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호 문화 강남개발과 아파트
강남개발과 아파트
글 임정의 사진 임인식·임정의
1982년 강남 버스터미널과 반포아파트 단지 모습(임정의 사진)
1954년 항공사진으로 본 강남 반포지역의 논과 밭, 우측 위로 한강이 살짝 보인다.(임인식 사진)
1961년 우리 가족은 해외로 이주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살던 정든 북촌 가회동 집을 정리하였다. 그러나 나의 군 입대 문제로 해외 이주 허가가 잠시 보류되면서 잠시 금호동 달동네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초반 금호동 집에서 바라보이는 강남 주변의 모습은 논과 밭이 전부다. 금호동 산 64번지의 달동네 산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옥수동 길과 한강 건너편의 압구정, 청담동 주변의 모습은 논과 밭만 보일 뿐이었다.
언제쯤 나는 저곳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강 건너 눈앞에 보이는 가까운 곳이지만 그곳을 가려면 광장교를 건너 천호동에서 잠실을 거쳐 가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아니면 한강인도교(현 한강대교)를 건너 흑석동과 반포지역을 지나고 신사동을 거쳐야 이곳에 갈 수가 있다.
1955년 재동에 위치한 창덕여고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임인식 사진)
지금은 한강에 수십 개의 다리가 건설되어 너무나 편리하게 다닐 수 있다. 사대문 안의 서울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팽창하는 도시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강남으로 뻗어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 강남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동숭동에 위치한 서울대를 비롯해 재동에 있는 창덕여고, 원서동의 휘문고교 등의 교육시설들이 강남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인구의 이동은 주거시설이 자연스럽게 따라가 아파트들이 건설되는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남긴 수많은 북촌의 사진들을 보아왔지만 강남지역의 논, 밭과 같은 사진들은 얼마 남겨져 있지 않았다. 그중에 반포지역의 항공사진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도 동작동 국립묘지인 현충원을 촬영하기 위해 가까운 반포 주변의 모습을 찍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나도 동작동 산 부근에서 반포지역의 모습들을 찍어 놓았다.
1964년 금호동 앞 강변에서 바라본 강변북로 용비교 공사 모습과 우측으로 뚝섬 주변 모래사장이 보인다.(임정의 사진)
강남의 중심지라는 압구정동, 신사동, 반포지역뿐만 아니라 잠실지역의 아파트 건설로 주거 문화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주변 어린이 놀이터를 비롯해 정원, 쇼핑센터, 주차장 등 편리한 생활문화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온돌문화가 아파트 문화로 변화하며 모든 것들이 편리한 삶의 방식으로 변해 버렸다. 너무나 편한 세상인지는 몰라도 그 반대로 또 다른 걱정이 앞선다. 아파트 문화로 인간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냉랭한 분위기로 변하며, 이웃들과의 사이는 점차 멀어지고 잘못되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우리나라에서 아파트의 위상이 이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장래를 기약하며 임시방편으로 숨을 돌리는 서민용 아파트였다. 정원도 없고 자연과의 대화는 물론 답답한 고층 주거문화로 인식되었다.
1964년 금호동에서 바라본 옥수동 고갯길(임정의 사진)
1964년 금호동에서 바라본 한강과 압구정동과 청담동(임정의 사진)
그러던 것이 1970년대 초 부의 상징으로 시작된 동부이촌동의 한강멘션 아파트는 일반 서민들의 부러움의 상징이 되었다. 그 후 반포아파트나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들로 이어지는 아파트 문화는 수많은 모순과 갈등을 낳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973년 동작동 국립현충원 산에서 바라본 반포아파트 단지 공사 모습(임정의 사진)
1973년 서울 반포아파트 단지(임정의 사진)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한국의 주거문화는 자연과 조화되는 관계성을 생각하는 주거문화다. 편리한 삶의 방식에서 조금은 불편함이 따르는 삶의 방식은 우리가 추구하는 건강한 삶의 모습으로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981년 항공촬영한 잠실종합운동장 공사 모습과 우성아파트 주변 모습(임정의 사진)
우리 가족이 살아왔던 북촌에서의 삶은 초가집에서 양옥집으로 바뀌면서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이 따르는 삶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아궁이에 나무로 불 때고 살아가는 온돌문화의 삶의 방식은 지난날의 추억이 되었을 뿐이다. 음식을 하려면 불이 있어야 하는 모습과 달리 모든 것들이 자동화된 현대의 삶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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