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호 문화 고대 문명권의 문자 기록매체Ⅱ

2023.08.22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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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권의 문자 기록매체Ⅱ 


글·사진 이명우 운룡도서관·운룡역사문화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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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 서기전 3000년경 수메르인이 정착해 농사를 지으며 우르 등 많은 도시 국가를 건설하였다. 수메르 인들은 도시 한가운데에 그들의 신을 모시는 신전을 세우고 활발한 상업 활동을 벌이면서 설형문자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 때 설형문자는 주로 진흙으로 만든 점토판(Cuneiform Tablets)에 기록됐는데 지금까지 전하는 점토판 중 가장 오래된 것은 현재 이라크 지역에 있던 우르(Ur) 제국의 것으로 4000년 이전에 제작된 것이다. 점토판의 기록도구는 갈대로 만든 막대기였는데 그 끝이 삼각형 원형, 쐐기형의 세 가지가 주로 쓰였다. 이러한 점토판은 보존성이 좋았지만 기록을 하는 데는 무겁고 번거로운 단점을 가진 재료였다.


지중해 문명권인 고대 유럽에서는 수렵과 목축업이 주된 생활 방식이었는데 그들은 기록매체로 파피루스도 사용하였지만 주로 양의 껍질인 양피지를 선호하였다. 양피지는 소아시아 페르가몬(Pergamon)의 왕 에우메네스 2세(기원전 197~159)에 의하여 파피루스의 대체품으로 만들어졌으며, 양피지의 영어 이름인 ‘parchment’는 이 왕조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보통 100페이지의 양피지로 된 책 한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10마리의 양이 필요로 하였다고 한다. 양피지는 종이 이전시기의 기록재료 중에서 가장 종이와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으며, 8세기에 유럽 지역에 종이가 전파된 이후 근세까지도 신분증서나 외교문서 등 중요 서류를 양피지에 기록하는 전통을 갖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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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피지에 쓴 글씨




중국 고대 문자의 기록은 상(商, 서기전 1600년경~서기전 1046년)나라 때 거북이 등 껍데기와 동물의 견갑골 위에 기록한 갑골문(甲骨文)과 청동기에 글자를 새긴 금석문(金石文)이 있고, 춘추 전국시대에는 죽간(竹簡), 목간(木簡), 목판, 비단 등에 글씨를 썼다. 동물의 갑골과 청동기에 비해 죽간과 목간 및 비단 위에 글을 쓰는 것은 상대적으로 편리했으며 글자 수정과 재사용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죽간과 목간, 비단은 각각 결점이 있었다. 죽간과 목간은 너무 무거워 책 한 권을 운반하는 데 수레가 여러 대까지 필요하기도 하였다. 죽간은 서기전 800년에서 서기전 200년까지 성행하였으며 이후 5세기경 까지 중국 남부지방에서 주로 사용되었는데 주로 청죽(靑竹)이 쓰였다.


간(簡)이란 장방형으로 자른 편(片)을 말하는데 죽간의 제작방법은 먼저 청죽을 가열하여 기름을 뺀후 껍질을 제거하고 내부만 사용하였으며, 그 크기는 대개 길이 22㎝, 폭 1.2㎝, 두께 1㎜다. 중국 북부지방에서는 대나무가 자라지 않아 목간을 사용하였다.


또한 비단은 운반과 보관이 편리한 이점을 갖고 있었지만 값이 비싸 그 시대의 생산력에 비춰봤을 때 이런 진귀한 방직품은 일반인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것이었다. 서기전 500년에서 서기 600년대까지 비단 또는 면포, 마(麻)가 책 또는 편(編)의 형태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간독이나 비단의 단점 때문에 더욱 편리하고 가벼운 필기 재료가 절실히 요구되어 자연스럽게 종이의 발명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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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고분 출토 낙랑국(서기전 1세기) 목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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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고분 출토 낙랑국(서기전 1세기) 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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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간에 쓴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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