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호 마루대문 장기화로 접어든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필요한 것은 ‘평화’

2023.08.22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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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로 접어든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필요한 것은 ‘평화’ 


글 이예진



지난해부터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이 전쟁은 여전히 보복에 맞불까지 놓으며 전 세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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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9일(현지시간) 유엔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총회를 열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2019년 9월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 중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출처: 뉴시스)



전쟁 시작 1년 6개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에 의해 시작된 이 분쟁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본격적인 전쟁으로 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특수 군사 작전의 실행에 대하여>를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진행했다. 전쟁 시작과 동시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곳곳에 미사일 공습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유엔 총회는 러시아군의 전면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국제사법재판소는 러시아의 군사 작전 중단을 명령했다. 그리고 유럽 평의회는 러시아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켰고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의 경제적 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18세부터 60세까지의 우크라이나 남성 시민에 대해 총동원령을 발표하고 징집에 나서면서 맞섰다. 덕분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했고 국제 사회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인도·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렇게 전쟁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6월에는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큰 결과는 없었다. 이에 대해 미국 외교협회 롭 리 예비역 보병 장교는 “보병 위주 작전은 진격 속도가 느려 신속한 돌파가 어렵다”며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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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피해 현장 (출처: 뉴시스)



그러나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의 의견은 달랐다. 지난달 18일 미국 CNN에 따르면 밀리 합참의장은 “5~6주 전 시작하기 전 실행한 각종 워게임에서 예측된 진격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도상 전쟁과 실전은 다르기 때문”이라며 “살아있는 사람들이 지뢰지대를 치우면서 죽어간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진격이 늦어지게 된다. 지뢰지대를 돌파하면서 생존하려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패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평가를 내리기엔 너무 이르다고 본다. 아직도 전투가 한창 더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전쟁이 계속 길어진다는 것이었다.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전 세계인들의 소망과는 다른 답변이기도 했다.
 

시끄러운 러시아 내부

그런 가운데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는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었다. 바로 전쟁을 시작할 때 함께했던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반란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에 있었던 무장반란은 하루만에 끝이났다. 하지만 이를 두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리더십 자질은 도마에 올랐다.


그러면서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에 대한 관심도 쏠렸다. 프리고진은 1997년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고급 레스토랑 ‘뉴아일랜드’를 열었다. 이곳에 2001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그는 러시아 정부와의 인연을 맺게 됐다. 그리고 2014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을 만들면서 러시아에서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을 흡수하기 위해 전투를 벌일 때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정부를 도왔다. 이외에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요구하는 나라 곳곳에 용병을 파견해 개입하면서 전 세계 악명을 떨쳤다.


이처럼 러시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진행하면서 갈등이 점차 고조됐다.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의 무기 지원이 부족하다며 불만을 내비치면서 러시아 군 수뇌부를 겨냥한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모든 비정규군에 국방부와 정식 계약을 맺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프리고진은 계약을 거부했고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을 체포하도록 했다.


이에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 중심을 향해 돌격하면서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에 대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TV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반역에 직면했다. 우리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다. 반역 가담자는 처벌될 것”이라며 “과도한 야망과 개인적인 이익이 반역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의 이같은 발언에 프리고진은 “대통령이 반역과 관련해 깊이 착각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반역자가 아닌 조국의 애국자”라며 “우리는 조국이 더 이상 부패와 거짓말, 관료주의와 함께 살기를 원치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날카롭게 대치된 상황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개입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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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이 공개한 사진에 예브게니 프리고진 수장(가운데)이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자

신의 군대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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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의회에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 투표 결과가 전광판에 공지되고 있다. 

헝가리 의회가 핀란드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결해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튀르키예만 남게 됐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나토 가입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으나 

헝가리와 튀르키예의 반대로 가입이 지연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극적 타협 뒤 러시아 측은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은 취소될 것이며 그는 벨라루스로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란을 일으킨 용병들에 대해서도 처벌하지 않기로했 다. 벨라루스로 떠난 프리고진은 당분간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뜻이 없음을 밝혔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프리고진은 자신의 공식 텔레그램에 올린 동영상에서 벨라루스에 도착한 자신의 병사들을 환영하는 모습을 담았다.


영상에서 프리고진은 “우리는 명예롭게 싸웠다. 여러분들은 러시아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면서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치욕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어떤 시점에 특별군사작전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벨라루스 군대를 세계 두 번째의 군대로 만들 것이고 필요하다면 그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뿐인 평화협상

이번 전쟁에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이유 중 하나는 유엔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먼저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협력을 증진하고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다. 그중 상임이사국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임기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계속해서 의석을 보유하는 이사국이다.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이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에 속하는데 평화를 위해 구성된 기구의 중심에 있는 나라가 전쟁을 일으켰다는 점은 매우 모순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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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앞줄 오른쪽)과 부인 올레나 여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

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만찬에 참석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31개 나토 회원국은 우크라이

나에 대해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을 면제해 주기로 합의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신속 가입에 동의했지만, 명확한 가입 일정

은 제시하지 않았다. (출처: 뉴시스)




사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는 움직임을 불편해왔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시점에서 나토에 가입되는 것은 러시아로썬 매우 부담스러운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11~12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진행됐다. 나토 정상회의에는 나토 동맹 31개국과 아시아태평양 협력국가 4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각국은 여러 움직임을 보여왔다.


특히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오랜 시간 중립국을 유지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가입을 희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개월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에 핀란드는 지난 4월에 31번째 나토 회원국이 됐다. 나토 회원국이 되면 일방에 의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보아 필요시 무력 사용과 원조를 제공한다고 되어있다. 그렇기에 핀란드와 1340㎞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상황이 됐다.


그런 가운데 스웨덴 역시 러시아의 침공 이후 나토 가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있어서 튀르키예의 반대가 걸림돌이었다. 튀르키예는 그동안 반(反)튀르키예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의 활동을 스웨덴이 옹호하고 있다며 나토 가입을 반대했다. 하지만 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10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찬성한다며 바뀐 입장을 갑작스럽게 밝혔다.


또 타국 전쟁에 불간섭 기조를 유지했던 스위스와 오스트리아가 독일이 출범한 유럽영공방어계획(ESSI) 구상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유럽의 분위기는 묘하게 변했다. 중립국으로써의 중심은 바뀌지 않았으나 ‘친서방’의 뉘앙스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역시 꾸준히 나토 가입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물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 규약상 어렵다. 다만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31개국은 공동성명 11항에서 “우리는 회원국들이 동의하고 (가입에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면 우크라이나에 가입 초청장을 보낼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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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현지시각)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리투아니아 빌뉴스

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별도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집속탄 지원 결정을 거론하며 “매

우 어려운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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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출발한 곡물 화물선 TQ삼선이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에

정박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흑해곡물협정을 사실상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가 공격받아 2명이 숨진 뒤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출처: 뉴시스)




이는 가입 신청국이 거쳐야 하는 절차인 ‘회원국 자격 행동 계획(MAP, Membership Action Plan)’을 우크라이나에게 면제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또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2008년 부쿠레슈티 정상회의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우크라이나의 가입에 대해 희망적인 표현을 했다.


하지만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가입 일정을 제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례 없고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나토는 지난달 12일 ‘나토-우크라이나 평의회’ 창설을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처음 나토의 공식 파트너로 회의에 참석했다. 또 나토의 주요 7개국 정상들은 이번 전쟁 후에도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과 경제 회복을 돕기로 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도움을 구하는 동안 평화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티칸 교황청은 마테오 주피 추기경을 위시한 평화 특사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파견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국 정상 모두와 회담했음에도 영토 인정 등 각국의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바티칸 교황청뿐 아니라 아프리카 평화사절단도 양국에 방문했다. 하지만이 들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렇게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여전히 전 세계의 목줄을 죄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17일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하면서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가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으로 군사 화물을 실은 적대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러시아가 중단한 흑해곡물협정은 전쟁 중에도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세계 3대 곡창지대로 꼽히며 전쟁 이전 전 세계 밀과 옥수수, 보리 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며 우크라이나로부터 곡물 수출을 운반하는 선박들이 불안정해졌고 코로나19 시기부터 상승한 곡물값은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이처럼 두 국가의 전쟁이지만 전 세계의 피해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가운데 이제는 정말 전쟁을 제재할 수 있는 기구와 법이 필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겉으로 평화롭게 보이던 시대는 결국이 같은 전쟁을 낳았다. 평화를 위한 기구인 유엔이 있음에도 결국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없음을 전 세계가 목도했다. 평화를 원한다던 국가들은 우방국이라는 이름 아래 무기를 계속 지원하고 전쟁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전쟁이 이어질수록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힘이 약한 국민들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정확한 사망자 숫자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러시아 독립매체인 메두자와 메디아조나, 러시아판 BBC, 독일 튀빙겐대학 과학자들은 러시아군 사망자를 최대 4만 7000명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2월 영국 국방부는 4만~6만 명으로 추정했으며 미국 국방정보국(DIA)는 2022년 전사자 수만 3만5000~4만 3000명으로 예상했다.


또 유엔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민간인 9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어린이가 5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이 불필요한 전쟁은 어서 속히 마무리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구촌에서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전쟁을 근절할 수 있는 ‘법’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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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빈니차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숨진 리자(4)의 장례식이 열려 친인척들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러시아의 빈니차 공격으로 리자 포함 어린이 3명 등 23명이 숨졌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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