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호 마루대문 조기 대선에도 줄줄이 개봉된 정치 영화, 창작물인가 홍보물인가

24일 전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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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에도 줄줄이 개봉된 정치 영화,

창작물인가 홍보물인가


글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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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을 앞두고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그 무대는 바로 극장가. 최근 극장가를 향한 관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었음에도 정치 메시지를 품은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다. 과거에도 선거를 앞두고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정치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개봉됐지만 최근에는 현재 시점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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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출처: 뉴시스)



尹도 다녀간 영화관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보가 눈에 띄었다. 바로 영화관을 찾았기 때문.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첫 공개 행보였던 것과 동시에 그가 본 영화가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였기 때문에 더욱 시선을 끌었다.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는 윤 전 대통령이 관람한 지난달 21일에 개봉된 영화로 이영돈 PD와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메인 포스터에 “6월 3일 부정선거 확신한다!”라고 적힌 문구부터 알 수 있는 이 작품은 최근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담았다. 윤 전 대통령 역시 12·3 비상계엄 당시 부정선거를 주장했고 이번 영화 개봉일에 맞춰 극장을 다녀가면서 부정선거 주장에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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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부정적이고 자극적 영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어 깊은 우려와유감을 표명한다”고 입장문을 밝혔다. 선관위는 “영화에서 다루는 의혹 대부분은 이미 위원회에서 설명하거나 법원의 판결로 해소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등에서 제기되었던 의혹 등을 명확한 근거 없이 주장하며 ‘부정선거 폭로의 결정판’ ‘이번 대통령 선거도 부정선거를 확신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정보시스템과 기계 장치 등은 이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선거 과정에는 정당·후보자의 참관인 또는 정당 추천 선관위원이 참여하고 있고 공정성과 보안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적용되고 있다”며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으므로 부정이 개입될 소지는 전혀 없다”고 강조하는 등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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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으로도 제작되는 정치 영화

극우 진영에서 ‘부정선거’를 소재로 영화를 제작했다면 반대인 진보 진영에서도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줄줄이 개봉했다. 그 시작은 지난달 14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만날, 조국>이었다. <다시 만날, 조국>은 정치인 조국의 정치 여정과 조국혁신당 창당 그리고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 최근 정치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큐멘터리로 다뤘다. 지난 2022년 개봉한 <그대가 조국>의 속편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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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만날, 조국>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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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빛의 혁명, 민주주의를 지키다> 스틸컷



<다시 만날, 조국>은 텀블벅을 통해 진행한 2차 크라우드 펀딩이 목표액의 3844%를 초과 달성하면서 개봉 전부터 후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의 행보는 개봉 후 일주일 만에 2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보이기도 했다.


<다시 만날, 조국> 이후 30일에는 <빛의 혁명, 민주주의를 지키다>가 개봉했다. <빛의 혁명, 민주주의를 지키다>는 윤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그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 그리고 이후 이어진 대통령 탄핵 정국을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작품은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부터 남태령 고개까지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한 시민 연대의 생생한 현장을 담았다. 당시 화제가 됐던 ‘응원봉 시위’ ‘아이돌 떼창’ 등의 새로운 시민 시위 문화를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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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를 제작한 성세찬 감독은 JTBC와 MBC, 국회방송 등에서 다수의 다큐멘터리 연출을 했으며 영화 각본을 맡은 박승미 작가는 JTBC 탐사보도 ‘스포트라이트’, YTN사이언스 ‘다큐S 프라임’ 등을 담당했었다. 영화 내레이션에는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맡았으며 도움 주신분에 이재명 대선 후보, 손석희 아나운서 등이 이름을 올리며 시선을 끌었다.


대선을 하루 앞둔 6월 2일에는 영화 <신명>이 개봉한다. 원래 지난달 28일 개봉을 예정했지만 과감하게 대선 하루 전날로 개봉일을 옮긴 <신명>은 국내 최초 오컬트 정치 스릴러로 시선을 끈다.


<신명>은 신비로운 힘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는 ‘윤지희’와 숨겨진 거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저널리스트 ‘정현수’의 치열한 싸움과 은밀한 음모, 주술과 정치의 결탁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았다. 정치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배우 김규리와 안내상이 주연을 맡아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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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명>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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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출처: 뉴시스)


 


논란에도 영화는 흥행

대선을 앞두고 개봉되는 영화들은 각 진영의 주장을 중심으로 제작되면서 논란이 발생함에도 흥행은 되는 모양새다. 마치 팬덤 문화를 보는 것과도 비슷하다. 대중보다는 입맛에 맞는 이들에게 지지를 얻어낸다. 그래서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담은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은 총관객 수 7만 3093명으로 마무리지었으며 5월에 개봉된 <다시 만날, 조국>이나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역시 일주일 만에 2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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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국전쟁> 포스터 전광판(출처: 뉴시스)




이는 과거 개봉된 정치 다큐멘터리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개봉한 <건국전쟁>은 117만 3927명을 기록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적 행적 등을 재

조명한 <건국전쟁>은 2024년 한국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에 오를 정도로 흥행했다. <건국전쟁>의 흥행으로 <박정희: 경제대국을 꿈꾼 남자>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 등 보수 진영 측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영화도 잇따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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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영화 <길위에 김대중> 포스터가 게시돼 있는 모습(출처: 뉴시스)


 

진보 진영 역시 2017년 <노무현입니다>로 185만명의 관객이 다녀가 흥행에 성공했으며 2022년 <그대가 조국>은 관객 수 33만명을 기록했다. 2023년에 개봉된 <길위에 김대중> <문재인입니다> 등도 11만 명의 관객이 극장을 다녀갔다.


이렇게 정치 메시지를 던지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지속해서 개봉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창작물’인 영화를 ‘선전물’로 활용한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창작물’이라는 이유로 과거 있었던 사건들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의 주장이 담긴 ‘픽션’으로 꾸며지기 쉽다.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 역시 ‘팬덤’에 가까워 비판적 시각으로 보기보다 제작자의 의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확률이 높다. 그러다 보면 편향적 정보를 통해 왜곡된 시선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어 문화 소비자들의 주체적 의식이 더욱 중요한 때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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