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호 문화 베트남의 세계자연유산 ‘하롱베이’ 동양의 나폴리 같은 ‘나트랑’을 보다

2024.06.08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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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세계자연유산 ‘하롱베이’

동양의 나폴리 같은 ‘나트랑’을 보다 


글·사진 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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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바라본 나트랑의 아침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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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 해변 모래사장과 파라솔



‘베트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무엇일까? 전쟁, 가난, 라이따이한, 땅굴, 고엽제 등 화려한 이미지보다는 굴곡 많은 역사 속에서 모진 풍파를 겪은 안타까운 이미지를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격이다. 베트남의 숨은 매력을 보고 나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베트남은 남부와 북부의 이미지가 무척이나 다르다. 지역마다 개성이 너무도 뚜렷해 마치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북부에는 하롱베이, 난빈, 땀곡과 같은 자연적인 볼거리가 많다면 중부의 후에나 호이안은 문화유적이 너무도 많다. 나트랑이나 달릿, 무이네에서는 색다른 휴양을 즐기며 호찌민 시에서는 복잡하지만 세련된 대도시를 한껏 즐길 수 있다.


동남아시아 권에 속한 나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태국과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놀랄 만큼 전혀 다르다. 태국 사람들은 이방인을 만나면 환하게 웃어주는 데 비해 베트남 사람들은 조금은 무뚝뚝하다. 외국의 침략을 덜 받은 태국이지만 베트남은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 속에서 저항하고 굴복하지 않았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자존심이 강한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프랑스 등 서구 세력을 몰아내고 통일을 이뤘다는 것에 대해 베트남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의 특성이 각기 다르듯, 베트남 역시 하노이와 호찌민 사람들의 특성이 확연하다. 이것은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지역적 특성에서 유래한다. 남부는 메콩강의 축복이라 불릴 정도로 풍부한 자연환경을 누렸기에 하노이 사람들보다 낙천적이고 여유롭다. 반면 하노이 사람들은 다소 무뚝뚝하고 차가워 사교성은 약하지만 근면 성실하기로 유명하다. 유명한 베트남의 혁명가나 정치가들이 북부 출신인 것에서도 그들의 자부심은 높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가 베트남 북부 해안에 위치한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록된 하롱베이다. 이곳은 동양의 3대 절경 중에 하나라고 한다. 하롱베이는 용이 내려왔다는 ‘하용(下龍)’ 전설이 얽혀있다. 외적의 침입에 시달리던 하롱베이에 어느 날 용이 내려와 외적들을 소탕해 줬다. 실제로 끊임없이 외세로부터 침략을 받았던 베트남은 하롱베이의 지형을 이용해 적을 물리치곤 했다. 몽골군의 침입 때는 섬과 섬 사이에 말뚝을 박아 접근을 막았고 격렬했던 베트남 전쟁 때는 하롱베이의 아름다움에 반해 미군도 폭격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위기에 처한 순간마다 하롱베이에 내린 용이 하롱베이를 구

해준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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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 티토브 섬에서 바라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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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롱베이에서 뱃놀이하는 관광객들



낭만이 넘실대는 뱃놀이는 패키지여행의 전유물이 아니다. 내가 하롱베이를 방문해 선상 요리를 먹으며 신선놀음을 한 것 같은 느낌뿐이다. 이곳에서 선상관광의 종착지는 티토브 섬이다. 누군가에게는 베트남전쟁이 일어난 역사적 도시 답사나 아름다운 아오자이의 나라, 천하절경의 하롱베이 같은 것들이 베트남 여행의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같은 질문을 최근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젊은 친구들에게 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사뭇 달랐다. 베트남 요리가 너무 좋아서 또는 베트남 영화를 보고 나니 베트남 일주를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혹은 베트남 문화유산 투어를 여행 투어로 잡았다는 등 생각보다 베트남 여행의 목적이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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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 주변 언덕에는 전쟁의 참호가 그대로 남아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은 버스, 시클로, 오토바이 시클로인 쎄옴, 기차와 택시다. 만약 베트남을 자유여행 중이라면 대중교통의 각각의 특징과 장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도시의 주요 관광지를 구석구석 보려면 시클로 만한 것이 없다. 시클로는 자전거와 인력거를 합쳐놓은 모양으로 앞에 사람들이 앉는 모습으로 뒤에서 운전기사가 페달을 밟아 움직인다. 시클로를 타고 시내 관광을 하려면 운전사와 사전에 확실하게 가격을 흥정하고 타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다 타고 난 후 턱없는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여러 소수 민족들이 아직도 그네들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사파, 낭만적인 호수를 품고 있는 하노이, 왕조의 거룩한 흔적들을 느낄 수 있는 후에, 옛거리들 하나하나가 무수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은 베트남 속의 또 다른 세상 호이안 그리고 매력적인 해변을 가진 동양의 나폴리 나트랑(나짱) 해변에서의 여유로운 휴식으로 여행을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시원한 휴양지 나트랑에서 맛본 프랑스 요리는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나트랑 해안가에서 해를 맞이하는 일출 모습은 장관이었다. 어촌에서 어부들의 삶을 만나면서 여유로운 그들의 모습을 느꼈다. 사진을 찍으러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는 나에게 다가와 맥주캔을 주는 어부들을 보면서 너무나 여유로운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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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명물 시클로를 타고 관광하는 여행객들



베트남 음식 이야기를 하기 전에 베트남 지도를 살펴보자. 남북으로 긴 모양을 한 베트남의 각 지역마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해산물이 풍부하고 열대 과일은 물론 고산지대에서 나오는 과일 맛까지도 다양하다.


메콩강의 축복 또한 베트남 음식문화에 한몫을 한다. 풍부한 어족자원과 천혜의 농경지로 민물고기와 쌀로 만든 음식까지도 풍성하다. 중국에 인접해 있고,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세계 3대 요리에 속한다는 중국요리와 프랑스 요리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손재주 좋은 베트남 사람들의 미적 감각까지 더해져 미각만이 아닌 후각, 거기에 시각까지 행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내가 몰랐던 것은 베트남은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커피 생산국이라는 것이다. 브라질 다음으로 세계 제 2위의 커피 생산국이 베트남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우리에게는 조금은 생소하지만 베트남은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와 함께 세계 4대 커피 수출국이다. 베트남식 커피는 진하게 내린 커피에 연유를 섞어 달콤하고 고소하다. 처음에는 너무 강한 달콤함과 쓴맛에 당황한다. 철제 필터에 원두를 걸러 마시는데 맛이 아주 진해 그 맛에 익숙해지면 자꾸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베트남어로 커피는 ‘카페’라고 하는데 뜨거운 커피를 ‘카페 농’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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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의 해안가의 리조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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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 해안가의 리조트 시설들



베트남하면 음식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바로 월남 쌀국수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쌀국수는 7000~8000원 정도이지만 베트남 노점에서 먹는다면 더 싸게 먹을 수 있다. 베트남에서 맛보는 쌀국수는 고기의 뼈와 살로 육수를 진하게 내기 때문에 더욱 맛이 좋다. 거기에 입안이 화끈해 지는 매운 고추를 송송 썰어 넣으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담백하면서도 개운한 쌀국수에 중독될 것 같다.


나트랑(Nha Trang)은 나짱이라고도 한다. 나트랑은 베트남에서도 가장 세계화된 도시이다. 이곳은 다른 도시와는 다른 매력적인 도시를 보여준다. 리조트 도시라 불릴 정도로 초특급 호텔들이 즐비하다. 7㎞나 되는 기다란 해안가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토풀리스의 금발 미녀나 꽃미남 서퍼들이 가득하다.


힌두신을 모시는 포나가르 첨탑과 커다란 부처의 좌불이 있는 룽선사 그리고 나짜 대성당과 공존 역시 이 도시의 상징성을 대변하고 있다. 나짱을 걷다보면 그 색감에 빠져든다. 나짱이라는 이름부터 ‘하얀 집’이라는 뜻인데 이곳에 처음 정착해 살았던 프랑스인의 집이 하얀색인 데 연유해 지어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고 한다. 기다란 백사장의 모래도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새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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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랑 해안가에 위치한 시설들



내가 방문한 나트랑의 리조트 별장으로 가기 위해 쾌속선을 타고 해안가로 들어갔다. 세계 각국에서 투자한 리조트로 그중 하나가 러시아가 투자해 만든 곳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동양의 하와이 또는 동양의 나폴리쯤으로 잘 알려진 나트랑은 말 그대로 세계적인 휴양지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 유럽인들을 위한 휴양지로 개발되면서 발달하기 시작했다. 남부 호찌민에서 북쪽으로 400㎞쯤 떨어져 있는 베트남 굴지의 리조트 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도시로 중심가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하얀 모래사장,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다. 


또한 이 지역은 고대 참 왕국의 유적이 많은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레스토랑에는 매일 신선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고 낭만적인 노천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시원한 바닷가에서 각종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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