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호 문화 한국 고전영화 4편 국가등록문화유산 된다

2025.01.08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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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전영화 4편

국가등록문화유산 된다


글 이예진



대한민국의 수출품 중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K-콘텐츠’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부터 극장가에 걸리는 한국 영화까지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래전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향하던 한국 미디어의 프로그램들은 이제 ‘K-콘텐츠’로 전 세계인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의 오랜 영화들이 국가유산청에서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난해 12월 등록 예고해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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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상 반영

이번 국가유산청에서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소장한 <낙동강> <돈> <하녀> <성춘향> 등이다. <낙동강>은 한국전쟁 시기에 제작돼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며 <돈>은 산업화 시기의 농촌의 비극적인 현실을 묘사했다. <하녀>는 신분 상승을 꿈꾸는 하녀를 중심으로 인간의 욕망과 억압, 한국 사회의 모순을 드러냈으며 <성춘향>은 당대 최고 흥행작이자 한국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 영화로 가치를 지닌다.


이 네 작품은 근현대기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그렇기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 기존에 등록된 8건의 영화와 함께 보존 및 관리될 예정이며 향후 미래 세대에 한국 영화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앞서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영화는 <청춘의 십자로(1934)> <미몽(1936)> <자유만세(1946)><검사와 여선생(1948)> <마음의 고향(1949)><피아골(1955)> <자유부인(1956)> <시집가는 날(1956)>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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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낙동강> 스틸컷



실제 낙동강 전투 담겨

1952년에 개봉된 <낙동강>은 한국전쟁 중에 제작됐다. 대학 졸업 후 낙동강 유역으로 귀향한 주인공이 마을 사람들을 계몽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 담겼다. 작품은 연극인이자 영화감독 겸 영화배우로 활동했던 전창근 감독이 연출했으며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혼합으로 제작됐다.


1952년에 제작됐지만 오랜 시간 유실되기도 했던 <낙동강>은 한국영상자료원의 종합적인 디지털 복원 작업을 거쳐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7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바 있다. 특히 <낙동강>은 극영화임에도 실제 기록 영상을 삽입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당시 피난 도시의 관객들에게 전황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영화 음악이다. 영화 음악으로 활용된 곡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작곡한 합창곡 <낙동강>이다. 영화가 복원되기 전 윤이상의 <낙동강의 시(詩)>와 간접적인 관련성에 대해 의심된 바 있다. <낙동강의 시(詩)>는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17년에 자필 악보가 발견돼 2018 통영국제음악제 공식 공연 프로그램으로 추진되면서 초연됐던 곡이다. 하지만 영화가 복원되면서 직접적인 관련성이 확인돼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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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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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스틸컷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

김소동 감독의 영화 <돈>은 1958년에 개봉한 작품이다. 순박한 농사꾼인 주인공을 통해 당대 문제가 됐던 농촌 고리대, 사기꾼의 성행 등 농촌 문제를 가감 없이 그러냈으며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의 열악한 농촌의 현실을 사실적이면서도 비극적으로 묘사해 한국 사실주의(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가 개봉된 당시는 6·25전쟁 후로 전후(戰後)의 한국은 비참한 상황이었으나 농촌은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농지 개혁과 6·25전쟁 이후 분배받은 농지에 대한 상환곡, 임시 토지수득세 등 농가의 세금 부담은 늘었음에도 정부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농산물을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와 같은 상황을 그대로 담은 <돈>은 당시 농촌경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가난하지만 순박했던 농민들에게 자본주의가 들어가면서 스스로 비참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비극적인 모습을 담았다.


<돈>을 제작한 김소동 감독은 1947년 <목단등기>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일본 대학을 졸업했으며 1960년 한양대 영화학과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인 최초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영화학회’를 결성해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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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리메이크 영화 <하녀> 포스터



욕망 그대로 드러낸 <하녀>

1960년에 개봉한 <하녀>는 2층 단독주택으로 상징되는 중산층 가족과 그 집에서 신분 상승을 꿈꾸는 하녀를 주인공으로 해 인간의 욕망과 억압, 공포와 불안 등 당대 한국 사회의 긴장과 모순을 드러낸 작품이다. 영화인들이 선정한 역대 최고의 한국 영화 1위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하녀>는 한국영상자료원과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세계영화재단’이 함께 2008년 복원된 작품이다. 그러면서 2008년 칸 국제영화제 회고작으로 초대받아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에는 1950년대 말 한국의 부유층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부 특권층이나 부유층들만이 향유할 수 있던 흑백 텔레비전, 인스턴트 커피, 피아노, 카레라이스 등이 나오면서 주인공들의 계급적 욕망을 위한 아이템으로 나온다. 특히 영화의 배경이 되는 2층 양옥집은 당시 전형적인 부유함의 상징이었으며 영화에서도 계급 상승에 대한 욕망의 상징으로 활용됐다.


특히 <하녀>는 지난 2010년 임상수 감독이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당시 임상수 감독 연출과 배우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 등이 출연으로 시선을 끌었다. 작품은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이 되기도 했으며 이 작품을 통해 윤여정이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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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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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 스틸컷



한국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 영화

1961년 개봉한 <성춘향>은 특수 렌즈로 찍은 촬영본을 넓은 화면에 생생한 색감과 함께 구현한 한국 최초의 컬러 시네마스코프 영화다. 시네마스코프란 특수 렌즈를 써서 넓은 범위를 압축해 촬영하고 이것을 다시 확대해 넓은 규모의 화면에 영사하는 영화다. 거기다 화려한 색감을 통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한국 영화 산업의 기술적 변화를 보여주며 1960년대 최고의 흥행작이자 해외 영화제에도 출품되기도 해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작품이다.


개봉 당시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과 대결 구도를 이뤘다. 두 작품 모두 <춘향전>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 후 <성춘향>이 35만 명 이상의 관객이 다녀가면서 압승을 거뒀다. 방자 역의 허장강 등 조연들의 해학적인 연기에 풍자성과 신분사회에 대한 평민들의 비판적 의식을 담았고 적절한 인물구성과 설득력 있는 이야기의 전개 등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작품은 1960년대 영화지만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났으며 일본, 홍콩, 미국 등에 수출되기도 했다.


작품을 연출한 신상옥 감독은 <성춘향>의 대성공으로 한국 최고의 감독 겸 제작자가 됐다. 아내 최은희에 이어 납북되기도 했던 신 감독은 북한에서도 영화를 제작했던 이력을 지니고 있다. 납북 8년 만에 탈북에 성공한 신 감독은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활동했으며 2000년 한국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신 감독이 1961년 연출한 <상록수>는 200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영화 최초로 회고전 부문에 초대되기도 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이 예고한 4작품은 30일간의 예고기간 중 수렴된 의견을 검토하고 근현대문화유산분과위원회 심의를 거쳐 1월 최종 등록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근현대문화유산을 꾸준히 발굴·등록할 계획”이라며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국가등록문화유산이 체계적으로 보존·활용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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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춘향>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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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성춘향>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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