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호 마루대문 어느덧 3년, 전쟁으로 폐허된 땅에 꽃은 필까

2025.02.15 글마루
0 2015


어느덧 3년,

전쟁으로 폐허된 땅에 꽃은 필까


글 이예진



어느덧 구정도 지났지만 차가운 겨울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3년 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곡창지대로 손꼽혔던 우크라이나의 영토는 황폐화가 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은 채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늘어나는 민간인 피해

지난달 9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 따르면 나다 알나시프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 부대표는 3년 가까운 기간에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사망자 약 1만 000명이 나왔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9~11월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 수는 574명으로 전년 동기 30% 늘어난 수였다.


이같은 결과는 장거리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사용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알나시프 부대표는 “러시아가 지난해 11월 한 달간 우크라이나에 사용한 장거리 드론 수는 2000여대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해 9~11월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에서 일인칭 시점 드론을 사용한 공습으로 민간인 35명이 사망했다.


또 유엔은 러시아군이 포로로 잡은 우크라이나군을 즉결 처형한 것도 최근 급증한 이유로 꼽았다. 알나시프 부대표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즉결 처형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68건이며 최근 급증 추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포로 즉결처형한 것은 민간인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에서 전쟁 발발 이후 170명이 처형된 것으로 조사됐다. 구금시설 내 수용자도 이 수에 포함된다. 러시아군의 이런 행위는 전쟁범죄로 분류되고 있다. 알나시프 부대표는 “즉결처형은 전쟁범죄로 반드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며 “러시아는 이런 행위를 중단하고 책임자를 기소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31499a737dfdc0876b33367f9585fcc0_1739630035_2952.jpg

지난해 11월 20일(현지시각) 세계 어린이날을 맞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군사학교에서 어린 생도들이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희생된 우크라이나 어린이

659명을 기리며 숫자 659 모양으로 촛불을 밝히고 있다.



31499a737dfdc0876b33367f9585fcc0_1739630035_4456.jpg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젤렌

스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스트롱맨’이고, 그가 우리 편에 서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

말 위험하고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출처: 뉴시스)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나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11일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아타파의 가스 가압 시설을 9기의 드론으로 공격하려 했다”며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할 목적이었다”고 성명을 통해 주장했다. 가스 가압시설은 가스를 수요처까지 수송하기 위해 가스 유속 및 압력을 안정화하는 장치로 러시아가 공격받았다고 주장한 시설은 아나파에서 튀르키예를 잇는 ‘튀르크스트림’의 시작 지점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튀르크스트림을 통해 헝가리 등에 가스를 공급해 왔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가스를 차단하는 행위는 지난해부터 예고됐던 부분이었다.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러시아의 서유럽 천연가스 공급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맺은 계약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전쟁이 시작되고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통해 유럽을 압박하지 못 하게 하도록 대비를 해 왔다. 전쟁이 발발한 당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하자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통해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천연가스 공급을 크게 줄였고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폭등하기도 했다.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2021년 EU의 천연가스 소비량의 40%는 러시아에서 공급받은 것이었다.


이에 유럽 각국은 러시아 대신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등 꾸준히 대비했다. 이번 파이프라인 차단으로 러시아는 연간 65억 달러(약 9조 6000억원)의 수입이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세르비아, 몰도바 등 발칸 국가들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몰도바는 지난달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정전 위기를 우려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슬로바이카의 로베르트 피초 총리 역시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만나서 가스 공급을 재개할 기술적 해법을 찾자’고 전하기도 했다. 피초 총리는 유럽 내 대표적인 친러시아 지도자로 통한다.


한반도까지 전쟁에 엮여

한반도는 엄밀히 말하면 여전히 전쟁 중인 지역이다. 1949년 북한의 기습 침공으로 시작된 6·25전쟁은 3년간의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전쟁은 종전이 되지 못하고 휴전으로 현재도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6·25전쟁을 떠올리기도 했고 우리 정부 역시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확실한 노선을 즉각적으로 표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지원했고 무기 지원도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것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31499a737dfdc0876b33367f9585fcc0_1739630035_5173.jpg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 파병 온 북한군을 생포해 심문한 뒤 전략·정치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생포된 북한군 2명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지난 11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모습(출처: 뉴시스)



31499a737dfdc0876b33367f9585fcc0_1739630035_6023.jpg

우크라이나 제3 공격여단이 30일 하르키우주에서 북한의 불새-4 미사일 시스템을 파괴했다고 여단 윈드브레이커 드론 부대가 공격 영상을 공개했다고 우크

라이나의 유로마이단 프레스가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열병식에서 모습을 보인 불새-4 미사일 시스템(출처: 뉴시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지난해 10월부터 말이 나왔다. 파병의 규모가 꽤 커 단순히 파병을 넘어 참전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다른 국가가 대규모로 참전하는 것은 최초였기에 한반도를 향한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연말인 12월 26일 처음으로 북한군 병사가 우크라이나군에게 생포되기도 했지만 부상으로 사망했다. 이후 1월 9일 새로운 북한군 병사 2명이 생포됐으며 각각 20세, 26세의 젊은 병사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에 따르면 생포된 북한 병사들은 자신들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훈련을 받기 위해 쿠르스크에 파견된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31499a737dfdc0876b33367f9585fcc0_1739630035_7334.jpg

2018년 9월 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출처: 뉴시스)



2005년생 병사는 생포 당시 시베리아 남부 투바 공화국 출신의 26세 남성인 것처럼 러시아 군인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기도 했다. 이 병사는 지난해 가을 북한 전투부대가 러시아에서 러시아 부대와 일주일간 함께 훈련을 받았을 때 받은 신분증이라고 진술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다른 포로들과 마찬가지로 이 두 명의 북한군 병사도 필요한 치료를 받고 있다. (북한군 생포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러시아가 북한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참전 증거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부상자를 사살하는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SBU는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에 참여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못 박았다.



31499a737dfdc0876b33367f9585fcc0_1739630035_804.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특사로 지명된 키스 켈로

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출처: 뉴시스)



트럼프의 종전 의지

지난달 20일 미국의 47번째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했다. 바이든에 이어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우크라이나 특사 키스 켈로그를 통해 취임 후 100일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켈로그 특사는 지난달 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전쟁은 끝내야 할 전쟁이고 그(트럼프)가 가까운 시일 내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 기간을 ‘트럼프 취임 후 100일’로 규정하면서 “그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돕는 것이 나의 개인적, 직업적 목표”라고 말했다. 또 “사람들은 그가 푸틴이나 러시아에 무언가를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그들의 주권을 지키려는 것이란 걸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것이 공평하고 공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31499a737dfdc0876b33367f9585fcc0_1739630035_883.jpg


31499a737dfdc0876b33367f9585fcc0_1739630036_0048.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출처: 뉴시스)



31499a737dfdc0876b33367f9585fcc0_1739630036_0741.jpg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출처: 뉴시스)




이와 같은 발언은 트럼프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자신이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후 “상황이 복잡해졌다”며 발을 빼기도 했으나 이후 인터뷰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빨리 만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취임 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가리켜 “그는 (나와) 만나고 싶어 한다”며 “나는 매우 빨리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끔찍한 전쟁”이라면서 “2차 세계 대전 이후 본 적이 없는 수준으로 군인들이 쓰러져 나갔다. 러시아 군인도 포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은 떼죽음을 당했다”라고도 말했다.



31499a737dfdc0876b33367f9585fcc0_1739630036_1718.jpg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포로 교환으로 풀려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방위군 소속 군인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 300여 명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중재로 이날 포로 교환을 통해 귀환했다.(출처: 뉴시스)




이어 “이는 매우 슬픈 일”이라며 “젊은이들이 총을 맞았다. 수십만 명의 젊은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또 “모든 도시는 사실상 철거되다시피 했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3년이나 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사실 전 세계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외에도 곳곳에서 총칼이 부딪히고 있다. 우리의 인류사를 되돌아보면 정말 짧은 시간 안에 큰 발전을 했고 그에 대한 대가는 컸다. 급격한 발전을 이루던 1900년 초 1, 2차 세계 대전으로 전 세계 청년들이 피를 흘렸고 우리나라에서는 6·25전쟁으로 인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야 했다.


여전히 우리는 그 상흔을 갖고 있음에도 누군가의 욕심과 이해충돌로 다시금 꽃 피우지 못한 청춘들이 전쟁터에서 스러져 가는 중이다. 이러한 아픔을 끝내려면 결국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결국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이러한 전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그리고 평화가 도래할 것임을, 모두가 깨달을 것이다.





Comments

  1.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