내리면 보리농사에 좋고, 추석 무렵 맑은 날이 많아야 곡식이 잘 영글기 때문에 풍년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대표적인 속담이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은 5월은 농부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등거리(등을 덮을만하게 걸쳐 입는 홑옷)가 마를 겨를 없이 땀 흘리며 일하지만 8월은 농사가 마무리돼 가는 때여서 힘을 덜 들이고 일을 하니 신선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아니꼬운 행동에 속이 뒤집힐 것처럼 비위가 상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작년 추석에 먹었던 오례송편이 나온다.”는 속담도 있다.
몇 년간 계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명절에도 고향에 내려가거나 가족, 친척이 모이는 것이 제한된 적도 있다. 영상 통화 등 비대면으로 부모님께 명절 인사를 드리고 안부를 물었던 그 시간들이 지나 어느새 또 한 번의 명절을 맞았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옛 선조들의 말 처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좋은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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