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호 마루대문 스마트폰 없는 교실, 집중력 회복 vs 권리 침해 줄다리기

12일 전 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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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는 교실,

집중력 회복 vs 권리 침해 줄다리기


글 백은영



내년 3월 새 학기부터 초·중·고교 수업 시간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다만 장애 학생의 보조기기 활용, 교육 목적, 긴급 상황 등은 예외로 뒀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그동안 생활지도고시로 운영해 온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법률로 상향한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지만, 학생과 학부모 및 전문가 사이에서는 ‘21세기형 학습 도구를 차단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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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소지 제한까지 가능

법안은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을 줄이고 정신 건강을 보호한다는 목적 아래 발의됐다. 한국 청소년들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집중력 저하, 학습 능력 악화 등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30% 이상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수면 부족, 집중력 저하, 사회성 약화는 물론, 학습 능력 저하와 정신건강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도 과거에는 ‘휴대전화 수거가 인권침해’라는 입장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일부 조건부 허용쪽으로 의견을 바꾼 바 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학교장과 교사에게 학생들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과 소지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휴대전화 사용뿐 아니라 교내 반입 자체도 제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구체적인 제한 기준과 방법, 적용 범위는 각 학교 학칙으로 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조차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만큼, 학생 스스로 논의와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법이 차단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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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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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 단체들도 “학교 안 청소년들에게 최소한의소지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입법이 추진됐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 학교는 이미 자체 학칙으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법 개정이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범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결국 ‘교육 목적’과 ‘긴급 상황’을 어떻게 학칙에 정의하느냐에 따라 법의 효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상징적 선언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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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금지 사례 늘어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해외 사례는 많다. 프랑스는 이미 2018년부터 초·중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등교와 동시에 기기를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하는 ‘디지털 쉼표’ 정책을 시범운영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해부터 초·중·고교 전 학년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워치까지 전면 금지했고 이후 학생들의 학습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성과가 보고됐다. 영국 정부 역시 교내 스마트폰 금지를 학교에 지침으로 내렸고 국회 차원에서 이를 법률로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는 지난 2024년 9월, 온타리오주는 2024-25학년도부터 학교 내 휴대폰 사용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미국의 경우 플로리다주는 2023년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했으며, 인디애나주는 2024년 수업시간 동안 모든 휴대용 무선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교사 승인이나 긴급상황일 경우에만 허용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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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는 공립학교 학생들의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렉 애벗 주지사는 지난 6월 하원법안 1481(HB1481)에 서명하며 모든 공립학교가 오는 9월 18일까지 개인 기기 사용에 관한 자체 정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레이프바인-콜리빌 학군의 케일리 맥멀린 커리큘럼 책임자는 “휴대전화가 사라지자 학생들의 몰입도가 높아지고 행동 문제도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와 연락이 필요할 경우 학교 사무실을 통해 연락하도록 안내받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LA통합교육구(LAUSD)가 스마트워치와 이어폰까지 포함한 휴대기기 사용 금지 정책을 확대했다.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는 ‘폰 프리 스쿨 법안’(Phone-Free School Act)에 서명했으며, 이에 따라 모든 공립학교는 2026년 7월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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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13세 이전 위험 신호

과학과 문명이 발전할수록 사람의 인지기능 등 지능도 높아진다. 과거 조작이 쉬웠던 TV나 라디오와는 달리,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등 다소 조작이 복잡해진 기기를 접했을 경우 외려 나이가 어린 층에서 적응이 더욱 빠르다.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한글도 못 뗀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자녀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것이 적절할까.


최근 세계 최대 정신건강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비영리 연구기관 사피엔랩스(Sapien Labs) 연구팀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렸다.


연구팀은 전 세계 18~24세 청년 10만 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소유 시기와 정신건강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13세 이전에 스마트폰을 소유한 경우 성인이 됐을 때 우울감, 자살 충동, 감정 조절 능력 저하, 공감 능력약화 등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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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첫 스마트폰을 5세에 받은 이들의 정신건강 지수(MHQ)는 평균 1점에 불과했지만 13세에 처음 가진 경우는 30점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부정적 영향의 핵심에는 소셜미디어 사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이 단순히 통화나 검색의 수단을 넘어 아이들을 빠르게 온라인 세계로 끌어들이는 관문이 됐다고 분석했다. 소셜미디어 과몰입(40%), 가족 갈등(13%), 수면 방해(12%), 사이버 괴롭힘(10%) 등이 스마트폰 소유와 정신건강 악화 사이의 직접적인 고리로 지목됐다. 연구를 이끈 타라 티아가라잔 박사는 “미래 세대의 정신건강을 위해 13세 미만 아동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도구처럼 여겨지지만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너무 이른 소유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부담을 남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자녀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더라도 늦지 않았다며, 사용 습관을 조정하고 스마트폰과 거리를 둘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편리한 세상’의 문을 열어주는 동시에 ‘위험한 세상’의 문을 열어줄 수도 있다. 지금 부모와 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미래 세대의 정신적 풍경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제 내년 3월이면 초·중·고교에서 교내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된다. 스마트폰 금지법은 교실 문화를 바꿀 강력한 제도적 실험이지만 여전히 집중력 향상과 권리 침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닌다. 그날의 교실 풍경이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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