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호 문화 세계 최고 품질의 고려 한지 Ⅲ

2023.09.29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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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품질의 고려 한지 Ⅲ 


글·사진 이명우 운룡도서관·운룡역사문화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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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공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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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공예 팔각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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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작품(제22회 2022년 대한민국한지대전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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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한지(율아트)


고려지에는 깨끗하고 단단하며 질긴 상화지(霜華紙), 얄팍하고 깨끗하고 매끄러워 부채 등을 만들때 사용한 선자지(扇子紙), 두껍고 우피처럼 질긴 계문표지(啓文表紙), 하얀색에 유연하면서 미인의 손길처럼 부드러운 백면지(白綿紙) 등이 대표적인 종류이다. 석추지, 견지, 아청지는 중국 역대 제왕의 애호품으로 조선시대까지 계속 생산됐다.


고려지는 불서(佛書), 의서(書), 사서(史書) 등을 비롯한 각종 서적, 지폐를 만드는 용지로 쓰였다. 대표적인 염색지인 황지(黃紙)와 감지(紺紙)는 방충성과 보존성이 뛰어나 사경과 불경을 간행하는 데 쓰였으며 석추지와 견지, 아청지는 조공물로 쓰였다. 이러한 고려지는 중국과 교역하는 데 필수품이었으므로 사신의 개인 예물로도 쓰였다.


고려시대에는 지소(紙所)라는 관영 제지공장이 있어서 중국에 공물하는 종이를 생산했다. 그러나 고려지는 주로 경주, 예천, 풍기, 청도 등 경상도 지방에서 많이 생산됐다. 노화지(蘆花紙)는 경기도에서 생산됐고, 표전지, 시전지 등 약 15종류의 한지는 공주에서 생산됐다. 고정지나 황마지는 사찰에서 스님들이 직접 만들었다(이승철 지음,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 한지>, ㈜현안사, 2002년, 50~54쪽).


중국 송나라의 정계(程棨)는 그가 저술한 <삼류헌잡지(三柳軒雜識)>에서 종이의 품질이 우수한 고려지를 중국에서 으뜸가는 좋은 종이에 비유했으며, 송나라 손목(孫穆)은 <계림유사(鷄林類事)>에서 고려의 백추지는 빛이 희고 윤이 나서 사랑스러울 정도라고 극찬했다.


중국의 역대 제왕과 시인묵객들이 즐겨 고려지를 사용했다는 것은 다른 나라 종이보다 우수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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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닥종이로 인쇄된 <속장경(주인왕호국반야경)>


 

고려지의 유물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일본 나라(奈良) 동대사(東大寺)에 소장된 <대안십년(大安十年)>과 수창원년(壽昌元年)의 <화엄경(華嚴經)> 및 남선사(南禪寺)에 소장된 <고려장경(高麗藏經)> 일부가 있다. 현존하는 고려지는 중기 이후의 것이 대부분이며 서책, 사경, 불화가 주종을 이룬다.


고려시대 닥종이로 인쇄된 최고의 서책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다.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재)현암문고에 소장된 11세기 초 의천이 만든 <속장경(續藏經)> 일부인 <주인왕호국반야경 권1~4>도 장경지(藏經紙)에 인쇄된 것이다.


조선시대의 종이 생산기술은 중요한 국가 수공업의 하나로 발전하게 됐다. 조선 전기는 우리나라 제지술의 완성기이다. 조선 전기는 제지를 통제하는 기관이 설치되고 기술과 원료가 다양해졌으며 종이의 용도도 대중화된 중요한 시기이다.


조선시대의 종이는 그 쓰임새가 다양해 전국에 걸쳐 생산됐는데 대표적인 종이 생산처로 전라도 전주, 남원, 경상도 경주, 의령과 조지서(造紙署)를 들 수 있다. 태종(1415년) 때는 문물제도의 개혁과 문화적 관심으로 국영 조지소(造紙所)를 설치해 관영화했고 제지 공업의 중흥에 노력하기 시작했다.


세조(1456년) 때 조지소를 조지서로 개칭했으며 역대 왕은 이 조지서를 통하여 당시 급격히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원료조달, 종이 규격화, 품질 개량을 도모했다. 조지소가 가장 활발히 활동한 시기는 세종 때였다. 세종 때는 서적 간행 정책으로 넓은 분야에 걸쳐 학문이 발달했으며 그 결과 조지소의 기능과 역할이 크게 확장됐다.


조선 전기는 우리나라 한지의 제지술의 최고 전성기였고 임진왜란 이후인 조선 후기부터는 쇠퇴기로 볼 수 있다. 1892(고종 29)년경에 기계에 의한 제지술을 일본으로부터 도입해 양지를 생산하기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한지의 생산량은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북 전주 지방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생산되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현재까지 우리나라 전통한지가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전통한지산업은 수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전통한지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보존성, 잘 찢어지지 않는 내구성 등 품질이 뛰어나 2000년도 이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한지는 제조방법과 용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눠지는데 그 종류는 다음과 같다.


● 전통한지: 전통 방법으로 제조한 한지로서 고문서지, 서화용지, 인쇄지, 아트지, 고급 편지지, 문화재보존 용지, 포장지에 사용

● 기능성한지: 기능성 물질을 첨가하여 제조한 한지로서 벽지(닥티지, 쑥지, 녹차지, 황토지, 옥지, 숯지, 크로바지, 기타), 공예용지, 서화용지로 사용

● 색한지: 염색한 한지로서 공예용지, 서화용지로 사용

● 패션 및 공예용 한지: 줌치기법을 사용하여 제조한 한지로서 수의용 한지, 패션용 한지, 지갑 벨트용 한지, 최고급 벽지로 사용

● 상장한지: 합지와 도침의 방법으로 제조한 한지로서 상장, 졸업장, 허가장, 판화지, 명함 등에 사용 


또한 한지는 다양한 포장지, 의료용 재료, 기계부품, 의류용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고 있으며 현재 첨단 산업분야로도 발전하고 있다. 한지를 이용한 지승공예, 지호공예, 지장공예, 전지공예 등 여러가지 한지공예 분야로 발전하고 있고 22회를 이어 오는 대한민국한지대전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 보존복원 중앙연구소는 2016년부터 전통한지 5종에 대해 문화재 보수·복원 용지로 적합하다고 인증했으며, 2017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일본의 화지, 중국의 선지를 제치고 ‘기록 유물 복원용 종이’로 우리 전통한지를 채택했다. 앞으로 음악, 드라마, 영화 등 전 세계에 ‘K-컬처’의 확산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전통한지가 고려시대 고려지처럼 전 세계인이 인정하는 최고의 종이로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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