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문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 훈민정음Ⅱ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
훈민정음Ⅱ
글·사진 이명우 운룡도서관·운룡역사문화포럼 회장
울주천전리각석(국보 제147호) (출처: 뉴시스)
암각화에서 진화된 고대 암각문과 상형문자
인류가 자연환경과 동식물을 본 그대로 만들어진 암각화에 이어 청동기시대에 진입하여 의사소통 및 개인과 단체의 생활 기록 등을 돌이나 바위에 각석하기 시작한 것이 암각문(岩刻文)이며, 암각문이 발전하여 상형문자 등이 만들어졌다. 암각화에 이어 문자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바위에 새겨진 암각문이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었지만 현재까지 해독 불가한 암각화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래된 암각문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복잡한 도형으로 새겨진 울주천전리각석(국보 제147호)과 고령장기리각석(보물 제605호)이 있다. 단순한 도형으로 표시된 각석으로는 여수 고인돌 암각화와 단순 글자형태의 남해양아리각석(경상남도 기념물 제6호) 등이 있다.
울주천전리각석은 울산 태화강의 지류인 대곡천의 중간 지점 강가의 좁은 계곡을 따라 자연 바위벽이 가파르게 서 있는 곳에 각석이 있는 바위가 높이 2.7m, 너비 9.5m 크기에 남북으로 길게 놓여 있으며 동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림의 내용을 보면 바위 위쪽에는 기하무늬·동심원·회오리무늬 등과 함께 동식물, 사람을 새겼고 아래쪽에는 동물·사람 및 글씨를 새긴 부분이 있다
고령 암각화
기하무늬는 마름모꼴을 여러 벌 겹쳐 그린 것, 반달무늬, 세모꼴무늬, 물결무늬 등을 볼 수 있다. 뱀을 닮은 짐승과 사슴을 비롯해 용이나 호랑이로 짐작되는 짐승과 사람의 얼굴을 나타낸 가면도 있다. 바위그림의 연대는 그림내용의 추상성과 새긴 수법으로 보아 대체로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경북 고령군 고령읍 장기리에 있는 고령장기리각석은 청동기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암각화이다. 그림은 너비 6m, 높이 3m 정도의 산비탈 절벽에 새겨져 있다. 내용은 동심원과 신면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동심원은 나이테 모양의 3중원으로 4개 정도 확인되고, 신면형은 상하로 긴 장방형의 안쪽을 가로선으로 2~3개로 구분하고, 그 안에는 성혈을 묘사하였으며 ‘U자’형으로 홈을 파서 깃털 모양의 선을 위와 양쪽으로 새겼으며 모두 29개가 확인되었다. 그림이 지닌 의미는 분명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동심원은 태양을, 신면형은 신을 상징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던 당시 주민들의 제의 장소로 보인다. 이런 천전리나 장기리 각석문은 상형문자가 출현하기 직전의 원시 고대인들의 생활상을 기록하기 위한 당시의 주민들만 알 수 있는 상형 표시글자로 볼 수 있다.
여수 오림동 고인돌
여수시 오림동의 5호 지석묘(고인돌)의 규모는 동서 길이 410㎝, 남북 276㎝, 두께 180㎝ 크기의 대형 상석에 새겨진 석검과 이를 숭배하는 인물상이 바위면 중심에 각석되어 있다. 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검(劒)은 지배자(군장)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 고인돌 무덤의 주인공이 높은 신분의 군장으로 볼 수 있다. 이 암각화를 보면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의 고대인들이 부족의 군장을 숭배하는 의식을 표현하고자 고인돌 암면에 사람보다 큰 내려 꼽는 커다란 석검을 조각하였다는
것을 그림 형태로 보고 알 수 있어 청동기시대에 상형문자의 발명이 임박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남해 양아리 각석
남해 금산 부소암에 오르면 넓고 평평한 가로 7m, 세로 4m의 바위에 가로 1m, 세로 50m의 글씨형태의 문자가 새겨져 있다. 이는 상형문자 이전의 문자로서 최소한 2000~3000년 전의 고조선시대의 신지문자라는 추측도 있다. 지금까지 문자의 내용을 여러 가지로 해석하는 학설이 있으나 정확하게 해독하여 학계에 인정된 것은 없다.
중국 진시황이 보낸 서불(徐巿)이라는 사람이 동정녀 500명을 거느리고 삼신산에 불로초를 구하기 위하여 왔다가 이곳에 새겨 놓고 간 동양 최고의 화상문자라고 해석하여 서불과차(徐市過此)라고 불리는데 오세창은 중국의 금석학자 하추도가 해석한 ‘서불기례일출설’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글자의 해석을 최남선은 고대문자설이라 하고 정인보는 훈민정음 이전의 우리 고대문자로 해석하여 “사냥하러 이곳으로 물을 건너와 기를 꽂다”로 해석한 ‘수렵선각설’을 주장하였고 한웅출렵
삼신치제문이라고 해석한 것도 있다.
천전리 암각화 실측도
최근에 경남 사천시에 있는 전직 국어교사인 조세원은 양아리 각석이 ‘가을밤 별자리’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한바 있다. 이 논문을 개략하면 천체의 자오선과 화강암에 새긴 선각의 경사면 방향이 일치하는 남해양아리석각은 북극성을 축(軸)으로 페르세우스자리, 안드로메다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 삼각형자리, 페가수스자리, 조랑말자리, 백조자리, 도마뱀자리, 세페우스자리, 돌고래자리, 작은곰자리, 양자리, 염소자리, 물고기자리, 현미경자리, 물병자리에 이르는 가을하늘의 전면과 일
치하는 천문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전리나 장기리 각석문과 여수 오림동 및 남해 양아리 각석문 등은 기원전 3300년에 발명된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의 설형문자와 이집트의 상형문자, 극동지역 동이족 상나라의 갑골문자 등이 발명된 과정을 보여주는 원시 고대인들의 의사 표현수단을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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