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호 문화 제우스와 신들의 전쟁
제우스와 신들의 전쟁
글 신현배
제우스는 크레타 섬에 있는 이데 산의 동굴에서 산양의 젖을 먹으며 자라났다. 제우스를 정성스레 돌본 것은 아름다운 요정들이었다.
아기 제우스는 처음에 밤낮없이 울었다. 울음소리가 어찌나 큰지 귀가 먹먹했다.
“제발 그만 울어라. 뚝! 울음을 그쳐.”
요정들은 아기를 번갈아 안으며 이렇게 달랬다. 하지만 아기 제우스는 한번 울기 시작하면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큰일 났네. 아기의 울음소리가 크로노스 귀에 들리면 어쩌지?”
“크로노스가 이곳에 와서 이 아기가 자기 아들임을 알면 끝장이야. 아기를 꿀꺽 삼켜 버릴걸.”
요정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였다. 갑자기 동굴 밖이 시끌벅적해졌다. 쿠레테스 족 병사들이 갑자기 나타나 청동 방패를 창으로 두드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크로노스 귀에 들리지 않게 하려고 가이아가 취한 조치였다.
쿠레테스 족 병사들이 어찌나 큰 소리를 내는지 아기의 울음소리가 묻혀 버렸다.
제우스는 이데 산의 동굴에서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었다. 가이아는 제우스에게 크로노스가 얼마나 악한 일을 했는지 자세히 들려주었다.
“크로노스는 네 형제들이 태어나자마자 모두 꿀꺽 삼켜 버렸어. 네 형제들은 지금 크로노스의 뱃속에 있단다.”
“그래요? 제가 반드시 내 형제들을 구하겠어요.”
제우스는 지혜의 여신 메티스를 찾아갔다. 메티스는 티탄 족 오케아노스와 테티스의 딸이었다.
“메티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와 결혼해 주세요. 그리고 아버지 크로노스의 뱃속에 갇힌 내 형제들을 구할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메티스도 제우스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제우스에게 형제들을 구할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약을 지어 드릴 테니 크로노스에게 먹이세요. 그러면 형제들을 구할 수 있을 거예요.”
메티스가 지어 준 약은 구토를 일으키는 약이었다. 제우스는 크로노스를 찾아가서 공손히 말했다.
“왕이시여, 이 약은 힘이 솟는 약입니다. 드시자마자 아무리 무거운 바위도 번쩍번쩍 들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정말이냐? 만약에 거짓말이라면 벌을 내릴 것이다.”
제우스는 자신이 아들이라는 것을 숨긴 채 크로노스에게 약을 바쳤다. 크로노스는 약을 받자마자 단숨에 삼켰다.
이윽고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배를 움켜쥐었다.
“아이고, 배야. 왜 갑자기 배가 아프고 속이 매스껍지?”
크로노스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토하기 시작했다.
“우웩!”
크로노스는 제우스인 줄 알고 삼켰던 돌덩이를 제일 먼저 토했다. 그 다음에 제우스의 형제인 포세이돈, 하데스, 헤라, 데메테르, 헤스티아 등을 차례로 토했다.
이들은 사실 제우스보다 먼저 태어난 형과 누나들이었다.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크로노스의 뱃속에 들어가 많이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제우스가 장남 노릇을 해야 했다.
제우스는 형제들을 모두 구하자 크로노스에게 싸움을 걸었다. 형제들과 힘을 합쳐 크로노스에게 맞섰다.
크로노스는 자신의 형제인 티탄 족과 손을 잡고 제우스 편과 싸웠다. 그런데 티탄 족이라 해서 모두 크로노스 편에 선 것은 아니었다. 메티스의 아버지 오케아노스와 이아페토스의 아들 프로메테우스·에피메테우스 등은 제우스 편이었다.
신들의 전쟁은 10년 동안 계속되었다. 저마다 온힘을 다해 싸웠기 때문에 싸움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때 가이아가 제우스에게 충고했다.
“제우스야, 전쟁이 끝나지 않아 몹시 지쳤지? 걱정하지 마라. 전쟁에 승리할 좋은 방법이있으니….”
가이아가 일러 준 방법은 지하 세계에 갇혀 있는 키클롭스 3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라는 것이었다.
제우스는 지하 세계에 가서 괴물 형제들을 데려왔다. 그리고 그들을 자기편에 가담시켰다.
키클롭스 3형제는 훌륭한 대장장이였다. 우수한 무기를 척척 만들어냈다. 이들은 제우스에게 천하무적의 번개와 우레, 포세이돈에게 구름과 비와 바람을 마음대로 불러올 수 있는 삼지창, 하데스에게 머리에 쓰면 몸이 보이지 않는 투구를 만들어 주었다.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는 팔이 100개나 되어, 이들이 그 많은 손으로 바위를 들어 공격하면 아무도 당해내지 못했다. 제우스 편은 새로운 무기와 헤카톤케이렌스 3형제를 앞세워 공격을 퍼부어 크로노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제우스는 크로노스를 비롯한 티탄들을 지하 세계에 가두고,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에게 이들을 지키도록 했다. 또한 티탄 족 가운데 가장 힘이 센 아틀라스는 양 어깨로 하늘을 받치고 서 있게 했다.
크로노스가 물러나자 제우스는 신들의 왕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권력을 혼자 차지하지 않고 형제들과 나누기로 했다. 그래서 포세이돈과 하데스를 불러 제비뽑기를 했다. 그 결과 제우스는 하늘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하데스는 지하 세계를 다스리게 되었다.
그때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티탄들이 지하 세계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티탄들은 내가 낳은 자식들이야. 그런데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지하 세계에 가둬버려? 제우스 이놈, 어디 두고 보자.’
가이아는 제우스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그래서 제우스를 몰아내고 티탄들을 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누구를 내세워야 제우스를 물리칠 수 있을까? 그래, 나한테는 기간테스가 있지?’
가이아는 기간테스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얼굴 빛이 환해졌다. 기간테스는 우라노스가 크로노스의 공격을 받았을 때, 생식기가 잘리며 흘린 피에서 생겨난 거인 족이었다. 두 다리가 뱀의 형상인 기간테스는 덩치가 크고 힘이 장사였다. 얼마나 큰지 머리가 하늘에 닿았고,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가도 물이 무릎이나 허리에 차는 정도였다.
가이아는 기간테스 거인들을 불러 말했다.
“내 자식들아, 어머니의 원한을 풀어 다오. 제우스 세력을 모두 물리쳐라!”
“예, 어머니!”
기간테스는 ‘가이아의 자식들’이라는 뜻이었다. 거인들은 어머니의 명령대로 하겠다며 제우스가 있는 올림포스로 쳐들어갔다.
제우스·포세이돈·하데스 등 올림포스의 신들은 기간테스와 맞서 싸웠다. 거인들은 머리가 하늘에 닿을 만큼 커서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산을 번쩍 들거나 바위, 거목 등을 가볍게 뽑아 던지는 공격 앞에 맥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윽! 최악의 거인들이다.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저들을 이길 수 없다. 어찌하면 좋을지 방법을 찾아보아라.”
그때 법과 이치의 여신인 테미스가 이런 예언을 했다.
“기간테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제우스에게는 헤라클레스 같은, 싸움에 능한 인간 아들들이 있었다. 제우스는 이들을 불러들여 전투에 내보냈다. 이들 가운데 헤라클레스는 활약이 눈부셨다. 그는 독화살을 쏘아 거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는데, 이때부터 전세가 뒤집혀 올림포스 신들이 기간테스를 완전히 무찔렀다.
‘뭐, 뭐라고? 기간테스마저 당했다고? 으으으, 분하다.’
소식을 들은 가이아는 분노에 사로잡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우스를 이기려면 기간테스보다 더 큰 괴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이아는 궁리 끝에 암흑을 다스리는 신인 타르타로스와 함께 ‘티폰’이라는 괴물을 낳았다. 티폰은 얼마나 큰지 머리가 하늘에 닿고, 두 팔을 벌리면 세계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 손이 닿았다. 어깨에는 백 마리의 뱀들이 꿈틀거리고, 허리 아래 부분은 똬리를 튼 구렁이 형상이었다. 눈과 입에서는 불을 내뿜으며, 바다에 나타나면 폭풍우가 일어나고, 땅을 치면 지진이 일어났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크고 무서운 괴물이었다.
“티폰아, 올림포스를 공격하라!”
가이아가 명령을 내리자, 티폰은 올림포스로 쳐들어갔다. 제우스는 낫을 휘두르며 티폰과 결전을 벌였다. 하지만 티폰은 낫을 빼앗아 제우스의 팔과 다리의 힘줄을 끊어 버렸다. 그러고는 제우스를 동굴에 가두고, 힘줄은 곰 가죽에 싸서 용에게 맡겼다. 제우스로서는 일생일대의 위기였다.
이때 제우스를 구하러 나선 것은 제우스의 아들이자 상업과 도둑의 수호신인 헤르메스였다.
그는 자신의 아들인 목신 판과 함께 제우스를 동굴에서 구출하고, 티폰 몰래 힘줄을 훔쳐 제우스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하여 기운을 차린 제우스는 다시 티폰과 맞붙었다.
제우스는 하늘로 올라가 티폰을 향해 번개와 우레 백 개를 날렸다. 그 순간 티폰이 거대한 화산을 던지려고 번쩍 들어 올렸고, 공격을 받은 화산이 와르르 무너지며 티폰은 화산 밑에 납작 깔리고 말았다.
티폰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죽지 않고 살아 있어, 불과 용암과 연기를 내뿜고 있단다. 이 화산이 바로 이탈리아에 있는 에트나 화산이다.
제우스는 이처럼 힘겹게 마지막 적을 물리쳤다. 그러자 가이아도 더 이상 제우스에게 맞서지 못하고 죽어지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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