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호 문화 곰이 된 요정 칼리스토

25일 전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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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된 요정 칼리스토


글 신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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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는 달과 사냥의 여신이다. 하지만 처녀 수호의 여신이기도 해서 남자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아르테미스는 요정들을 시녀로 거느렸는데 요정들은 아르테미스에게 이런 맹세를 했다.

“저희들은 남자를 멀리하고 영원히 여신님만을 모시며 살겠어요.”

요정들은 순결한 아르테미스를 진심으로 믿고 따랐다. 아르테미스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서 정성을 다해 시중을 들었다.

아르테미스를 모시는 요정들 중에는 ‘칼리스토’라는 요정이 있었다.

칼리스토는 ‘최고’ ‘좋은 것 중에서 가려 뽑은’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 이름 그대로 그녀는 요정 중에서 최고로 아름다웠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않는 남자가 없었다.

하지만 칼리스토는 남자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자기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은 아르테미스뿐이라며 모든 유혹을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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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로 남자를 사랑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을 거야. 영원히 여신만을 모시며 살겠다고 맹세까지 했는걸.’

칼리스토는 속으로 다짐하며 아르테미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숲속에서 사냥을 끝낸 아르테미스가 요정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사냥을 하느라 고생 많았다. 여기서 푹 쉬었다 가자.”

아르테미스 일행은 며칠째 사냥감을 쫓아다니느라 매우 지쳐 있었다. 요정들은 반색을 하며 각자 쉬려고 숲속에서 흩어졌다.

칼리스토는 이파리가 무성한 참나무 그늘 아래 혼자 누웠다. 사냥을 하느라 몹시 피곤했는지 금방 곯아떨어졌다.

그때 제우스신이 그 근처를 지나다가 우연히 칼리스토의 잠든 모습을 보았다. 제우스는 신들의 왕으로 인간 세상을 살피러 지상으로 내려와 있었다.

‘참으로 매혹적이구나!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왜 여태껏 몰랐을까?’

제우스는 칼리스토의 모습에 반해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칼리스토가 잠에서 깨어났다.

“누, 누구세요?”

칼리스토는 자기를 내려다보는 낯선 남자를 보고 깜짝 놀라 부르짖었다.

제우스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놀랄 것 없소. 난 제우스신이오. 당신은 어찌 그리 아름답소? 당신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소. 내가 당신을 사랑해도 되겠소?”

제우스는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쉽게 사랑에 빠졌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신이든 인간이든 요정이든 가리지 않았다.

제우스의 구애를 받은 칼리스토는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금방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칼리스토는 남자를 멀리하겠다고 아르테미스에게 맹세한 몸이었다. 결코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제우스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순결한 여신 아르테미스 님에게, 남자를 멀리하고 영원히 여신님만을 모시며 살겠다고 맹세했거든요. 그러니 제발 저를 잊어 주세요.”

칼리스토는 제우스의 사랑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제우스는 할 수 없이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제우스가 아니었다.

그는 칼리스토를 차지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무릎을 쳤다.

‘그래, 그 방법이 좋겠다. 내가 아르테미스로 변하는 거야.’

제우스는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로 변했다. 변신술이 어찌나 뛰어난지 누가 보아도 감쪽같았다. 칼리스토조차 속아 넘어갔다.

제우스는 아르테미스 행세를 하여 칼리스토를 꾀어냈고 아무도 없는 자리로 데려가 칼리스토를 차지해 버렸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몇 달이 지났다. 칼리스토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제우스의 아이를 가진 것이었다.

칼리스토는 괴로움과 절망에 빠졌다. 아르테미스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안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칼리스토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아르테미스를 피해 다녔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지낼 수는 없었다.

어느 날 저녁, 일행이 사냥을 끝내고 강가에 이르렀을 때 아르테미스가 요정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사냥을 하느라 온종일 숲속을 뛰어다녔더니 몹시 피곤하구나. 여기서 다 같이 옷을 벗고 목욕을 하자. 피곤이 금방 풀릴 거다.”

아르테미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요정들은 옷을 벗고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칼리스토만 옷을 벗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뭘 꾸물거리느냐? 옷을 벗고 목욕을 하자는데. 보는 사람이 없으니 안심해라.”

아르테미스가 재촉하자 칼리스토는 할 수 없이 옷을 벗었다. 아르테미스는 칼리스토의 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너 이제 보니 처녀가 아니구나! 순결을 지키지 않고 아이까지 가져?”

아르테미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쳤다.

“이 거룩한 강물을 더럽히지 말고 당장 꺼져라! 내 눈 앞에서 사라져!”

아르테미스는 칼리스토를 무리에서 쫓아냈다.

칼리스토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녀가 아이를 가진 뒤부터 제우스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칼리스토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몇 달 뒤에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몹시 기뻐하며 아들 이름을 ‘아르카스’라고 지었다.

칼리스토는 아르카스를 정성껏 키우며 숲속에서 살았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를 돌보는 것이 그녀에겐 큰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칼리스토가 제우스의 아기를 낳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 여신이 알게 된 것이었다.

헤라는 질투심이 강한 여신이었다. 그녀는 숲속을 뒤져 칼리스토와 아르카스를 찾아냈다.

“요망한 것! 내 남편을 꼬드겨 아이까지 낳아? 용서할 수 없다. 네 아름다움을 빼앗을 테니 각오해라!”

“헤라 님,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칼리스토는 헤라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헤라는 듣지 않고 칼리스토에게 저주를 내렸다.

“당장 이 자리에서 곰으로 변해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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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를 내리기 무섭게 칼리스토는 곰의 모습으로 변했다. 온몸에는 털이 북슬북슬하고 앵두 같은 입술은 곰의 주둥이로 바뀌었

다. 칼리스토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곰의 울부짖음으로 변해 숲속에 울려퍼졌다.

헤라는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마저 빼앗아갔다. 칼리스토는 숲에 혼자 남아 곰으로 살아가야만 했다.

세월이 흘러 아르카스는 청년이 되었다. 헤라가 그를 남의 집 양자로 보내늠름하게 자라났다.

아르카스는 사냥을 매우 좋아하여 틈만 나면 사냥을 하러 다녔다.

하루는 숲속에서 늙은 곰 한 마리와 마주쳤다. 그 곰은 헤라의 저주를 받았던 자신의 어머니 칼리스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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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칼리스토는 자신의 아들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녀는 너무 반가워 자신이 곰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아들을 안아 주려고 아르카스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아르카스는 곰이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곰이 앞으로 다가오자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알고 창으로 곰을 찌르려고 했다.

그때 제우스는 하늘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앗, 위험하다! 어머니가 아들 손에 죽겠구나!’

제우스는 아르카스가 칼리스토를 죽이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는 돌개바람을 불게 하여 칼리스토와 아르카스를 하늘로 끌어올렸다. 그리하여 둘이를 별자리로 만들었는데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이다. 칼리스토는 큰곰자리, 아르카스는 작은곰자리가 되었다.

헤라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녀는 바다의 신인 오케아노스와 테티스 부부를 찾아가 두 모자 별자리가 바다에서 쉬어가지 못하게 해 달라고 청했다. 바다의 신은 이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 뒤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는 북쪽 하늘에서만 돌고 돌 뿐, 다른 별자리들 처럼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일이 없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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