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호 마루대문 딥시크의 두 얼굴 DeepSeek
딥시크의 두 얼굴
DeepSeek
글 백은영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최근 고성능·저비용 AI 모델 ‘딥시크 R1’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적은 비용과 자원으로도 오픈AI의 최신 모델과 동등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알려지면서 AI 산업의 비용 구조와 접근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반면 딥시크 사용자에 대한 정보 유출 위험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접속 차단 움직임도 일고 있다. 딥시크의 혁신과 편리함 뒤에 숨은 보안 리스크는 전 세계 AI 시장에 큰 화두를 던진다.
딥시크, 파란을 일으키다
지난 1월 ‘딥시크 R1’이 출시되자 미 기술주 주가가 폭락했다. 기술 중심의 나스닥은 3.1% 폭락했고 S&P 500은 1.5% 하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도 16.97% 하락했다.
딥시크는 전 세계에서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AI를 구현할 수 있는기업은 미국에만 있다는 자부심을 부숴버린 것도 모자라 수천억원을 투입해야만 고성능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마저도 깨버렸다. 이와 관련,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이온 스토이카 교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
다. 이것은 미국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딥시크는 그 등장만으로도 AI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딥시크 R1’은 기존의 고성능 AI 모델과 비교해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면서도 유사한 성능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오픈소스 전략을 채택해 누구나 이 모델을 활용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최적화된 알고리즘과 효율적인 모델 설계를 통해 AI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도 고성능 AI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스스로 학습하는 딥시크 R1
딥시크가 공개한 ‘딥시크 R1’은 6710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보유한 초거대 언어 모델로, 메타의 ‘라마(LLaMA)’ 시리즈와 유사한 오픈소스 모델이지만 더 뛰어난 성능과 자유로운 사용성을 제공하며 글로벌 AI 연구자들과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만으로 학습된 AI 모델로 기존 AI처럼 정해진 데이터를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학습하면서 논리적 사고를 발전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개발 비용이 오픈AI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점, 특정 작업에 맞춰하위 모델만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추론 비용과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였다는 점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특징 중 하나다.
강화학습만으로 학습된 최초의 초거대 언어 모델 ‘딥시크 R1’이 앞으로 AI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더불어 오픈AI, 구글, 메타 등 글로벌 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보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기획재정부 김동일 예산실장은 지난 2월 12일“딥시크 충격 등 메가 트렌드 변화로 글로벌 기 술패권이 재편되는
변곡점에서 연구 자율성·창의성을 보장하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바빠진 AI 시장
딥시크의 등장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월,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며 연내에 1만 개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AI 컴퓨팅 인프라를 강화해 국내 AI 연구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는 AI
기본법 제정을 통해 AI 산업의 체계적 육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법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에 놀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며 협업을 공식화했다. 지난 2월 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대표 기업의 AI 회동에서 올트먼 CEO와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725조원 가량 투입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합작사를 설립해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지난 2월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카카오는 국내 기업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AI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2월 4일,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챗GPT 기술을 카카오의 대화형 AI 서비스 ‘카나나’를 포함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카카오는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4o를 활용해 ‘카나나’의 성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5000만명 이상의 카카오 사용자 기반을 활용해 AI 서비스의 확장성을 극대화하며, 오픈AI 또한 이를 발판 삼아 한국 시장 내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는 이번 제휴를 통해 AI 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며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네이버와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해외 선두 기업과 협력해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AI 서비스 혁신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력으로 카카오는 글로벌 AI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AI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소버린(주권) AI’를 내세우며 자체 대형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기관 및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확장하며 AI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인 아람 코디지털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중동 총괄법인 ‘네이버 아라비아’를 설립하는 등 중동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며 AI 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전망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왼쪽)가 지난 2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보 유출 리스크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딥시크이지만 이 모델의 개인정보수집 방식과 데이터 처리에 대한 우려로 인해 여러 국가에서 사용제한 및 금지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딥시크는 사용자의 키보드 입력 패턴, 기기 정보, IP 주소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AI 학습에 활용한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딥시크가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에 이용자 관련 데이터를 넘긴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지난 2월 18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딥시크 서비스 출시 이후 딥시크 본사에 개인정보 수집·처리 방식에 관한 공식 질의를 보낸 데 이어 딥시크 서비스에 대한 자체 분석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딥시크가 제3자인 바이트댄스에 이용자 입력 정보를 전송한 것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 2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PC에 ‘딥시크’ 사이트가 차단된 화면(출처: 연합뉴스)
딥시크는 글로벌 서비스 출시 과정에서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준수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지난 2월 10일 국내 대리인을 지정한 데 이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딥시크의 서비스 개선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것으로 예상, 추가적인 우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서비스의 잠정 중단을 권고했다. 이에 딥시크는 해당 권고를 수용하며 2월 15일 오후 6시부터 국내 앱 마켓에서 신규 다운로드가 제한됐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등은 정부 기관을 비롯한 주요 부문의 딥시크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딥시크의 즉각적인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바이트댄스에 전송된 데이터가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한 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사전 동의 없이 제3자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에 해당하며, 이에 따른 시정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딥시크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로그인 화면(출처: 연합뉴스)
동시에 개인정보위는 딥시크 실태점검 과정에서 딥시크 서비스가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갖추도록 개선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9월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에서는 주요국 감독기구와 공조도 공고히 해나가기로 했다.
AI 모델의 오픈소스화로 인한 시장 파급력, 비용 대비 뛰어난 성능과 빠른 업데이트 및 발전 속도까지, 중국발 딥시크의 등장은 분명전 세계 AI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다만 정보 유출에 대한 이슈가 딥시크에 어떻게 작용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AI 기술은 더 발전할 것이며, 다양한 사업에 여러 모양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AI 윤리 규정 등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2월 17일 서울역에서 사람들이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딥시크를 보도하는 TV를 시청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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