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호 마루대문 산에서 모여 바다까지 흐르는 그 물에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가 담겨 있더라

2024.05.11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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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모여 바다까지 흐르는 그 물에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가 담겨 있더라 


글·사진 이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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뼝대와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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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과 동강



매일 무수히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진다. 지금은 물론이거니와 예로부터 하루하루가 그냥 지나간 적이 없다. 그래서 역사는 밤에 일어나며 산에서 시작해 산에서 끝이난다고도 한다. 특히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그래서 글마루 탐방팀은 주기적으로 산을 찾아가면서 그 지역의 역사를 살펴본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의 상황과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 탐방팀이 찾은 곳은 영월 동강(東江)이다. 누군가는 수많은 물줄기 중 하나라고만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 물줄기를 보며 다시금 아름다움에 반하고 말았다.



푸른 물 흘러 흘러 강원유곡 백삼십리

강허리에 흰빛자갈 눈빛을 가른다

정선 평창 기암절벽 굽이마다 돌고 돌아

징검다리 건너 어라연에 영월 동강 굽이치네

아 높고 낮은 산자락에 하얀구름 머무르고

이슬맺힌 맑은 햇살에 동강은 흘러 흐르는데

- 가곡 <동강은 흐르는데(작곡/작사: 박경규)> 中



깎아지른 절벽 옆 동강

한반도에는 큰 강이 여러 개가 있다. 북으로는 압록강과 두만강이 있으며 남으로는 낙동강과 한강이 있다. 예로부터 강은 수많은 역할을 했는데 농업사회에서는 물이 필수적이었기에 물을 둘러싼 사건들이 많았다. 특히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차지하기 위해 삼국시대부터 많은 전쟁이 있었고 지금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강이다.


이번에 찾은 동강 역시 한강으로 흐르는 강 중 하나로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오대산에서 발원하는 오대천에서 시작된다. 약 65㎞ 길이의 동강은 백운산(白雲山), 완택산 등 사이의 산악지대 사이를 흘러 영월군에서 서강(西江)과 만나 남한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동강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백운산이다. 백운산은 전국 여러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우리가 이번에 찾아간 곳은 정선과 평창 경계에 있는 곳으로 높이 883.5m에 달한다. 흰구름이 늘 끼여 있다고 해 ‘백운산’이라고 부르게 됐으며 이 지역 주민들은 ‘배비랑산’ ‘배구랑산’이라고도 부른다. 전국에 여러 곳에서 이러한 백운산을 만날 수 있지만 이곳에서의 묘미는 바로 산을 따라 흐르는 동강이다.


동강을 따라 크고 작은 6개의 봉우리가 이어져있으며 특히 동강쪽으로는 칼로 자른 듯한 급경사의 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이를 이곳의 말로 ‘뼝대’라고 부르는데 동강을 따라 깎아지른 듯한 이 모습은 과히 장관이라고 할 만큼 대단하다. 우리는 이러한 뼝대를 따라 동강을 바라보며 백운산을 올랐다. 우리가 향한 곳은 백운산 칠족령으로 연포마을에서 시작해 제장마을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백운산 칠족령은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과 평창군 미탄면 문희마을을 이어주는 고개로 조선 순조 8(1808)년에 편찬된 <만기요람(萬機要覽)>에 평창 동남쪽 지역의 대표적인 고갯길로 기록되어 있다.


1960년대까지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운치리, 고성리의 주민들과 평창군 미탄면의 주민들은 칠족령 고갯길을 통해 서로 왕래했다고 한다. 여기서 ‘칠족령’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옛 정선군 제장마을에 옻칠을 하는 선비가 살고 있었는데 선비가 키우던 개가 사라졌다. 선비가 개를 찾는데 옻나무 진액이 담긴 항아리의 뚜껑이 열린 것을 보았다. 선비는 개가 옻칠이 묻었겠다고 생각하고 그 발자국을 따라갔는데 그 길에서 눈앞에 펼쳐진 동강과 주변의 풍경이 장관이었다. 그래서 옻칠이 묻은 개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발견한 고개라는 의미로 칠족령(漆足嶺)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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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오르는 길에 내려다 본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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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벽 구름다리



굽이친 그곳엔 사람이 살고 있더라

이러한 재미난 이야기에 아름다운 풍경까지 즐기면서 산을 오르다 보면 동강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어느덧 카메라에는 동강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게 됐다. 연포마을에서 시작해 오르는 칠족령은 크게 어려움이 없었는데 4월 초에 방문한 우리는 아쉽게도 아직 화려한 꽃내음을 맡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곳곳에 조금씩 피어나는 산수유와 철쭉이 반겨주고 있었다.

그리고 칠족령을 다다르기 전 하나의 재미난 구간을 만나게된다. 바로 ‘하늘벽 구름다리’다. 사실 동강이 흐르는 이 산을 넘기 위해서는 어느 구간에서든지 강을 건너야 하는데 지난 2009년 정선군에서 생태 녹색관광 자원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제장~연포마을 산 능선 정상부에 국내 최초로 유리재질로 된 평교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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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에 핀 산수유



해발 425m 지점에 있는 하늘벽 구름다리를 통해 동강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 하늘벽 구름다리에도 하나의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동강에서 보이는 ‘뼝대’에 관한 이야기다. 옛날 하늘여신이 지상을 다스리고자 천기로 하늘의 뜻을 이루는 천신의 천봉을 훔쳐와 하늘벽 뼝대에 숨었다고 한다. 그러다 천군에 들키자 하늘여신은 천봉을 하늘벽 뼝대에 숨기고 도망갔다고 하는데 예로부터 주민들은 이곳에 통나무 다리를 놓고 한번에 13번씩 건너며 천봉(天峯)을 보고 소원을 빌면 천기를 받아 원하는 바를 성취했다고 한다.


이렇게 칠족령을 찾아가는 길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연포마을까지 향해 차를 타고 가다보면 산골짜기라는 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곳에 사람이 사나 싶을 정도로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이 그냥 나온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칠족령에 올라서면 연포마을이 넉넉하게 보인다. 조용히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삶이 보이는 것 같았다. 넓은 옥토와 함께 그곳에 자리 잡은 마을은 오랜 우리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인류는 강을 만나기 전까지는 떠도는 삶을 살아야 했다. 강을 만나면서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인류는 문화를 꽃피웠다. 4대문명이라고 일컫는 황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이집트 모두 큰 강을 끼고 있다. 그처럼 이곳 역시 동강을 끼고 고즈넉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애달픈 노래 가사의 발상지 아우라지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상철 임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 <정선아리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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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벽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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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 다리


아름다운 동강 인근 정선에는 아름다운 강이 함께한다. 바로 정선군 여량면에 있는 아우라지다. 이곳은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된 향토민요 <정선아리랑>이 나온 곳이다. <정선아리랑>은 아우라지의 전설에서 나온 내용을 담은 것인데 사랑하는 처녀, 총각이 아우라지를 가운데 두고 각각 여량과 가금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 둘은 싸리골로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했지만 밤새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 나룻배가 뜰 수 없게되자 그 안타까움을 가사에 담았다고 한다.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인 아우라지 

아름다움에 여량 8경 중 하나로 꼽혀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정선아리랑>은 강원도 정선 지역에서 전래하는 향토민요 <아라리>의 고유 명사로 1968년 정선군은 <정선아리랑가사집>을 냈고 1970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정선아리랑>이 민요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아라리>는 1971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됐고<정선아리랑>으로 공식화됐다. 이 민요 속에는 남녀의 사랑, 이별, 신세 한탄, 세태 풍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정선아리랑>의 배경이 되는 아우라지는 ‘어우러진다’는 뜻이 담겨 있는데 구절리에서 흐르는 송천과 삼척시 중봉산에서 흐르는 임계면의 골지천이 이곳에서 합류하기 때문이다. 아우라지 이전까지는 천(川)으로 표현하지만 여기서부터는 강(江)으로 부르며 여량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누추산, 옥갑산 등 여러 산에 둘러싸여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물이 맑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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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에는 처녀 전설이 내려온다.



두 개의 천(川)이 만나는 이곳은 강폭이 넓고 유속이 꽤 빠르다. 그래서 이곳은 물길을 따라 서울까지 목재를 운반하던 뗏목 터로 이용됐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나룻배가 사람과 큰 물건 등을 옮긴 바 있다.


강은 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우라지가 송천과 골지천이 합류되는 곳이라면 영월군 영월읍에는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곳이 있다. 이곳이 남한강의 시작점이다. 남한강은 양평군에서 북한강과 합쳐져 팔당댐과 서울을 거쳐 서해로 흘러간다.


이번 탐방을 통해 평화롭게 흘러가는 강을 생각했다. 먼저 강이 흐른다는 것은 주변에 산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에서 흘러나온 물들이 합쳐져 천(川)을 이루고 천(川)이 모여 강(江)을 이룬다. 또 이 강은 바다로 흘러간다. 그리고 이 바다에는 수많은 어족(魚族)이 살고 있다.


그럼 강은 산의 이야기를 담고 바다로 가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산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인산인해(人山人海) 비산비야(非山非野)라고 했다. 산은 산이 아니며 들이 들이 아니며 사람이 곧 산이고 바다라는 것이다. 즉 이 산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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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 뗏목 시연(출처: 정선군청)
 


이러한 비유는 <성경>을 통해 더욱 잘 알 수 있다. <성경>에서 창조주 하나님은 자연 속에 그의 능력과 신성을 담아놨다고 했으니 우리는 신이 만든 자연을 통해 신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성경>에는 어족을 사람이라고 표현해놨으며 나무를 사람이라고 비유해놨다. 결국 나무가 모인 산은 사람이 모여 있는 조직체이며 바다 역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세상이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바다에서 고기 낚은 어부가 되게 할 것이라 하셨으니 이는 바다와 같은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람을 모으는 전도자가 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이 모이는 산은 또 어디일까. 시작은 에덴동산이다. 창세기에 있는 에덴동산은 사람의 범죄로 하나님께서 문을 닫아 놓으셨으나 계시록에 가서 보면 시온산으로 사람을 다시 불러 모으신다. 결국 세상 끝에 가야 할 곳은 범죄로 닫힌 에덴동산이 회복되는 시온산이다. 즉 산에서 시작해 산에서 끝난다고 하는 그 말은 하나님의 역사가 에덴동산에서 시작해 시온산으로 끝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산에서부터 시작한 물이 모여든 강을 통해 바다까지 이어지며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전해지고 있다. 그러니 귀 있는 자는 이때 자연을 통해 전하는 말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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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읍 합수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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