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문화 베트남의 옛 도시를 보다

2024.05.11 글마루
0 105


베트남의 옛 도시를 보다 


유서 깊은 작은 파리 ‘호이안’

세계문화유산을 자랑하는 황제의 수도 ‘후에’


글·사진 임정의



c5090370c88fb8cdf089dfd373daea1a_1715431327_278.jpg

호텔에서 바라본 베트남 호이안의 동쪽 바다 일출광경


c5090370c88fb8cdf089dfd373daea1a_1715431327_3841.jpg

향강 북쪽에 위치한 후에성 입구 야경



베트남은 연중 따뜻한 나라로 우리나라와 가까우면서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나라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계절이 겨울일 때 가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나는 세계자연유산의 하나인 베트남 북부의 하롱 베이(Halong Bay)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중부도시인 ‘호이안(Hoi An)’과 ‘후에(Hue)’를 다녀왔다.


처음 베트남을 방문하게 된 것은 베트남항공의 초청을 받아서였다. 그렇게 중부의 역사 도시인 ‘호이안’과 ‘후에’를 방문할 수 있었다.


오래전 코리아헤럴드 영자신문에서 사진전문 작가로 근무할 당시 자신의 나라를 홍보해 달라는 명목으로 해외에 초청을 받아 다녀온 일이 많았다. 지금까지 가까운 일본, 중국, 네팔, 인도, 필리핀 등지는 물론 유럽 여러 나라를 다녀왔다. 이후에도 가이드로 건축학부 학생들을 데리고 안내를 한 것은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건축사진가로 건축과 도시의 현대적인 건축물들을 찍고, 우리가 살아온 삶의 현장을 다니면서 견문을 넓혀 올 수 있었다. 건축물은 부동의 자세로 움직일 수 없는 대상이어서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부담이 있어 답사나 여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는 물론 내가 좋아하는 현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스위스 출생의 프랑스 건축가인 르 코르뷔제의 작품을 찾아 떠난 것은 매우 큰 공부가 됐다. 그렇게 르 코르뷔제의 작품을 찾아 프랑스, 인도의 찬디가르 주정부 청사와 국회의사당 그리고 고등법원 청사 등을 방문했다. 건축사진을 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와 현대건축물을 촬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c5090370c88fb8cdf089dfd373daea1a_1715431327_4706.jpg

향강 북쪽에 위치한 후에성 입구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면 대부분 건축물들이 많다. 오래된 전통건축부터 오래된 성곽, 고도시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것들을 보면 서울의 5대 고궁을 비롯해 수원화성, 경주의 건축물들과 같은 전통건축물이다.


해외에서도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아가는 스페인의 세계적인 현대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성가족성당, 카사밀라, 카사바트로, 구엘공원, 구엘궁전 등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건축물이다.


유네스코가 제정해 만든 세계문화유산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세계문화유산이고 또 하나는 세계자연문화유산이다. 이렇게 두 가지 중 우리나라도 제주도가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쉽게 말해서 건축과 자연의 조화를 생각할 수 있다. 


세계를 다녀 봐도 우리나라 같이 아름다운 나라는 없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금수강산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다. 가까운 일본은 인위적인 조형적인 미를 갖추고 있다면 중국이라는 나라는 너무나 거대한 자연의 웅장함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인위적인 일본이나 스케일이 큰 중국과는 다른 인간적인 자연과 공간의 조화로움은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c5090370c88fb8cdf089dfd373daea1a_1715431327_6726.jpg

후에 호엉 강가의 배들 뒤편으로 보이는 ‘티엔 무 사원’ 탑



베트남의 옛 도시를 보다


베트남의 중부도시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호이안’의 올드타운은 16세기 중엽신항로 개척에 나선 유럽 상인들이 페르시아만에서 중국의 명나라를 잇는 중간 기착지로 삼은 덕에 동남아 최대 무역항으로 번성한 곳이다.


베트남은 과거 베트남전쟁(월남전쟁)이라는 혹독한 전쟁을 치른 나라다. 1966년 전후 우리나라도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된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당시 백마부대, 맹호부대, 청룡부대, 비둘기부대 등 많은 젊은이들이 외화를 번다는 목적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희생당하기도 했다.


중부도시 ‘후에’와 ‘호이안’은 당시 베트남전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문화재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c5090370c88fb8cdf089dfd373daea1a_1715431327_7852.jpg

후에시 상징인 회자 ‘ 티엔 무 사원’



‘후에’는 1802년부터 약 150년 동안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였던 응우엔 왕조(Nguyen Dynasty)의 도읍지였다. 수많은 왕들의 위엄과 자존심을 이곳에 자리한 수많은 유적지들에서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후에’는 베트남전쟁으로 파괴되고 소실된 상혼이 일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쟁의 상처가 없었다면 이 역사의 도시는 더욱 그 고고한 자태를 맘껏 뽐낼 수 있었을 것만 같다. 이런 두 가지 이유로 ‘후에’시는 지난 1993년 유네스코로부터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들의 영원한 ‘노스텔지어’이자 베트남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후에’를 유유히 흐르는 강을 두고 ‘향수의 강(향강)’라는 이름을 붙였다.


‘후에’를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이 ‘향강’을 용 모양의 보트를 타고 둘러보거나 보트투어가 거추장스러우면 뚜벅뚜벅 걸어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하나하나 만나보는것도 좋다. 왕궁과 왕릉 그리고 사원 모두 훌륭한 조경과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차분히 산책을 즐기며 옛 왕조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걸음걸음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c5090370c88fb8cdf089dfd373daea1a_1715431327_8917.jpg

황제의 수도였던 후에 시내 마을 상인들



17세기 배경의 ‘호이안’ 옛 거리는 경쾌한 시클로의 멜로디, 떠들썩한 사람들의 삶이 물결치는 곳이다. 이곳의 경쾌한 ‘생활의 소리’들은 추임새다. 옛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수제 옷가게, 화랑, 도자기 공방들, 그 안에 수천 가지의 개성과 삶을 반짝이며 빛내고 있던 고고한 작품 하나하나는 여행자의 발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만든다.


그래서 감히 말하고 싶다. 베트남 여행길에서 건진 가장 의외의 수확 그리고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이곳 ‘호이안’이라고 말이다. 고혹적인 옛 도시의 아름다움과 낭만적인 강변의 밤이, 그리고 이 도시의 예술성이 여행자를 숙명처럼 끌어당긴다. 


왜 ‘호이안’이라는 도시가 이토록 특별한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이 작은 도시는 ‘파이푸(Faifoo)’라는 이름의 ‘바다의 실크로드’라고 불리던 활발한 국제항구였다. 아시아와 유럽 상인들은 수많은 재화들을 이 항구에서 거래했고, 그래서 이 도시에는 서구적이면서도 동양적인 풍경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거기에 화교들이 ‘호이안’에 정착해 살기 시작하면서 동화적인 색다른 분위기의 도시가 형성되었다.



c5090370c88fb8cdf089dfd373daea1a_1715431328_0955.jpg

시내 거리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들


c5090370c88fb8cdf089dfd373daea1a_1715431328_2239.jpg

옛 항구도시인 호이안 거리의 상점


c5090370c88fb8cdf089dfd373daea1a_1715431328_3325.jpg

왕릉을 지키는 석상들. 죽은 자들의 영혼을 지킨다는 문관, 무관의 석상과 말, 코끼리 석상




전쟁의 포화로부터 덜 망가진 이 도시가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이후 이곳은 근대 유적들을 보전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켜켜이 쌓인 역사가 온전히 보존된 ‘호이안’은 여행자에게 그 길 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특별한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호이안’에서는 서두르지 말자. 어쩌면 벽을 칠한 페인트가 바래고 낡은 벽의 고택으로만 이루어진 도시풍경은 첨예한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클로에 몸을 싣고, 경쾌한 그 소리에 마음을 싣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강바람을 느끼며 시간 감각에 둔해지게 될 때에 비로소 투덜대며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 하나하나가 우리 가슴에 스며들 것이다.


이 도시의 진정한 매력을 맛보려면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옛 거리를 걸어야 한다. ‘호이안’은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는 도시이지만 이곳에 정지된 시간 속에 서서히 몸과 마음을 담그며 여행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번은 시클로를 타고 거리 풍경을 만끽하고, 또 한번은 편한 시간을 만들어 거리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두 가지 여행 플랜을 제안해 본다. 여기에 ‘호이안’ 외곽에 위치한 미송 유적지도 영화로운 과거 참파 왕조로 시간여행 하기 좋은 곳이다.



c5090370c88fb8cdf089dfd373daea1a_1715431328_4412.jpg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호이안의 미송 유적지에서



미송 유적지는 ‘호이안’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참파왕국 유적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세기부터 15세기까지 참족의 참파왕국 신전터가 남아있는 이곳은 참파왕국이 베트남에서 멸망한 뒤 정글 속에 묻혀 있다가 19세기경에 발굴됐으나 베트남전쟁으로 대부분이 붕괴되었다. 하지만 고대 흔적에서 힌두교에 불교가 가미된 건축물과 신비스런 여러 개의 예술적인 조각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미송 유적지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유적지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Comments

  1.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