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호 마루대문 전 세계 뻗어나가는 K-콘텐츠 배 아픈 중국의 ‘딴지’ 걸기

2023.02.23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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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뻗어나가는 K-콘텐츠

배 아픈 중국의 ‘딴지’ 걸기 


글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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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3국. 한국·일본·중국 이 세 나라는 가까운 이웃이면서 동시에 서로를 할퀴는 칼이 되기도 한다. 지리상 인근에 위치해 있는 만큼 오랜 세월 함께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은 3국은 한자를 기반으로 된 언어를 사용하면서 유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고 있는 점, 1차 산업에서 벼농사가 중심인 점, 식사할 때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


이러한 점을 보면 가깝게 지낼 것 같은 나라이지만 최근에는 많은 잡음이 들리고 있다. 특히 비슷한 문화권에서 원조를 가리는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화공정, 어디까지 

최근 이러한 문화공정의 중심이 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과 문화 마찰이 본격적으로 빚어진 것은 2002년부터 시작된 ‘동북공정’. ‘동북공정’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의 줄임말로 중국의 동북부 지역의 역사 연구 프로젝트다. 다만 이 내용에 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 지역에 있었던 과거 고구려, 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까지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크게 논란이 됐다.


동북공정은 2006년에 마무리됐으나 이 논란은 아직도 이어지는 가운데 역사 논란과 더불어 우리의 문화까지 자기네 것이라 우기고 있어 마찰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에 논란이 있었던 소재는 ‘김치’였다.


한국을 넘어 중국에서도 활동하던 한국인 유튜버 ‘햄지(Hamzy)’가 먹방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먹방 영상 댓글에 한국 네티즌이 “쌈 문화가 자신들(중국)의 것이라고 우기는 영상을 보고 화가 났는데, 햄지가 쌈을 싸 먹는 영상을 올려줘서 기쁘다”고 달았고 햄지는 이 댓글에 긍정의 표현인 ‘좋아요’를 눌렀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햄지를 향해 비판을 했고 굴하지 않은 햄지는 “김치는 한국 음식”이라고 소신 발언했다.


이후 햄지는 중국 활동을 위해 계획한 중국 회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김치 먹방’을 올렸고 현재 해당 영상은 3759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햄지 채널에서 김치 먹방 영상은 대부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김치를 알리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콜라보로 찍은 영상은 800만회를 넘기고 있다.


당시 ‘김치 공정’은 큰 논란이었는데 중국의 유튜버들은 김치를 중국 전통 음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들은 직접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올리면서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하면서 자기네들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파오차이’는 하나의 요리라기보다는 채소를 절여서 만든 반찬들을 통칭해 부르는 말로, ‘김치’를 ‘파오차이’로 부르는 것은 억지가 있다.


하지만 이런 억지 주장에 중국의 언론도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2020년 11월에 중국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파오차이’를 등록한 것을 전하면서 “중국이 주도한 김치 국제 표준이 인가받은 것은 중국의 김치 산업이 국제 김치 산업에 본보기가 되고 중국 김치 산업기술 기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김치 종주국인 한국은 치욕을 당했다. 한국 매체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 농림축산식품부는 2001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

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김치를 국제표준으로 인정했고 김치의 공식 영

문명은 ‘Kimchi’로 정했다고 반박했다. 결국 논란이 과열되자 ISO는 한국 언

론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파오차이는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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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2일 ‘김치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남산골 공원에서 열린

김치 나눔 행사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이 취약계층에게 전달할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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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햄지 김치 먹방 영상 (출처: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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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4일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붉은색 원)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입장식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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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11일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 회원이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 포스트타워 앞에서 중국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편파판정과 한복 공정 등에 항의하며 오성홍기를 찢고 있는 모습 (출처: 뉴시스)




이후 한국 연예인이나 유튜버들이 올리는 영상 자막에 ‘파오차이’로 표기된 경우 사과문을 올리며 수정하기도 했고 이를 바로 잡기도 했으며 최근 구글과 네이버 번역기에서 ‘김치용 배추’를 ‘파오차이용 배추’로 번역되는 것이 알려져 다시금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네이버는 해당 표현을 수정한 상태다.


한편 김치를 담그는 김장문화는 2013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으며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부터 11월 22일을 ‘김치의 날’이라는 법정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홍보하는 아이돌에 악플 테러까지 

이러한 중국의 문화 가로채기는 우리의 음식 ‘김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겨울에 열렸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했다. 특히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게양하기 위해 중국 소수민족의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전달하는 공연속에 한 여성이 한복을 입고 출연한 것이었다. 이에 한국 측에서는 “한복이 전 세계의 인정을 받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란 점에서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한복 논란에 대해 중국 측은 “전통 문화(한복)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으로, 이른바 ‘문화공정’ ‘문화약탈’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 중국 측은 한국의 역사·문화 전통을 존중하며, 한국 측도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각 민족 인민들의 감정을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입장문을 냈다.



이에 대해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리면서 바로잡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대사관 측은 큰 착각을하고 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만을 가지고 

한국인들이 크게 분노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중국에서 지금까지 너무 많은 ‘한복공정’을 펼쳐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가 이처럼 밝힌 근거로는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 ‘한복은 한푸에서 기원했다’고 적혀있는 점과 중국 게임인 ‘샤이닝니키’가 한복 논란으로 한국 서비스 종료했던 점 등이었다. ‘샤이닝니키’ 게임은 중국 개발사 페이퍼게임즈가 제작한 것으로 한국에 진출하면서 한국 이용자들을 위한 ‘한복’ 의상을 출시했다고 밝히자 중국 네티즌들이 ‘한복’이 아닌 ‘한푸’로 표기해야한다고 항의를 했다. 이에 한국 네티즌들이 반발하자 페이퍼게임즈는 해당 의상을 파기하고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처럼 한복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져 오는 가운데 한국적인 것을 홍보하는 한국 아이돌 그룹을 향한 중국 네티즌들의 저격도 계속 나타나는 중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측은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참여한 ‘2022 한지분야 한류연계 협업 콘텐츠 기획개발 지원’ 사업 홍보영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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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한지 홍보 영상 (출처: 유튜브 캡처)



<뉴진스, 한지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영상은 뉴진스가 한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지의 우수성과 새로운 한지문화 상품을 알리기 위한 과정을 담았다. 또 생활한복을 입고 나오면서 한국 문화를 자연스레 알리는 영상이 됐다. 영상이 공개되자 중국 네티즌들은 뉴진스 SNS에 찾아가 “제지술은 중국에서 발명돼 전 세계로 퍼졌다”며 “도둑질 하지말라”는 등의 악의적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왜 한국인은 모든 것을 훔쳐 가냐. 부끄럽지 않냐” “한국의 중국 유산 도둑질을 중단하라”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SNS를 통해 “최근 한류스타 ‘뉴진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기획한 ‘2022 한지분야 한류연계 협업콘텐츠 기획개발지원’ 사업의 홍보영상에 등장해 큰 화제가 됐다”며 “하지만 이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중국 누리꾼들이 뉴진스의 SNS 계정으로 몰려와 악플 테러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냥 안쓰럽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네티즌들의 잘못된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본

질은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중국 문화라고만 우긴다. 이번 영상도 제

지술을 논하는 것이 아닌 한지의 우수성에 대한 홍보 영상”이라며 “근데

‘제지술은 중국 것’ ‘종이는 중국 것’ ‘한국은 문화를 도둑질 하지 마라’

등 영상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감정적으로만 반응한다. 즉 한국 문화에

대한 큰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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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악성 댓글을 적는 중국 네티즌들 (출처: 뉴진스 인스타그램 캡처)



이어 “유독 한류스타 등장에 민감해 한다. 그만큼 한류스타의 세계적인 파워가 큰 걸 이들도 잘 알기에 널리 알려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몇 달 전 한류스타 ‘아이브’의 장원영이 프랑스 파리 패션 위크를 방문해 봉황 모양의 비녀를 꽂은 것에 대해 이들은 똑같은 반응을 보인 바 있다”면서 “현재 한국의 전통문화와 대중문화가 전 세계인들에게 주목을 받자 중국 누리꾼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됐고 여기서 드러나는 삐뚫어진 애국주의의 발로 현상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 누리꾼들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먼저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만 자신들의 문화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몰래 훔쳐보고선 버젓이 평점까지

한국 문화를 향한 중국인의 태도는 그저 자신들의 것이라고 요구하는 것을 지나쳐 경제적인 부분까지 불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바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으로 유통되는 한국 드라마들을 중국 내에서 불법으로 유통하는 것도 모자라 당당하게 평점을 매기는 등 전혀 부끄러워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아 공분을 사고 있다.


사실 중국 내에서 한국 드라마 불법 유통은 오래된 일이다. 한한령이 내려진 후로 한국 드라마, 음악 등은 중국 내 유통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충분히 즐겨 보고 있다. 바로 불법 유통을 통해서다.


지난 2021년 세계를 강타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날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은 정식 서비스 중인 국가 83개국을 비롯해 순위 미공개 국가 11개국까지 1위를 달성했다. <오징어 게임>은 단순히 시청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나왔던 달고나 뽑기와 같은 게임이나 의상 등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주목할 점은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도 이런 현상들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당시 중국 SNS 웨이보에서는 심심치 않게 <오징어 게임>을 해시태그한 글들을 볼 수 있었고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쇼핑 사이트에서도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최근 인기를 끌었던 송중기 주연의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송혜교 주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더 글로리> 역시 중국에서 불법 유통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서경덕 교수는 SNS를 통해 “중국 내에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불법 유통이 이제는 일상이 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어떠한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더 기가막힐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어 “세계인들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를 불법 다운로드하여 ‘도둑 시청’하는 것이 습관화가 되어버렸다”며 “드라마에 등장한 한류 스타들의 초상권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짝퉁 굿즈를 만들어 판매해 자신들의 수익구조로 삼고 있으며 무엇보다 몰래 훔쳐보고 당당하게 평점을 매기는 일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중국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인 ‘더우반’에서 <더 글로리> 평점을 매기고 있어서다. ‘더우반’에서 <더 글로리>는 평점 10점 만점에 8.8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6만 1900개가 넘는 리뷰도 달리고 있는 중이다. 서 교수는 “이제는 중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지난해 베이징 동계 올림픽 당시 올림픽 마스코트인 ‘빙둔둔’에 관한 지적재산권 보호 및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은 엄격한 단속을 진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모르는 게 아니다”라며 “알면서도 지금까지 안 해왔던 것이다. 그러니 올해부터라도 중국 당국은 다른 나라 문화를 먼저 존중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줘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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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날 시리즈 <더 글로리> 스틸컷


 

한국은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전 세계에 더욱 보급이 됐고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도 한국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오리지날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또 BTS와 같은 한국 음악 산업 역시 전 세계를 열광하게 하면서 이제는 빌보드 진입 장벽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콘텐츠를 지속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적재산권(IP)을 보호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역시 그저 한국의 콘텐츠를 홍보, 제작만 할 것이 아니라 홍보와 함께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면서 더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활동을 이어나가며 질 좋은 한국의 콘텐츠가 전 세계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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