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마루대문 4년 땀방울의 결실, 꿈의 무대 파리 올림픽을 향해
4년 땀방울의 결실,
꿈의 무대 파리 올림픽을 향해
글 이예진
햇살이 뜨거워지는 8월 파리가 다시 한 번 세계를 맞이했다. 예술과 우아함의 도시인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제33회 파리 올림픽이 시작됐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열정과 기량을 펼치는 축제의장에서 선수들이 땀을 흘리는 가운데 역대 올림픽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본다.
2024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가운데 에펠탑에 오륜기가 설치됐다.(출처: 뉴시스)
세계인의 축제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벤트다. 현대의 올림픽은 기원전 776년부터 시작된 고대 올림픽에서 시작됐다. 고대올림픽은 12세기 중반까지 열렸으며 고대 그리스 신들을 기리는 의식으로 시작됐다. 고대 올림픽 역시 4년마다 개최됐으며 엘리스의 올림피아에서 열렸다.
현대의 첫 올림픽은 고대 올림픽의 정신과 유산을 기리고자 1896년 4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최됐다. 첫 올림픽에서는 육상, 사이클, 펜싱, 체조, 사격, 수영, 테니스, 역도, 레슬링 등 9종목으로 구성됐다. 프랑스의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이 주도해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가 창설되면서 근대 올림픽 대회가 열린 가운데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이 2년마다 번갈아 개최된다.
올림픽의 표어는 라틴어로 Citius, Altius, Fortius로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의미를 지닌다. 1924년 파리 올림픽부터 정식으로 도입됐다. 올림픽의 심벌은 5개의 색을 띤 5개의 원이 흰 바탕에 얽혀있는 모양으로 1912년 피에르드 쿠베르탱이 제작했다. 이에 대해 “5개의 얽힌 고리는 파랑, 노랑, 검정, 초록, 빨강으로 구성되며 바탕은 흰색이다.
이 5개의 고리는 올림픽 이념을 따르고 건전한 경쟁을 기꺼이 받아들여 전 세계인의 화합을 상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하계 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늦춰졌던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3년만에 열리게 됐다. 전 세계 206개국 약 1만 500명이 32개 종목에서 329개 경기를 펼치게 된 프랑스 파리는 1900년, 1924년에 이어 100년 만에 개최되는 도시다. 이 외에 프랑스에서 1924년 샤모니, 1968년 그르노블, 1992년 알베르빌에서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개최됐던 1900년 하계 올림픽은 육상, 수영 등의 한정된 종목이었으나 최초로 여성이 참가한 대회였다. 또 축구 종목이 처음으로 올림픽 경기로 편입된 해이기도 했다. 전 세계인이 집중되는 올림픽은 많은 선수들이 오랜 시간동안 기량을 갈고 닦아 참여하는 만큼 대회마다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나온다. 그 가운데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아프리카인으로 처음 금메달을 차지한 에티오피아의 비킬라 아베베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비킬라 아베베는 ‘맨발의 마라톤 영웅’으로 불리며 당시 유럽의 지배를 받고 있던 아프리카인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다음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면서 마라톤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미국 여자 육상 선수인 윌마 글로딘 루돌프 선수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윌마 루돌프는 어렸을 때 급성 폐렴과 성홍열을 앓아 소아마비를 겪었다. 하지만 16살인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땄으며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는 100m, 200m, 400m 계주에서 우승하며 미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대회의 변화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은 32개 종목에서 329개의 금메달을 두고 선수들이 겨룬다. 지난 도쿄 올림픽보다 종목이 1개, 금메달은 10개가 줄었다. 도쿄 올림픽에 처음으로 채택됐던 스케이트보드를 포함해 브레이킹, 서핑, 스포츠클라이밍 등이 정식 종목으로 포함됐으나 야구, 소프트볼, 가라테, 육상 남자 50㎞ 경보 등은 제외되면서 종목에서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또 여성이 처음으로 참여한 1900년 파리 올림픽 이후 최초로 남녀 선수 비율이 정확히 1대 1로 맞춘 양성평등 올림픽이 됐다. 1만 500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가운데 남녀 선수비율이 정확히 5250명 대 5250명으로 같다. IOC는 성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여성 출전 종목과 혼성 종목을 늘렸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이 2024 파리 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나섰다.(출처: 뉴시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설치된 2024 파리 올림픽 오륜기 뒤로 보름달이 뜨고 있다.(출처: 뉴시스)
그 가운데 복싱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총 13개의 체급으로 실시된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남녀 각각 7개, 6개의 체급으로 진행된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남성 8개, 여성 5개 체급으로 진행됐다. 반면 아티스틱 스위밍은 여성들의 종목으로 여겨졌으나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남성도 출전하게 됐다. 아티스틱 스위밍은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으로도 불렸던 경기로 한국어로 ‘수중 발레’라고도 부른다. 이번 대회에서는 각 8명으로 구성되는 선수들 가운데 남성 선수들도 최대 2명까지 출전하게 됐다.
32개 종목 329개 금메달
남녀 선수 비율 최초 1대 1 이뤄
그리고 육상 경보 역시 남성 50㎞ 경보 대신 올림픽 최초로 혼성 계주 경기가 진행된다. 또 육상에서 허들 종목을 포함한 200m부터 1500m까지 모든 개인 트랙 경기에 패자부활전이 도입된다. 패자부활전이 도입되면서 기존 3번으로 진행된 경기는 총 4번의 라운드로 진행되게 됐다.
이번에 새롭게 정식 종목으로 등장하게 된 ‘브레이킹’은 ‘비보잉’으로 많이 알려진 힙합댄스의 종류 중 하나다. 1970년대 미국 뉴욕주 브롱크스에서 비롯된 브레이킹은 2018년 아르헨티나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2018하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시작됐다.
남녀 각각 16명의 비보이와 비걸이 2개의 금메달을 두고 겨룬다. 다만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없어질 예정이다.
앞서 2020 도쿄 올림픽 때 처음으로 선보였던 스포츠 클라이밍은 이번에 세부 종목에서 변화를 보인다. 지난 올림픽 때는 볼더·리드·스피드 세 종목의 점수를 모두 합한 종합으로 남녀 각각 금메달을 수여했지만 이번에는 사용하는 기술에 따라 볼더·리드, 스피드로 종목을 2개로 세분화시켰다.
아쉬움이 큰 파리 올림픽 도전
대한민국은 1948년 런던 올림픽부터 참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23회의 하계 올림픽과 13회의 동계 올림픽에 참여해 왔다. 이전부터 올림픽에 참여했으나 일제강점기 시절이었기 때문에 일본의 선수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 마라톤의 손기정 선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한국인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으나 일본의 기록으로 남겨졌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메달을 처음 딴 대회는 처음 참여한 1948년 런던 올림픽이었다. 제1호 올림픽 메달은 복싱 플라이급의 한수안 선수의 동메달이었다. 이후 역도 미들급의 김성집 선수의 동메달 소식도 들려왔다.
첫 은메달 획득은 1956년 멜버른 올림픽이었다. 복싱의 송순천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금메달 소식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전해졌다. 1948년 첫 올림픽 출전 후 28년 만에 이뤄낸 금메달 주인공은 남자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의 양정모 선수였다. 그는 “왜 우리는 매번 정상의 문턱에서 돌아서야 하느냐의 의문을 갖고 있었다”며 “막상 시상대에 서자 고통스러웠던 체중 감량이 떠올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역대 종합 순위를 낸 대회는 국내에서 처음 개최됐던 1988년 서울 올림픽이었다.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로 종합 4위에 오른 이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은 역대 최고 기록이다.
매 대회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올해는 출발부터 삐그덕거렸다. 21개 종목 143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가운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보다 95명이 줄어들었다. 이는 단체 구기 종목에서 예선 탈락을 하면서 유일하게 여자 핸드볼만이 파리 올림픽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인기 종목인 축구를 비롯해 응원을 많이 받았던 여자 배구까지 탈락하면서 시작 전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기수 구본길을 비롯한 선수단 본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달 20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출처: 뉴시스)
하지만 파리 올림픽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작지 않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금 6개, 은 4개, 동 10개로 종합 순위 16위에 올랐던 한국은 이번에 금메달 5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15위 안에 드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1976년 몬트리올 이후 최소 규모
구기 종목 중 여자 핸드볼만
그 가운데 시선을 끄는 종목은 단연 양궁이다. 여자 양궁에서는 임시현(한국체대)의 기대가 크다. 임시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7년 만에 대회 3관왕에 올랐으며 올해도 월드컵 1, 2차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을 했다. 임시현과 함께 전훈영(인천시청), 남수현(순천시청)은 함께 단체전 10연패에 도전한다.
남자 양궁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김우진(청주시청)을 필두로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이 과녁을 향해 쏜다. 특히 김우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2연패에 일조했으며 김제덕 역시 2020 도쿄 올림픽에 함께했다.
양궁과 함께 수영에서도 금빛 물결을 기대한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회 연속 메달을 딴 황선우(강원도청)가 있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400m 자유형 계주, 혼계영 등에서도 메달을 따며 실력을 입증했다. 최근 2024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 계영 8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그와 함께 김우민(강원도청)도 만만치 않다. 올해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 42초 71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독일의 루카스 마르텐스, 호주의 일라이자 위닝턴 등과 함께 우승 후보로 언급된다.
양궁 국가대표 김우진(출처: 뉴시스)
한국 육상 사상 첫 트랙·필드 메달에 도전하는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용인시청)도 시선을 끈다. 우상혁은 지난 2020도쿄 올림픽에서 아깝게 4위를 했지만 긴장된 순간에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 국민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기도 했다.
2m 36의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는 2m 33의 최고 성적을 받았다. 이번 세 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그는 뉴질랜드의 해미시 커,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르심, 이탈리아의 장마르코 탬베리, 미국의 저본 해리슨 등과 함께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시선을 끄는 선수들 외에도 평생의 노력과 구슬진 땀방울의 결과를 보고자 꿈의 무대 파리 올림픽까지 날아간 선수들이 있다. 마치 파리의 높은 에펠탑보다도 높은 그들의 열정은 국민들에게 감동으로 전해질 것이다. 아름다운 파리의 도시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꿈의 무대에 모두가 응원의 손길을 내미는 만큼 말 그대로 ‘축제’가 되길 바란다.
양궁 국가대표 임시현(오른쪽), 전훈영(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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